세계적인 언어학자이자 철학자인 노암 촘스키 미국 애리조나대학교 교수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사실상 독재에 가깝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촘스키 교수(이하 직함 생략)는 24일(현지시간) 미 독립방송 <데모크러시 나우>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 항의시위 등을 이유로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연방요원을 투입해 시위를 무력 진압하고 있는 것에 대해 "미국 민주주의에서 일어난 적이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시위대로부터 연방정부 건물 및 동상들을 보호하겠다며 연방기관에 인력 파견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이를 근거로 인구 60만 명의 소도시인 포틀랜드에 연방요원 2000명을 파견해 최루탄 등을 이용해 시위 진압을 하다가 포틀랜드 시장이 최루탄에 맞는 등 충돌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23일 워싱턴주 시애틀에도 연방요원을 파견하겠다고 밝혔으며, 시애틀 시장은 연방요원 투입에 반대한다고 맞섰다. 트럼프는 지난 20일 뉴욕, 시카고, 필라델피아, 디트로이트, 볼티모어, 오클랜드, 캘리포니아 등을 언급하며 이곳들의 수장이 "진보적 민주당원들"이라면서 "이런 일(시위)이 도시들에서 일어나도록 놔둘 수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들이 현역 군인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고위험 법 집행 작전에 투입되는 특수훈련을 받은 연방요원들로 시위 진압 과정에 최루탄, 페퍼볼, 곤봉 등을 사용하고 있다.
촘스키는 "민주당 시장이나 주지사들이 있는 지역에 준군사작전을 펴고 있다"며 "이 지역의 시장, 주지사, 상원의원 등이 명백히 반대를 해도 군대를 보낸 전례는 없다"고 트럼프가 '법과 질서'를 내세워 이 상황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문제제기 했다.
특히 민주당 단체장, 의원들과 의도적으로 격렬한 대치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것은 오는 11월 대선에서 패했을 경우, 이에 불복하기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트럼프는 지난 19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11월 대선)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냐"는 질문에 "살펴봐야겠다"며 현직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불복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촘스키는 "선거 패배로부터 자신을 구할 수 있는 대립을 만들려는 목적이 분명하다"며 "만약 패배한다면 그는 인터뷰에서 암시했던 것처럼 백악관을 떠나는 것을 거절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촘스키는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트럼프의 무능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또 무능만이 문제가 아니라 팬데믹 상황에서 규제 철폐 등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고 있는 자본의 이해관계만 충실하게 대변하고 있는 것이 트럼프의 근본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권위주의적, 전체주의적 체제로 회귀하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정치에 대해 '파시즘'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정부가 자본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이 정부를 통제한다는 점에서 "소수 독재"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정부는 집권 내내 대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일에 충실했고, 팬데믹이라는 거의 한 세기만에 찾아온 전지구적 재앙도 이런 흐름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이를 틀어막고 있는 꼭지점은 결국 트럼프다. 이런 이유로 트럼프가 11월 대선 패배시 깨끗하게 승복하기 어려운 이유는 "지기 싫어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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