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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 전태일, 이제 그만 불러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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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 전태일, 이제 그만 불러내자

[토론회] 전태일 50주기의 현재적 의미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자신의 몸에 불을 댕긴 전태일.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올해로 50년이 된다. 그의 죽음이 반세기가 지났지만, 여전히 '전태일' 세 글자가 사람들에게 회자된다. 그의 정신을 기리고 받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전태일 정신'이다.

스스로 '불꽃'이 된, 자신의 인생을 불꽃처럼 살다간 그의 정신을 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태일 평전>을 쓴 고 조영래 변호사는 "전태일의 몸을 불사른 불꽃은 '인간 선언'의 불꽃이었다"고 했다.

'풀빵 정신'도 언급된다. 현재로 치면 정규직 신분인 재봉사였던 자신보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시다'를 위하는 전태일의 마음을 두고 '풀빵'이라고 일컫는다.

이렇듯 '전태일 정신'이 50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되는 이유는 그의 정신이 아직 미완성이기 때문이다. '시다'로 상징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여전히 기계와 인간 사이 외나무다리 위에서 위태롭게 노동을 하고 있다.

50년이 지나도 왜 노동자들의 삶은 바뀌지 않는 것일까. 24일 전태일기념관에서는 아름다운청년전태일50주기범국민행사위원회와 전태일기념관이 주최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전태일의 현재적 의미를 짚어보며, 현재의 노동운동에서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살펴보았다.

▲ 24일 전태일기념관에서는 아름다운청년전태일50주기범국민행사위원회와 전태일기념관이 주최한 토론회가 열렸다. ⓒ프레시안(허환주)

"전태일이 아닌 또다른 노동자를 찾아야 한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50년 전 노동운동가 전태일을 지금 시대에 다시 불러내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지금도 우리가 전태일을 이야기하는 건, '안전'하기 때문이다. 전태일은 위대한 인물이다. 미래통합당에서도 전태일을 찾는 것은 괜찮은 일이다. 지금 노동운동에서 해야 할 일은 (약하고 소외받는) 또다른 노동자들을 찾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노동자를 찾아내는 것이 전태일이 했던 일이다. 그것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에 반성이 필요하다.

전태일이 여성 시다를 불쌍해하며 도와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했던 것도 훌륭하지만, 현재 사회에서는 더 나아가 그들(시다)을 주체적 존재로 바라봐야 한다. 전태일 정신 계승이 전태일이 도우려 했던 이들에게 계승됐는지, 그들이 우리 사회의 주인공으로 다뤄졌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노동운동의 주체가 돼야 하는 비정규직, 여성, 취약계층 등이 주체가 아닌 주변부로 밀려나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박 위원장은 "전태일 분신 이후 그의 죽음에 죄책감을 가진 지식인들이 공장에 들어가면서 노동사회의 큰 변화를 가져왔지만, 실제 전태일과 함께 했던 친구들은 노동운동에서 어떻게 됐는가"라고 반문한 뒤 "전태일 정신을 계승한다는 것은 노동운동 내에서도 세심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국공 사태, 전태일 풀빵 정신에도 어긋나"

주목할 점은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는 전태일의 '풀빵 정신'조차도 이어가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치열한 경쟁구조 속에서 상위 10% 안에 들어갔거나 들어가려는 이들과 나머지 90%에 속한 이들 간 대립구도가 현재 진행 중이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태가 '인국공 사태(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 논란)'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인천공항 정규직 노동자들이 공정함을 주장하며 '인국공 사태'를 비판하는 모습을 보며 화가 났다"며 "취준생의 분노를 대변해주는 정규직 노조가 기만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정규직 노조가 되레 취준생의 목소리를 빌려 이를 반대하는 모습은 기득권 지키기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이는 전태일 정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김 사무처장은 '인국공 사태'에서 취준생의 분노를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밝혔다.

"청년들이 중심부 노동시장에 진입하고자 하는 열망, 그리고 진입한 이들이 각개약진, 경쟁을 통해 사회의 우월한 지위를 득하겠다는 것을 부정할 순 없는 듯하다. 이를 인정해야 한다. 그뒤, 이런 구조를 노동운동이 어떻게 변화할지 고민해야 한다. (정규직) 조직 노조가 (비정규직 등을 위한) 기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엘리트의식을 내려놓고, (현 사회의) 적자생존, 경쟁 속에서 '공정'을 넘어서는 '모순'을 이야기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중심부와 주변부로 나눠진 노동구조를 어떻게 해제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아들 전태일 열사의 사진을 끌어안고 통곡하는 어머니 이소선 여사. ⓒ전태일 재단

"노동 문제, 자신의 문제로 가져가야 한다"

그나마 나아진 것은 주변부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하나 둘씩 세상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희정 작가는 "노동 문제는 기사나 기록으로 남겨도 사람들의 시선에 머무는 경우가 적다"며 "내 삶에 가까이 있지만 가장 천시한다. 노동 문제를 어떻게 하면 자신의 문제로 가져가게 하는가를 지속해서 고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희정 작가는 노동자 스스로가 목소리를 내는 방식을 언급했다. 희정 작가는 "노동자들이 자기 이야기를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노동현장을 생생하게 고발하는 것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자기 이야기를 성찰하면서 나오는 당사자성, 그리고 그 당사자의 서사를 만들어 가는 과정 속에서 노동자는 (주변이 아닌 중심에) 존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희정 작가는 "다행히 최근 몇 년 동안 목소리가 주어지지 않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자기의 노동자성을 인지하며 기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광장도 노동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공간이다. 다만 2008년 광우병 촛불 때나 2016년 박근혜 탄핵 촛불을 비춰보면, 광장은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노동자의 목소리를 어떻게 내느냐도 고민이다.

최준영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공통의 경험과 감각을 표출한 곳이 광장"이라며 "그 곳에서 노동자들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 즉 가치와 철학을 어떻게 전달할 것이냐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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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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