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과 대화하다 보면 참으로 황당할 때가 많다. 특히 학과 특성상 우리 과에는 외국인 학생들이 많다. 외국인 학생들은 한국어가 서툴고, 발음도 부정확해서 대화하면서 고쳐줄 때가 많다. 그러면 외국인들은 바로 알아듣고 수정는데, 오히려 우리나라 학생들은 바르게 알려 줘도 계속 이상하게 말할 때가 많다. 젊은이들과 대화하다 보면 신조어는 고사하고 문장 자체가 이해 안 될 때도 많다. 물론 알아듣기는 하지만 도대체 그 문장의 주어가 무엇이고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외국인 학생들은 한국학생이 하는 것을 눈치껏 따라하며 배운다. 그러므로 외국인과 생활하는 사람들은 언어생활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교수님 똥 싸고 오느라 늦었어요.”
이 문장은 한국학생이 필자에게 한 말이다. 그냥 일반적인 문장으로 써 놓고 본다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우선 늦은 주체가 ‘교수’인지 학생인지 명확하지가 않다. 교수님을 부르고 나서 하는 말이라면 “교수님!”이라고 해야 문장이 매끄럽다.(사실 호칭 문제도 ‘선생님!’이라고 해야 바른 표현이다. 교수는 직책명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선생님을 부를 때 ‘교사님이라고 부르는 경우는 없다.) 위의 문장을 그냥 해석하면 ‘교수님이 늦은 것’이 된다. 왜냐하면 ‘~~느라고’라는 어미는 문장 주체의 행동의 원인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의 문장을 보자.
“나 시험공부하느라고 엄마 한잠도 못 잤어.”
라고 하면 잘못된 문장이다. 내가 시험공부하는 것과 엄마가 잠을 못 잔 것은 관계가 없다. 그러므로 위의 문장은
“ 나 시험공부하느라 어제 (내가) 한잠도 못 잤어.”
라고 해야 바른 문장이다.
다음으로 학생들이 가장 많이 틀리는 것이 “똥을 싼다.”는 표현이다.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런 표현을 하고 있음이 놀라울 따름이다. 나이를 본다면 이미 성인인데 어쩌자고 ‘똥을 싸고’ 다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이미 대부분의 아이들이 배변훈련을 마친다. 그래서 똥을 싸기 전에 미리 화장실에 가서 자의에 의해 일을 본다. 이것을 우리는 “똥을 눈다.”고 한다. 즉 의지와 관계 없이 변이 밖으로 배출되면 ‘싸는 것’이고, 자의에 의해 몸 밖으로 배출하면 ‘누는 것’이다. 또한 자의에 의해 밖으로 배출하되 어쩔 수 없이 조금씩 내 보내서 말리는 경우도 있다.(대통령 통역사들은 기저귀를 차기도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조금 씩 배출해서 말린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이런 경우는 ‘지리다’라는 표현을 쓴다. 사전적으로 풀이하면 “똥이나 오줌을 참지 못하고 조금 싸다”라고 한다. 이런 경우는 가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다 큰 녀석들이 멀쩡한 화장실을 두고 똥을 싸고 다닐 수가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물론 재미있게 표현하고자 하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어휘선택의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 ‘누다’는 ‘배설물을 자의에 의해 몸 밖으로 내보내다’이며, ‘싸다’는 ‘의지와 상관없이 배설물이 몸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사전에도 “1.참지 못하고 마구 누다, 2.몸 밖으로 내보내다”라고 나타나 있다. 이에 맞춰 제목에 있는 문장을 바로 잡아 보면
“선생님! 제가 화장실에 다녀오느라 조금 늦었습니다.”
라고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표현이다. 세상이 혼잡하고 짧은 언어가 대세가 되고 있지만 가능하면 어휘선정에 신중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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