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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선 결과 수용 여부 묻자 "봐야 한다" 발언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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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선 결과 수용 여부 묻자 "봐야 한다" 발언 파문

[2020 美 대선 읽기] 바이든에 뒤지는 여론조사는 "가짜 여론조사"..."코로나19, 곧 사라질 것"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올해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승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권 일부에서 그야말로 '정치공학적' 차원에서 얘기되던 이야기들에 대해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설'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난 지는 거 싫어...선거 결과 수용 여부는 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19일(현지시간) 방영된 <폭스뉴스 선데이>와 인터뷰에서 오는 11월 3일에 있을 대선과 관련해 "나는 지는 것을 싫어한다"며 "우편투표로 선거가 조작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냐"는 진행자 크리스 윌리스 질문에 "봐야겠다. 봐라. 나는 살펴봐야 한다(I have to see. Look ... I have to see)"며 "아니, 나는 그냥 '그렇다'고 답하지 않겠다. 나는 그냥 '아니다'라고 답하지 않겠다. 나는 지난 번에도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선거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트럼프는 지난 2016년 대선 때에도 10월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대선 결과에 승복할 것이냐는 질문에 "당신(상대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긴장하게 만들 것"이라고 답했다. 경우에 따라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당시는 공화당이 야당이었고 트럼프의 발언은 '도전자' 입장에서 던질 수 있는 수준으로 받아들여졌다. 의회전문지인 <더 힐>은 이날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현직 대통령이 미국 민주주의 선거에 대해 확신이 없는 발언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비판했다.

대선 후보가 선거 과정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결과에 승복하지 않았던 가장 최근 전례는 지난 2000년 대선이었다. 당시 공화당에서 조지 W. 부시 후보, 민주당에선 앨 고어 후보가 출마했다. 개표 결과 고어가 단순 득표에서는 부시를 54만여 표나 앞섰지만, 선거인단 선거에서 부시가 '1표 차'(미국 대선에서는 270명 이상 선거인단을 확보한 후보가 최종 승자가 된다)로 최종 승자가 됐다. 하지만 플로리다주에서 워낙 표차가 적고 개표기 문제로 수만표 이상이 사실상 개표가 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자 고어 측에서 법원에 재검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한달이 넘는 공방 끝에 결국 부시 측이 플로리다주를 차지하면서 최종 승자가 됐다.

미국에서 대선은 누가 유권자의 표를 많이 받았는가가 아니라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긴 사람이 최종 승자가 된다. 메인주 등 극소수를 제외하고 대다수의 주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긴 후보가 그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 득표를 다 가져가는 승자독식제로 운영된다. 2000년과 2016년 대선에서는 실제 더 많은 유권자에게 표를 받았던 후보가 최종 승자가 되지 못했다. 트럼프도 2016년 클린턴에 비해 30여만 표 적게 득표했지만, 주요 경합주의 선거인단 투표에서 승리하면서 최종 승자가 됐다.

한편, 트럼프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측은 "미국 국민이 이번 선거를 결정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바이든 선거캠프는 "미국 정부는 무단 침입자를 백악관 밖으로 끌어낼 완벽한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가 우편투표는 선거 부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것에 대해 바이든 측이 "대선 결과에 불복하려고 작업을 하는 게 아니냐"고 비판하자, 트럼프 캠프 측은 "대통령은 11월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혀왔다"고 일축했다. 그런데 트럼프가 이날 직접 자신의 선거캠프의 발언을 뒤집은 셈이다.

'현실 부정' 트럼프 "대선 여론조사는 가짜...백인들도 경찰에 의해 죽는다"

트럼프는 이날 11월 대선을 앞두고 어떤 정치적 전선을 구축할 생각인지 확실히 드러냈다. 우선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에 따른 지지율 하락에 대해선 "가짜 여론조사"라고 현실 회피 전략을 폈다. 그는 앞선 인터뷰들에서도 "2016년 대선 때도 여론조사에서는 내가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때도 그랬는데 지금도 (자신을 반대하는 주류 언론들의) 가짜 여론조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연일 신규 확진자 수 기록이 갱신되는 등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서도 현실을 외면하는 태도를 유지했다. 트럼프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자신과 정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미국 최고 감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러지.전염병 연구소 소장에 대해 "조금 불필요한 우려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는 결국 사라질 것"이라며 초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오후 현재 확진자는 367만7천여 명, 사망자는 14만여 명을 넘어섰다.

지난 5월말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불거진 인종차별문제에 대해서도 트럼프는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밝혔다. 보수적인 백인 유권자들이 핵심 지지층이기 때문에 트럼프는 오히려 백인우월주의에 기댄 선거 캠페인을 해야 하고, 이런 사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인종차별 때문에 흑인들이 경찰 폭력에 주된 희생자가 되는 문제에 대해 "나도 화가 난다"며 "그렇지만 누구나 경찰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백인들도 죽는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앞서 MSNBC와 인터뷰에서는 "백인들이 경찰에 의해 더 많이 죽는다"며 흑인들이 경찰 폭력의 주요 희생자가 되고 있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는 이날 남부군연합기(남북전쟁 당시 노예제 유지를 주장하던 남부군이 쓰던 깃발로 인종차별의 상징으로 인식된다), 콜럼버스 등 인종주의자 동상 제거 문제 등에 대해 기존의 인종주의적 태도를 고수했다. 그는 "우리 역사의 모든 것을 지울 수는 없다. 그럴 경우 우리는 다시 남과 북이 싸워야 한다"는 궤변을 펴기도 했다.

74세인 트럼프는 77세인 바이든이 너무 나이가 많아서 백악관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바이든이 코로나19 사태를 핑계로 "지하실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고 비아냥 거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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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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