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이 제헌절 경축사를 통해 개헌을 제안한 데 대해,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구체적 내용이 없다'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왜 내년이 적기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17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박 의장의 제안에 대해 "개헌이라는 말만 했지, (현 헌법에서) 무엇을 변경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두고 봐야 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통합당 배준영 대변인도 앞서 "개헌 논의가 시기적으로 적절한지 의문이다. 21대 국회가 집중해야 할 것은 소모적 개헌 논의가 아니라 민생부터 챙기는 일일 것"이라며 "적어도 여야 간, 사회적 합의가 형성된 후에 시작되는 것이 바른 순서"라고 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박 의장이 '내년까지가 개헌의 적기'라고 한 데 대해서는 "왜 내년이 적기가 되는지 이해가 잘 안 된다"며 "개헌을 하려면 대선 전에 해야 하니 '대선이 1년쯤 남은 시점이 적기'라고 판단한 것 같은데, 지금부터 개헌을 준비해서 내년 4월까지 개헌을 완성할지 상당히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개헌을 하려면 권력구조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가 핵심"이라며 "권력 분점 측면에서는 내각제 개헌이 좋지 않겠느냐는 게 개인적 생각"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오찬을 하면서도 "권력구조 개편을 본질적으로 논의하자는 제의가 있다면 논의할 뜻은 있다"면서도 "제왕적 대통령제가 (집권 세력에게는) 얼마나 편리한데 과연 고치려 하겠느냐"며 개헌 가능성에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오찬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부동산 대책에 대해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막을 능력이 없다고 본다"고 비판하고, 대안으로는 자신이 지난 15일 언급했던 아파트 후분양제를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그는 자신이 과거 노태우 정부에서 토지공개념 3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토지공개념이라는 말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토지는 국유지냐 사유지냐 둘밖에 없는데 거기 무슨 공개념이 있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차기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서는 통합당에서 "프레시한(신선한) 인물"을 내보내야 한다면서 "서울시 인구 구조를 잘 살펴봐야 한다"는 언급을 해 눈길을 끌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설에 대해서는 "전에 시장 선거 나온 사람이 또 나오겠느냐"고, 자당 소속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대해서는 "전에 서울시장을 이미 두 번 한 사람이 또 나오겠느냐"고 일축했다.
이와 관련, '야권 후보'라는 표현이 나오자 그는 "야권은 무슨. 야권에 당이 (사실상) 하나밖에 없는데"라며 보수진영의 맹주는 통합당임을 간접 시사하기도 했다. 국민의당은 통합당을 '따라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당 혁신 방향에 대해서는 과거 2011년 무상급식 이슈나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기본소득, 후분양제 등에 대해 통합당 구성원들과 지지자들이 전향적 접근을 해야 함을 역설했다.
그는 "(내가 기본소득을 얘기한다고) 자꾸 사회주의자라고 하는데, 기본소득 주장하는 사회주의자가 어디 있느냐"며 "기본소득은 다 시장의 현실을 인식해서 하는 이야기이지 무슨 사회 낭만주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1977년 의료보험(현 국민건강보험) 도입 당시에도 경제 부처 수장들은 일제히 반대했다는 일화나, 2011년 무상급식 논쟁 당시 한나라당에서 '이건희 손자에게도 공짜 밥 줘야 하느냐'는 식의 반대 논리를 들고 나온 것에 대해 자신이 "이건희 손자가 몇 명이나 된다고…"라고 혀를 찼다는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2012년 총선·대선 당시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공약이 대선 후 당내 반대파들에 의해 좌절된 일도 도마에 올랐다.
그는 전향적 사회·경제정책에 대한 보수정당과 보수진영의 이같은 습관화된 반대는 "(멸종할) 공룡", "시대 변화를 모르고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맹비판했다. "30~40대 유권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공정·불평등·비민주인데, 통합당은 불평등·불공정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니 이 사람들이 우리 당을 안 찍는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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