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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자치는 돌멩이 수프 만들기처럼 감동하는 이웃을 더 많이 모이게 하는 에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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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자치는 돌멩이 수프 만들기처럼 감동하는 이웃을 더 많이 모이게 하는 에너지다

[김주원 박사의 '마을자치에 학과 습을 이야기하다'] ㊶돌멩이 수프를 만드는 에너지가 더 많이 마을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마을자치에서 이웃과의 협력을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을까?

옛날 아주 옛날 중세시대, 어느 작은 마을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농부가 마을 어귀에서 병사 세 사람을 목격했습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견한 농부는 마을로 달려가 외쳤습니다. “서두르세요. 문을 닫고 창문을 잠그세요! 식량을 몽땅 쓸어갈 거예요!”

병사들은 실제로 배가 고팠습니다. 마을에 들어선 병사들은 문을 두드리며 음식을 구걸하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집은 찬장이 텅 비었다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집도 똑같이 말했습니다. 세 번째 집은 문을 열어주지도 않았습니다.

마침내 굶주린 병사 중 하나가 말했습니다. “내게 좋은 생각이 있어. 돌멩이로 스프를 만들자.” 병사는 성큼성큼 걸어가 다른 집 문을 두드리고는 말했습니다. “실례합니다. 가마솥과 장작을 좀 얻을 수 있을까요? 돌멩이 수프를 좀 만들려고 하는데요.”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한 아주머니가 말했습니다. “돌멩이로 수프를 만든다고요? 제 눈으로 직접 보고 싶네요. 좋아요. 도울게요.” 아주머니는 병사들에게 가마솥과 장작을 주었고, 병사하나가 물을 길어 왔습니다. 물이 끓자 병사들은 솥 안에 커다란 깨끗한 돌멩이 3개를 넣었습니다.

이 소식은 금세 마을 곳곳으로 펴져 나갔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돌멩이로 수프를 만든다고? 우리도 좀 봐야겠어.” 장작불을 둘러싼 병사들을 이제는 마을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돌멩이로 수프를 만들 수 있는 줄은 몰랐네요.” 마을사람 한 명이 말했습니다. “만들 수 있지요.” 병사가 대답했습니다.

기다리기가 지루했던 마을사람 한 명이 물었습니다. “좀 도와줄까요.” “네 뭐 감자가 몇 개 있다면 돌멩이 수프가 더 훌륭해질 텐데요.” 그러자 그 사람이 얼른 달려가 감자 몇 개를 가져와서는 돌멩이가 끓고 있는 솥에 넣었습니다. 또 다른 사람이 물었습니다. “저도 좀 도와드릴까요.” “네.. 당근 2개만 있으면 수프가 더 근사해지겠네요.” 그러자 그 사람은 당근을 가져왔습니다. 곧이어 다른 사람들도 닭고기, 보리, 마늘, 채소를 가져와 넣기 시작했습니다.

ⓒ김주원 농도상생포럼 회장·전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얼마 후 병사 하나가 와 외쳤습니다. “다 됐어요.” 그리고 모두에게 수프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마을사람들이 수군수군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돌멩이 수프야! 맛이 끝내주는군. 이런 게 있는 줄은 미처 몰랐어.”

위 내용은 민간설화였다가 동화책으로 만들어진 내용이다. 중세시대 국가형성이 미약하여 전쟁이 자주 일어났던 마을 풍경이다. 이 이야기는 지금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을 자치가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협력을 이웃과 함께할 수 있는 ‘돌멩이 수프 만들기’와 같기 때문이다.

돌멩이 수프는 물론 병사들의 대담한 아이디어였다. 마을에서도 병사들과 같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열정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수프를 함께 만들어 나눌 수 있는 이웃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들을 우리는 창조적 혁신 리더라고 생각한다. 마을의 돌멩이 수프에 작은 손길을 더하는 이웃이 많아질 때 마을의 꿈은 맛있는 돌멩이 수프로 만들어져 마을사람들이 모두 맛있게 나누어 먹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돌멩이 수프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원동력은 리더의 열정이다. 열정은 사람들을 감동하게 한다. 열정을 목격할 때 사람들은 기꺼이 도우려고 한다. 그리고 열정은 가짜로 흉내낼 수 없다. 사람들은 날조된 것을 대번에 알아본다.

실제 상품과는 다르게 말만 번지르르한 중고차 영업사원, 장터 호객꾼, 표리부동한 정치가가 우리를 화나게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미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열정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기보다 훨씬 더 까다로운 주제다.

마을자치가 성공할 수 있는 길은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맛있는 돌멩이 수프를 만들 수 있도록 이웃이 가지고 있는 여분의 재료들을 모아 함께 나누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마을자치이자 지역혁신이다.

이러한 혁신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전문가들과 공공부분이 다양한 지원책을 만들어가야 한다. 기업가들도 혁신과 관련하여 똑같은 고민을 할 것이다.

혁신적 아이디어나 열정에 더하여 이웃과의 관계는 마을자치에서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이웃과의 관계에서 두 가지 중요한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구동존이(求同存異·차이점은 인정하되 공동의 이익을 추구)’에서‘구동화이(求同化異·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며 이견이 있는 부분까지 공감대를 확대)’의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상호 의견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차이점을 애써 서로 모른 척하며 아슬아슬하게 공존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더 악화시켜 더 발전하기 어렵게 된다. 오히려 한 발 더 전진할수록 더 많은 갈등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인류학, 사회학자들 사이에서 합의된 것으로 공동체 내 사회적 병리의 현상과 문제들은 이웃이라는 관점에서 연구 논의되고 있다. 즉 비슷한 가족 배경과 인성을 가지고 있는 개인들은 어디에 살고 있느냐에 따라 매우 다른 삶을 살게 되고 사회경제적 성공의 비율도 다르게 된다는 것이다.

2017년 한국연구재단의 한국사회과학(SSK) 지원 사업으로 진행된 연구가 관심을 끈다. 연구팀은 강화군의 한 마을에서 60세 이상 노인 814명의 사회 관계망을 그렸다. 노인들에게 “사적으로 중요한 일이 생겼을 때 상의할 사람”을 6명까지 실명으로 물었다. 대부분 같은 마을에 사는 주민 이름을 적어 냈다. 한두 사람 건너 다 아는 작은 마을이라 마을 노인 전체의 ‘인맥 지도’가 그려졌다.

이 중 인맥 지도의 중심부에 있는 소위 ‘마당발’ 스타일부터 지인들과 교류 없이 혼자 혹은 배우자와 단둘이 지내는 사람까지 64명을 뽑아 뇌 기능성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었다. 뇌를 90여 개 영역으로 나눠 어느 부분이 어느 부분과 동시에 활동하고, 동시에 비활성화되는지를 조사했다.

같이 활동하는 영역은 선으로 그어 연결망을 만들었다. 이 선이 얼마나 많은지 여부가 ‘뇌 연결성’이다. 뇌 속 여러 영역이 잘 연결되지 않으면 인지능력이 떨어진다. 나이가 많을수록 뇌 연결성은 떨어지며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가 정상인의 뇌에 비해 연결성이 더 떨어진다.

본인이 마당발이고 친구도 비슷하게 마당발인 경우가 뇌 연결성이 더 좋고 인지능력도 좋다는 결론이다.


여러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인간의 뇌에는 ‘도전적인 일’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사람을 사귀는 동안 뇌는 얼굴을 인식해야 하고, 이야기를 나누려면 과거의 일을 기억해야 하며, 여럿을 그룹으로 알고 지내기 위해선 지인들끼리 관계가 원만한지 아닌지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이제까지 사회적 건강이 무엇인가에 대해선 밝혀진 것이 너무 없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단순히 많은 사람을 안다고 사회적 건강이 좋은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이 조화롭게 어울려 사회 관계망 중심부에 위치하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통신기기 발달로 친구는 많아졌지만, 속 터놓고 이야기 나눌 친구는 그렇게 많지 않은 현실에서 이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류가 세계를 정복한 가장 큰 이유가 여럿이 소통하는 능력이었다고 한다.

인간이 이 행성을 지배한 것은 인간 개인이 침팬지나 늑대보다 훨씬 더 영리하고 손놀림이 민첩해서가 아니라 여럿이서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는 유일한 종이기 때문이라는 유발 하라리(호모데우스 저자)의 주장에 더 수긍이 간다.


하지만 개인의 인지능력이 좋으므로 여러 사람과 어울리게 되는지, 사회관계가 발달한 덕에 인지능력이 좋은 것인지 과학적인 인과관계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활발한 사회활동이 인지기능 감퇴를 늦춘다는 다른 연구에서도 정확한 이유는 입증되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행복은 건강하게 사회적 활동이 활발한 사람이 더 높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혼자서만 건강하고 사회적 활동이 활발하다고 해서 더 건강하고 행복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흥미로운 결과라고 생각한다.

마을자치는 마을의 이웃과의 사회 관계망 복원이다. 마을지도자들이 더 나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마을의 미래를 그려내고 거기에 의미를 더해 스토리를 만들어 구성원들에게 확신을 주어야 한다. 그다음 끝없는 소통을 통해 이를 마을사람들과 공유하여 유연한 협력을 끌어내야 한다.

이러한 리더를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Visionary leader)라고 한다. 이러한 리더를 찾고 맞장구치는 이웃이 더 많이 만들어질 때 우리는 지금보다 더 행복한 마을방정식을 갖게 될 것이다. 마을자치를 통해 돌멩이 수프를 만드는 에너지가 더 많이 마을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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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준

강원취재본부 전형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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