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조달청의 조달시장 독점 문제 해결을 위해 또 하나의 '실험'에 나섰다. 지방조달시스템을 국가조달시스템(나라장터)이 독점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가 새로운 자체 '조달시스템' 개발에 나선 것이다.
경기도는 15일 "조달체계에 경쟁이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으로 합리적 경쟁체제를 만들 수 있도록 도의회 의견을 수렴해 조달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선 7기 공정 정책 중 하나로, '공정조달기구'를 설치하고 조달청의 나라장터를 대체할 공정한 조달시스템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초자치단체와 시민사회, 학계, 그리고 조달시스템을 사용하는 산업계 등은 경기도의 이같은 계획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하고 있다.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9일 경기도청에서 정승현 경기도의회 의회운영위원장(더불어민주당․안산4)이 함께한 가운데 '국가조달시스템(나라장터)의 지방조달 독점 개선을 위한 공정조달시스템 자체 개발․운영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안병용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장(의정부시장),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소 부소장, 신영철 경제정의실천연합 국책사업감시단장, 박경철 경기연구원 연구위원과 중소기업 대표인 최종원 삼일씨티에스 대표이사와 김기태 아이코맥스 대표이사가 참석, 조달청 독점의 문제점과 공정한 조달시스템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이를 위한 다양한 개선책을 제시했다.
정승현 도의회 의회운영위원장은 "시의원을 3선 했는데 그때 당시 나라장터를 이용하지 말라고 주문한 적이 있다. 물품구매 내역서를 보니까 시중에서 판매하는 동일 모델보다 가격이 높게 잡혀 있었고 수수료 부담도 컸다"며 "이 수수료에 대해서 혹시 조달청에서 지방정부에 환원이나 구매 이용 내역에 대해서 감면하는 부분이 있는지 살펴봤더니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대부분 업체가 대행해서 조달등록을 하지만 등록을 했다 하더라도 모두가 공정하게 선택돼서 물품을 파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가구업체 100여곳이 등록이 됐더라도 상위 10여개 업체 정도만 선택하고 나머지는 전혀 활용을 못 한다"고 지적하며 "그런 문제에 있어서 반드시 공정한 자체 조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경기도가 2020년에 실시한 '경기도 조달행정 개선을 위한 단가비교연구'에 따르면, 일반 쇼핑몰의 한 최저가 판매제품의 나라장터 판매가격 수준은 78.3%로 나타났다. 국가조달시스템에서 판매되는 가격이 일반 쇼핑몰 대비 21.7% 비싼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이다.
또한 2017년 기준 지방정부 전체에서 납부한 조달수수료는 888억 원에 이른다. 지방정부는 나라장터를 활용하여 웃돈을 내고 상품을 구입하고 조달 수수료 또한 납부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경기도민에게 장기적으로 피해가 갈 수 있는 '불공정 시스템'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조달청 국가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가 △시중 가격에 비하여 가격이 비싼 점 △일부 업체에 의하여 독점적 입찰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 △선택 품목이 많지 않은 점 △일부 상품의 품질이 떨어지는 점 등에 대해 지적했다.
연구소는 "공공기관의 조달 관련 비리를 원천 차단하는 순기능이 크지만 '선택 품목이 많지 않고 일부 제품 가격은 시중과 비교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까다로운 입찰 조건과 특정업체 우대를 포함한 몇몇 진입 장벽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그들만의 리그'로 운영되는 것이 근본적인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지사는 "공정한 조달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독점을 이용해 바가지를 씌울 수 없게 가능하면 법률개정을 해서 합리적 경쟁체제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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