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합의안이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끝내 동의를 얻지 못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의원대회를 열어 합의안에 대해 재차 동의를 구하겠다'고 밝혔지만 중앙집행위원 다수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합의안이 대의원대회를 통과할 전망은 밝지 않다.
중앙집행위원회는 민주노총 임원, 가맹조직 대표, 지역본부장 등으로 구성된 민주노총의 의결기구다. 대의원대회는 노조 대의원 1000여 명이 참석하는 그보다 상위의 의결기구다.
민주노총은 전날인 2일 오후 5시경부터 다음날인 3일 새벽 2시경까지 중앙집행위를 열고 노사정 합의안에 대한 민주노총의 방침을 논의했다.
민주노총 대변인실의 공식 브리핑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3일 아침 중앙집행위원들의 성명이 발표됐다. 성명의 제목은 '노사정 잠정 합의안 폐기하라! 조직분열 조장하는 독단적 임시대(의)원대회 소집 철회하라!'였다.
성명에는 중앙집행위 회의 내용에 대해 "다수의 중집(중앙집행위) 성원들은 잠정합의문에 반대하고 폐기할 것을 요구하며 토론 종결 및 표결을 요구하였으나, 김명환 위원장은 '찬반 이견을 확인하고 최종 동의를 얻지 못했음을 확인하겠다, 대대(대의원대회) 안건에 대해 승인을 얻지 못했으나 위원장 권한으로 대대를 소집하겠다'고 선언하고 폐회를 선언했다"고 적혀 있었다.
이후 성명에는 합의안의 내용과 합의 과정에 대해 중앙집행위원들이 느낀 문제점이 담겨있다.
내용에 대한 비판은 '해고금지, 전국민고용보험제 등 민주노총의 핵심요구에 대한 내용이 추상적인 반면 휴업수당 감액, 근로시간 단축이나 휴업에 적극 협력 등 노동자에게 불리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골자다.
합의 과정에 대해 성명에 참여한 중앙집행위원들은 '민주노총 중집이 합의안을 처음 논의한 6월 30일 10차 중집을 앞두고 위원들에게 합의안의 내용이나 지난 주말(6월 27일) 이후 급진전한 상황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중앙집행위원들은 성명 말미에 "김명환 위원장과 주요 지도부는 재벌과 자본의 책임이 빠진 잠정합의안을 폐기해야 한다. 조직을 혼란과 갈등으로 몰아가는 일방적 임시대의원대회 소집 선언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성명에 서명한 중앙집행위원의 수는 30명이다. 중앙집행위에서 의결권을 가진 위원의 수는 임원, 가맹조직 대표, 지역본부장 등 42명이다.
위원장, 수석부위원장, 사무처장, 부위원장으로 구성된 10명의 임원 중에는 부위원장 6명이 서명했다. 16개 가맹조직 대표 중에는 8명이 서명했다. 이 중에는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건설노조, 공무원노조 등 10만 명 이상의 조합원을 가진 가맹조직이 포함됐다. 8개 가맹조직 조합원의 수를 합하면 민주노총 전체 조합원의 3/5을 넘는다. 지역본부장은 16명 전원이 서명했다.
민주노총 내에서 사실상 정치적 사망선고 받은 노사정 합의안
전날인 2일, 민주노총 내 최대 계파로 알려진 '전국회의'도 노사정 합의에 대해 해고금지 등 민주노총의 핵심요구가 관철되지 않았고 △ 기업이 '휴업수당 감액 승인 절차' 요청시 신속 심사 △ 경영위기 기업의 근로시간 단축, 휴업, 휴직 등 조치에 노동계가 적극 협력 △ 전국민고용보험에 특수고용노동자를 선별 가입시킬 것을 암시하는 내용 등 노동자에게 불리한 내용이 포함되었다는 것을 이유로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민주노총 규약상 대의원대회 소집 권한은 위원장에게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에서 노사정 합의안은 사실상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봐야 한다. 다수 중앙집행위원과 민주노총 내 최대 계파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대의원대회의 성사가 쉽지 않을 뿐더러 2019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김 위원장이 강력하게 밀어붙였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안건이 동의를 얻지 못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대회가 성사되더라도 노사정 합의안이 통과될 확률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천신만고 끝에 내부 동의를 얻는다고 해도 대화 상대였던 한국노총, 정부, 재계 등이 민주노총의 내부 의결 절차를 기다려줄지는 미지수다.
이 중 한국노총은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최종 무산"을 선언하며 경사노위에서 관련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오후에는 '코로나19와 사회적 대화'에 대한 언론 브리핑을 계획하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