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그동안의 삼성 수사(1년 7개월 수사, 110명 소환조사, 20만 쪽의 수사기록)를 뒤집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이재용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 소식에 많은 국민들이 “대한민국은 과연 ‘법치국가’인가? 삼성공화국인가?”하며 허탈해 하고 있다.
“우리나라 법은 만인에게 평등한 게 아니라 만 명에게만 평등하다”는 우스갯소리처럼 씁쓸한 풍자와 분노 섞인 냉소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2017년 법원은 버스요금 24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버스기사에 대한 항소심에서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 달 24일 법원은 동네에서 고물 줍는 일을 하면서, 라면 다섯 봉지를 훔친 60대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수 조원에 달하는 단군 이래 최대 회계 부정사건”(심상정 정의당 대표)으로 명명되고, “공장바닥을 뜯어 증거를 인멸하다가 직원이 구속되는 등 증거인멸 시도를 계속했고, 혐의가 엄중함에도 연루 사실을 계속 부인하는”(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위법·탈법 행위가 과연 이 사람들의 죄보다 가벼울까?
오죽하면 12년 만에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서 “이재용 씨는 욕심을 비우고 양심을 찾으시오”라는 성명까지 냈을까? 사제단은 “지금까지 단죄와 처벌이라는 지당한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언짢은 일들이 똑같이 반복되었고, 보란 듯이 불의가 승리하는 그때마다 평화는 조각났으며 사람들의 마음은 무너져 내렸고, … 결국 그들 또한 죄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지 못하였다”며 쓴 소리, 바른 소리를 하고 있다.
왜 세월이 흘러도 ‘삼성’과 그 ‘일가’의 행태는 달라지지 않을까?
필자는 2013년 국제중 비리를 파헤치면서 언론으로부터 ‘국제중 저격수’라는 별명과 함께 ‘삼성과 싸워 이긴 최초의 한국인’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그러나 과연 내가 이긴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인 이 아무개 군이 자퇴하는 것으로 모든 게 덮였다. 이후 삼성이 조금이라도 달라지고 좋아지기를 기대했는데, 세월이 흐르고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음에도 삼성 일가의 행태를 보면 여전히 ‘특권을 이용한 반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2012년 12월과 2013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훈초 6학년 졸업반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분명 우리 아이보다 공부를 못하는데, 이건희 회장 손자인 이 아무개 군은 국제중에 합격하고 우리 아이는 떨어지고... 이게 말이 되나요?” 하면서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 합리적 의심과 불만은 어느 순간 민원과 제보가 되어 당시 서울시 교육의원이던 내 귀에까지 전달됐다.
실체적 진실에 어떻게 접근할까 심각하게 고민하던 중, 한겨레가 1월 22일 먼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이 영훈국제중에 ‘사회적 배려 대상자(이하 사배자)’ 전형으로 합격했다”고 보도했다. 이 특종에 거의 모든 언론이 “이재용·임세령 부부 아들이 ‘사배자’ 전형으로 국제중에 입학했다며 도배하듯 보도하기 시작했다.
재벌가 아들이 어떻게 사배자가 될 수 있느냐며 세간의 관심이 부정적으로 쏠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삼성 측에서 보도자료를 냈다.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은 2009년 이 부회장이 이혼함에 따라 ‘비경제적 배려 대상자’ 가운데 ‘한 부모 가정 자녀’에 해당돼 사배자 전형에 지원할 수 있었고(원래 ‘저소득층 한 부모 가정’으로 되어 있는 규정을, 2011년 교육청이 슬그머니 ‘저소득층’을 떼고 ‘한 부모 가정’으로 지원조건이 바꾸었다. 왜 바꾸었는지? 외압은 없었는지? 그 내막과 실상이 궁금하다.) 삼성 측은 바뀐 규정에 따라 문제없이 지원한 것이라며 “규정에 어긋남이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일가의 문제인데 왜 기업체인 삼성 측에서 보도자료를 낼까? 공사 구별도 못하나?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는 마치 대학총장 자녀의 문제에 대해 총장이 아닌 학교 측이 보도자료를 낸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지인이 그것은 “삼성그룹 차원에서 관심있게 보고 있는 사안이니 함부로 보도하지 말하는 신호”라고 귀띔해 주었지만, 과연 그것이 전부일까, 뭐 낀 놈이 성낸다고 혹시 더 숨기고 싶은 것은 없을까 그런 의문이 들어 더 깊이 있게 파고 들었다.
그 무렵 한 학부모가 영훈국제중에 비리가 있다며 의원실을 찾아왔다. 이곳저곳에 하소연했는데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며 나를 찾아온 것이었다.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2009년 힘없는 학생들을 대신해 급식비리 등 사학비리를 교육청에 공익제보하며 감사를 요청했다가 학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파면 당했을 때 관련 국가기관이라는 국가기관은 다 찾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도움을 주는 곳이 없어 목 놓아 울었던 경험이 있는 터라 나는 그분의 민원을 허투루 들을 수가 없었다.
양심선언을 한 A씨의 자녀는 영훈국제중에 일반전형으로 응시했다가 떨어졌는데, 얼마 후 학교 측에서 입학 의사를 묻는 전화를 해왔고, 학교발전기금 명목으로 2000만 원을 요구해 현금을 줬다고 했다.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교육청과 학교에 자료를 요구했지만 감추려고만 했다. 뭔가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영훈국제중의 편입학 비리를 밝히기 위해서는 사립학교 특성상 법인 이사장을 설득, 압박하는 수밖에 없었다. 수소문 끝에 이사장의 동거녀의 자녀가 2010년 국제중에 편입학한 비리를 알아냈고, 이 문제를 거론하자 영훈국제중이 마지못해 자료를 제공했다. 요구자료를 통해 알아본 결과 입학 대기자나 편입생이 영훈국제중에 들어가려면 2천만 원을 내야 한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한동안 국제중 학부모들의 민원이 쇄도했다. 별 것 아닌 것으로 강제 전학조치 되거나, 경제적 사유, 왕따, 괴롭힘 등 이런 저런 사유로 학교를 떠나야만 했는데, 그 자리를 기다렸다는 듯이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의 자녀가 들어와 차지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실제로 ‘2013년 영훈국제중 학부모 직업 현황’에 따르면 사배자 전형 중 비경제적 부문 학부모(16명) 중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연 500억대 매출의 중소기업 대표 등 사업가(4명),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 의사 등 의사(2명),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 강남의 빌딩 임대업자 등 특권층·부유층의 비율이 7명으로 43.8%)
성적조작 통해 부정입학하고도 왜 끝내 ‘침묵으로 일관’했을까?
영훈국제중 전형 운영의 투명성도 의심스러웠다. 영훈국제중 입학생의 출신학교를 살펴보면 영훈초 출신이 나머지 학교를 압도했다. 보통 한 초등학교당 1~2명, 많으면 3~4명의 학생이 영훈국제중에 입학하는데 비해, 영훈초는 약 20명의 학생이 영훈국제중에 입학하고 있었다. 이들이 이용하는 전형이 바로 비경제적 사배자였는데, 2013학년의 경우 비경제적 사배자 16명 가운데 6명이 영훈초 출신이었다.
사배자 전형기준도 미심쩍긴 마찬가지였다. 당초 2010년도까지는 자기소개서 5점, 학교생활기록부 및 생활통지표 65점이었으나, 2011년부터는 학습계획서 15점, 2012년에는 자기개발계획서 15점 등으로 배점 기준이 달라졌다. 왜 바꾼 것일까? 누구를 염두에 두고? 계속 의문의 꼬리가 더해졌다. 객관적인 ‘성적’보다 다분히 주관적인 ‘계획서’ 등의 배점이 높아진 것으로 보아 특정 학생들을 염두에 두고 배점을 달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나의 합리적 의심은 교육청 감사와 검찰수사를 통해 상당수 사실로 드러났다. 이사장과 학교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공모해, 2009~2010년 신입생 추가 입학 대가로 학부모 5명으로부터 총 1억 원을 수수했고(5년 동안 편입학 대가로 학부모 5명에게서 총 1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게 전부일까는 여전히 의문), 2012과 2013년 신입생 선발 시 특정 학생을 합격시키거나 불합격시키기 위해 무려 867명의 성적을 조작했다.
특히 부유층 학부모의 자녀를 뽑기 위해 부모 없는 학생들의 성적을 깎아 불합격 처리했다는 점에서 가히 충격적이었다. 탈락권인 500등 밖의 6명 학생에게는 주관적 점수 만점을 줘서 합격권으로 끌어올린 반면 합격권 안에 있는 학생 중에서 부적격자로 판단한 학생들에게는 주관식 점수를 깎아, 세상에 1점이라는 최하점을 줘서 떨어뜨렸다. 사실상 부모의 배경을 보고 ‘학생 골라 뽑기’, ‘학생 바꿔치기’를 한 것이다.
나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아들의 영훈초 재학시절, 당시 4800만원 상당의 컴퓨터 50여 대를 학교에 기증했다는 사실을 알아낸 후, 같은 법인인 영훈국제중 사배자 전형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닐까 싶어 계속 이 문제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았다.
이 부회장의 아들 이 아무개 군은 비경제적 사배자 전형으로 입학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이건희 회장의 손자가 사배자 전형이라니, 석연치 않았다. 비경제적 사배자의 합격생 점수집계표를 보니 일부 학생은 성만 기재됐고 이름은 지워져 있었다. 그중 14~16위를 한 3명의 학생들이 부정입학생이었는데, 15위로 입학한 학생의 성이 ‘이씨’였다. 해당 학생이 누구인지 학교와 교육청에 요청했지만 알려주지 않았다.
가만히 살펴보니 영훈초 출신 6명 중 이씨 성을 가진 학생이 2명이었다.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 이 아무개 군과 경찰관 아들의 이 아무개 군이었다. 경찰관 자녀의 학부모와 통화를 했다. 그 학생은 수학 영재반 출신으로 교과성적이 50점 만점에 49점이었다. 남은 것은 이 부회장의 아들 이 아무개 군이었다. 확실한 심증 아래 교육청과 학교 관계자에게 사실을 확인하니 그들도 어쩔 수 없이 맞다고 시인했다.
이 부회장 아들의 점수집계표를 보면, 교과성적이 45.848점이었다. 반면 자기계발과 추천서는 50점 만점이었다. 교과성적이 45점대라면 나쁜 편은 아니지만 합격권은 아니었다. 국제중의 합격권은 교과성적이 49점대다. 이 부회장의 아들 이 아무개 군은 성적조작을 통해 주관식에서 점수를 만회한 것이었다.
내가 마치 탐정처럼 넉 달 동안 실체적 진실을 향해 수사망을 좁혀가자, 삼성과 기득권 집단의 회유와 압박도 점점 온도를 높여갔다. 저들 표현대로 “어디서 굴러먹다 온 듣보잡”인 내가 멋도 모르고 겁 없이 국제중 비리와 함께 이 부회장 아들의 부정입학 문제를 건드린 셈이다.
영훈국제중 이사장으로부터 명예훼손 고발을 당했던 일, 하루에도 몇 번씩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수차례 협박 전화를 받던 일, 소위 건장한 어깨들(?)이 미행하고 납치 시도를 하는 등 신변 위협을 당했던 일, 이후 절대 혼자 다니지 않고 골목길을 피해서 다녔던 일, “원하는 게 뭐냐? 부정입학 사실만 눈감아주면 원하는 것 다 들어 주겠다”고 달콤하게 회유하던 일, “대한민국이 삼성공화국인 거 모르냐? 삼성과 맞섰다가 잘된 사람 봤느냐”며 사실상 겁박하던 일, 또한 이른바 삼성장학생(?)으로 보이는 유명한 사람들이 다녀갔던 일 등.
또 “우리가 비싼 학비 다 부담하면서 우리 아이들 조금 좋은 학교 다니게 하겠다는데, 대체 뭐가 문제냐? 소득의 40% 정도를 세금으로 내니 사실상 우리들의 세금으로 나라가 유지되는 셈인데, 그럼에도 우리를 도둑 취급할 뿐 과연 한국사회는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해주고 있느냐"며 강한 불만과 함께 일장 설교를 하던 대기업 회장님, 아무래도 건들면 안되는 성역을 건든 것 같다며 날 걱정하던 정보과 형사, ”보아하니 곽노현 전 교육감과 가까운 사이라서 봐줄래야 봐줄 수가 없네요“ 라고 했던 고검 검사, “교육의원은 면책특권도 없는데 어쩌려고 그러느냐? 김 의원은 할 만큼 했으니 여기서 더 나아가면 다칠 수 있으니, 이제 그만하고 국회로 넘겨라. 그러면 우리가 국정감사에서 확실하게 다루겠다”고 했던 당시 여야 국회의원들.
그래서 나는 “오늘 못 본 것으로 하겠다. 한번만 이렇게 불쑥 또 찾아오시면 그 때는 실명을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했던 일도 있다. 그뿐이 아니다. 백화점 아니 빌딩 하나 주면 눈감아 주겠다고 하라던 지인의 조언, 한 방송사에서 뉴스 전반부에 이재용 부회장 아들의 부정입학을 크게 보도하려고 했지만, 외압으로 뉴스 끝부분에 짧게 나갔던 일, 한 언론사 기자가 나와 인터뷰한 것을 보도했다가 왜 사전에 우리와 협의하지 않았느냐며 삼성 측으로부터 강한 항의를 들었다며 내게 전화해 “의원님은 괜찮으세요? 부디 몸조심 하세요” 그런 소리까지 들었던 일, 아들에게 “아빠 때문에 삼성 들어가기는 다 틀렸다”는 얘기 들었던 일...
어디 이것뿐이랴? 당시 서울시의회 새누리당, 문용린 교육감과 서울시교육청, 그리고 동아·조선일보, 여기에 일부 사학연합회, 교총, 공학련, 학사모 등 보수단체까지 정치공세를 넘어 나에 대한 자격심사, 사퇴 압박, 의원직 제명 등 과도한 인신공격과 신상털기도 서슴지 않았다. 교육의원 하나를 잡겠다고 총출동을 해서 융단포격을 가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마지막 단추는 끼울 구멍이 없어진다!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나라고 어찌 겁나고 무섭지 않았겠는가? 어쩌면 이렇게 살아있는 게 기적일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삼성일가와 맞섰다가 가시밭길을 걸었던 노회찬 의원을 비롯해, 노조 만들다 테러 수준의 어려움 겪은 사람들 얘기, 그리고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 출신 김용철 변호사의 생생한 증언 및 삼성이 책으로 위장해 500만원의 현금다발을 보냈다는 이용철 청와대 전 비서관의 폭로까지 모두 알고 있는 마당에.
고민이 깊어졌다. 거의 일주일은 잠을 제대로 못 잔 듯하다. “나는 이미 2009년 파면 당했을 때 사실상 죽은 목숨이다. 그런 나를 다시 살려준 것은 2010년 6.2 지방선거 통해 교육의원 만들어 준 서울시민이다. 그러면 은혜를 갚는 마음으로 최소한 밥값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고 그래서 결심했다. “아무리 우리나라 최고의 재벌이라도 돈으로, 힘으로 안되는 게 있다는 것을 한번쯤은 보여주자, 이런 일 하라고 하늘이 나를 교육의원 시켰나 보다”, 그런 마음으로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와 결심으로 회유와 압박에 아랑곳없이 이 부회장 아들의 부정입학 사실을 기자들 앞에 공개했다.
나는 솔직히 이 정도까지 진실이 드러났고 핫 이슈가 되어 국민적 공분이 날로 높아가니, 당연히 교육청은 부정입학 사실을 공개하고, 삼성 일가 또한 솔직하게 고백하고 사과하는 등 책임 있는 자세로 나오기를 기대했고, 또한 그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삼성과 그 일가는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 이 아무개 군의 영훈국제중 부정입학을 처음에는 부인했다가(사배자 전형으로 적법하게 들어갔다고 변명) 사실로 드러나자 계속 침묵만 지키고 있었다. 그냥 뭉개고 지나가자는 생각이었을까?
안되겠다 싶어, 이러다 끝내 묻히겠다 싶어 5월 29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리고 마침내 낮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주관식 채점 영역에서 만점을 받아 영훈국제중에 합격한, 이 부회장 아들이 포함된 사배자 전형 점수집계표를 공개해 버렸다.
그러자 더 침묵할 수 없음을 알았는지, 다음 날 이 부회장은 “아들의 학교 문제로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 학교를 그만두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삼성 측의 태도는 여전히 “교육청의 감사 결과 등에 상관없이 학교를 다니기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고, 국내와 해외의 학교를 알아봤다”면서 “최근 일고 있는 부정입학 의혹이 자퇴의 계기가 아니다”라고 잠꼬대 같은 소리를 해서 큰 비웃음을 샀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오너 일가의 문제면 덮어놓고 무조건 두둔하고 비호하기에 바쁜 삼성, 과연 글로벌 기업이 맞는가 싶다. 한 술 더 떠 현재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 기소 여부 사건에도 어쩌면 최대의 피해자인 삼성(기업)이 왜 가해자인 이재용 부회장을 위해 저토록 애걸복걸 애쓰는지, 그 모습이 눈물겹다 못해 안쓰럽다. 삼성 임원진 눈에는 오너만 보이고 국민들은 안중에 없는 것일까?
부디 이재용 부회장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마지막 단추는 끼울 구멍이 없어진다”는 말을 가슴깊이 성찰해 보기 바란다. 이제 ‘특권을 이용한 반칙’은 더 이상 통하지 않고 통해서도 안된다. 세계 최고의 기업을 꿈꾸면서 왜 그런 구시대적 악습과 악행을 버리지 못하는가? 한번쯤 2013년 국제중 부정입학에서 과연 자유로운가와 함께, 국제중에 당당하게 합격하고도 부모의 배경이 부족해 어이없이 탈락한 학생의 눈물과 학부모의 억울한 심정을 헤아려보고, 아울러 미국의 부자들이 왜 존경받는지도 생각해 보면서 진심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끝으로 사제단의 조언처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현 씨에게서 한 수 배우기 바란다.
“두 사람의 아버지들은 똑같이 자리에 누워서 병든 채 일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노재현 변호사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거듭 광주의 영령들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자식의 도리입니다. 이재용 씨는 자신과 아버지의 죄를 씻을 수 있도록 대법원의 판결에 깨끗이 승복하고 욕심을 버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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