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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DNA 채취, 영원한 낙인 정당한가?

노조활동으로 DNA 채취·보관된 노동자, 삭제소송 패소에 항소 및 헌법소원

파업 중 DNA가 채취·보관된 노동자가 29일 DNA 신원정보 삭제소송 패소에 항소하며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DNA법) 헌법소원을 청구한다.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와 전국금속노조 KEC지회, 진보네트워크센터는 "DNA법이 재범의 위험성과 무관하게 DNA신원확인정보를 보관하고 이를 삭제할 수 있는 근거조항도 마련하고 있지 않다"며 헌법소원 청구 이유를 밝혔다.

이번 항소와 헌법소원은 지난해 12일 노동조합 파업 농성과 관련해 부당하게 DNA신원확인정보가 채취된 주식회사 KEC 소속 노동자 H 씨의 행정소송 패소에 따른 것이다.

H 씨는 2015년 노사분쟁 당시 직장폐쇄 철회를 요구하면서 공장 점거 농성을 벌인 것과 관련해 동료 노조원 47명과 함께 대구지검으로부터 DNA감식시료채취를 요구받았다. H 씨 등 일부 노조원이 이에 불응하자 대구지검은 영장을 집행했다. H 씨는 2016년 DNA 감식시료 채취 영장 발부 과정에서 '절차적 권리가 보장되지 않았으며', '불복절차 규정이 없다'는 점을 들어 헌법소원청구를 제기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2016헌마344)

H 씨는 헌재의 이같은 결정을 근거로 지난해 검찰총장에 DNA 신원확인정보를 삭제해줄 것을 청구했으나 거부당했다. 이에 H 씨는 지난해 6월,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와 금속노조 KEC지회, 진보네트워크센터와 함께 관한 검찰총장에 'DNA 신원확인정보 삭제'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또 DNA 채취 대상자에게 삭제청구권을 인정하지 않고 사망할 때까지 DNA 신원확인정보를 보관하도록 한 DNA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정을 신청했다.

그러나 지난 12일 서울행정법원은 "삭제청구권이 없다"는 이유로 H 씨의 행정소송 각하 선고를 내리며, 위헌법률심판제청에도 기각 판결을 내렸다.

중범죄자 재범 막기 위한 DNA법, 그러나…

DNA법은 입법 초기부터 과도한 인권침해 논란이 있었다. 중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한 법임에도 실제로는 중범죄자라 할 수 없는 노동자와 활동가, 학내 민주화를 위해 투쟁한 대학생들에게까지 강압적으로 DNA 신원확인정보를 채취·보관하는 등 광범위한 남용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비판에 따라 지난 1월부터 DNA법 개정안이 시행됐으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개정된 DNA법은 DNA 채취영장 발부 시 채취 대상자에게 서면으로 의견진술 기회를 부여하고, 관련 처분에 불복 절차를 마련한 내용을 골자로 한다. 만일 불복 절차로 DNA 채취 처분이 취소되면 수집된 DNA 신원확인정보를 삭제해야 한다.

DNA법 제13조는 "△당사자가 사망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형인 등이 재심에서 무죄, 면소, 공소기각 판결 또는 △공소기각 결정이 확정된 경우 또는 △구속피의가 검사로부터 혐의 없음 등의 처분을 받거나 △법원의 무죄, 면소, 공소기각 등의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한해 삭제를 인정"하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당사자들의 의견 진술 기회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서는 서면이 아닌 '구술'을 원칙으로 해야한다"며 영장발부 과정에서 당사자의 의견 진술 기회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 DNA 채취가 무분별하게 허용되는 기존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인권단체들은 "재범가능성 여부와 무관하게 일단 DNA신원확인정보가 채취되면 대상자가 사망할 때까지 영구무한으로 보존된다"며 "DNA를 채취·보관하는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재범 위험성'을 채취 요건으로 규정해 재범 위험성이 없는 경우 삭제 기한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사망 시까지 보존'은 위헌 소지가 있다

민변 등은 법원이 "DNA법 제13조가 규정하는 삭제 조항 외에 '수형인 등의 DNA 신원확인정보 삭제사유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DNA 신원확인정보의 삭제를 요구할 조리상 신청권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이번 판결에 대해 "삭제 조항이 존재하지 않아 발생한 입법 부작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DNA 신원확인정보를 사망 시까지 보관하는 것은 대상자가 생존하는 동안 재범의 위험성이 계속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침해최소성의 원칙이나 법익균형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밝혔다.

헌재도 지난 2011헌마28 결정에서 소수의견으로 "대상자의 사망시까지라는 불확정의 장기간 DNA 신원확인정보를 컴퓨터 파일의 형태로 보관할 경우 그만큼 정보의 유출, 오용 및 오염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며 사망 시까지 보존하도록 한 규정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4명의 재판장(이정미, 이진성, 김창종, 서기석)은 위헌결정은 아니었지만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범죄예방의 필요와 사회적 낙인으로 침해되는 사익과의 균형등을 고려하여 일정 기간 재범하지 않은 적절한 범위의 대상자의 경우에는 DNA 신원확인정보를 삭제할 수 있도록 입법하는 것이 국민의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더욱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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