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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병' 매년 6700명 발생, 안산 유치원 식중독 진짜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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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병' 매년 6700명 발생, 안산 유치원 식중독 진짜 원인은?

[안종주의 안전사회] 4년 전 ‘햄버거병’ 아이 사건과 같은 당국의 총체적 부실 대응 없어야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의 한 유치원에서 지난 16일 교사를 포함한 유치원 어린이가 대거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에 걸렸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콩팥이 망가져 투석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사건 발생 열흘 가까이 지나 알려져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안산시가 25일 밝힌 것을 보면 식중독 증세를 보인 교사와 원생은 모두 100명 가랑이며 이 가운데 22명이 입원했다. 입원 환자 가운데 14명은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으로 인한 합병증 중 하나인 용혈성요독증후군 의심 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5명이 신장 기능이 나빠져 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들어 해마다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환자가 1백 명 넘게 발생하고 있다. 2005~2013년에는 매년 40~70명대를 기록하다 2016년 104명, 2017년 138명, 2018년 121명, 2019년 144명으로 집계됐고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이미 34명이 보고된 바 있다. 안산 상록구 유치원 집단 발병은 단일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사건으로서는 국내에서 최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식중독의 위협 속에 살고 있다.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은 그 가운데 특별하다. 좋은 항생제가 많이 개발돼 시중에 나와 있고 의료기술이 뛰어난 오늘날 식중독으로 숨지는 경우는 선진국에서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용혈성요독증후군을 일으키는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은 차원이 다르다.

O-157:H7 병원성대장균이 대표적인 병원체인 장출혈성대장균은 콩팥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어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하고 사망하지 않더라도 콩팥 기능을 완전히 망가트려 평생 심각한 장애를 지니게끔 만드는 무서운 감염병이다.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에 걸리면 설사, 복통, 발열 등 증세가 나타난다.

▲경기 안산시 소재 A 유치원에서 지난 16일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식중독 증상 어린이가 지난 22일 기준 99명까지 늘어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섰다. 일부 어린이는 용혈성요독증후군 증상까지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25일 오후 안산시 소재 A 유치원 전경. ⓒ연합뉴스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은 2급 감염병, 24시간 내 신고해야

이 때문에 감염병 예방관리법에서도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을 결핵, 수두, 홍역, 장티푸스, 폴리오, 한센병 등과 함께 제 2급 감염병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제2급 감염병은 발생 또는 유행 시 24시간 이내에 보건 당국에 신고하여야 하고, 환자는 격리가 필요하다.

이 감염병의 전파 경로를 보면 충분히 익히지 않은 쇠고기 등 육류뿐만 아니라 샐러드, 채소 등이 장출혈성대장균에 오염된 것을 익히지 않고 날것으로 섭취할 경우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에 걸릴 수 있고, 소독되지 않은 우유 등을 마실 경우 또는 이 균에 오염된 손으로 음식을 먹을 경우 등에도 감염될 수 있다.

장출혈성 대장균에 오염된 햄버거 패티를 덜 익힌 채 조리해 만든 햄버거를 먹고 종종 걸린다고 해서 속칭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은 집단 발병 가능성이 매우 높은 감염병이다. 이 때문에 식중독 관리를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그리고 단체 급식을 하는 곳, 패스트푸드 점 등에서는 요주의 1호로 꼽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6년 네 살배기 아이가 맥도널드에서 불고기햄버거 세트를 먹은 뒤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에 걸려 심각한 영구 콩팥 기능 장애가 생겨 사회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이 사건은 당시 지자체와 식약처의 부적절한 대응과 피해자 측의 고발에 따른 검찰의 소극적 수사 등이 도마 위에 올랐고 소비자단체 등의 시위가 지난해까지 이어지기도 했다.(<프레시안> 2017.07.07. 2018.04.04. 2018.05.08. 2019.04.01.)

이 아이는 당시 의원-대학병원을 전전하며 치료를 받았지만 의료기관에서 오진에다 세균 검사도 하지 않아 병의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 병원, 보건소, 질병관리본부, 식약처 등 관련 기관 모두 이 사건에 대한 역학조사를 외면했다. 서울삼성병원에서 용혈성요독증후군 진단을 내렸지만 진단서에서 아이가 먹은 햄버거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가 이 ‘햄버거병’ 아이에 대해 총체적 무시를 한 것이다.

2016년 발생한 네 살 배기 어린이 ‘햄버거병’ 사건에서 지자체와 보건 당국, 그리고 수사 당국이 제때 조사 내지는 수사를 하지 않는 바람에 피해자 부모 등은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오랫동안 정상적 삶이 망가져 말할 수 없는 큰 고통을 겪었다.

4년 전 ‘햄버거병’ 아이 사건과 같은 당국의 총체적 부실 대응 없어야

안산 어린이 집단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발병 사건에서는 두 번 다시 이와 유사한 일이 재현되지 않아야 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린이들을 하루빨리 치료해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다음 이 감염병이 발생한 원인을 보건 당국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밝혀내야 한다.

또 발생 과정과 대응 과정에서 유치원과 식재료 납품업체, 지자체 보건 당국, 병원, 교육 당국, 그리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때 신속하게 대처했는지, 왜 집단 발병 후 뒤늦게 알려졌는지, 감염병 신고를 법 규정대로 했는지 등도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10만 명당 2.1명꼴로 이 질병이 보고되고 있다. 6700명 정도의 환자가 매년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환자 발생이 가장 많은 연령대는 생후 6개월에서 4살 사이 어린이다.

미국에서는 2006년 소고기가 아니라 오염된 시금치 때문에 병원성 대장균 감염병 환자가 집단적으로 발생한 적도 있다. 2009년 6월에는 네슬레 톨 하우스 쿠키 반죽이 O157:H7 병원성 대장균에 오염돼 덜 구워진 쿠키로 인해 30개 주에서 70명의 감염병 환자가 발생했다.

O157:H7 병원성 대장균이 용혈성요독증후군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히지만 최근에는 다른 유형의 병원성 대장균도 문제를 일으켰다. 2011년 5월 독일에서는 콩과 식물인 호로파 싹 채소가 O157:H7의 사촌 격인 O104:H4 병원성 대장균에 오염돼 이를 먹은 3800명이 피가 섞여 나오는 설사병으로 고통을 겪었다. 이 가운데 800명 이상이 용혈성요독증후군으로까지 발전됐으며 36명이 사망 또는 중증 환자였다.

따라서 정부도 안산 유치원 집단 식중독 사건을 조사하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살펴야 한다. 식재료 관리에 허점이 없었는지, 유치원 식단과 위생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관리감독 관청의 업무 소홀이 없었는지도 이들 관청을 감사 내지는 감독하는 기관이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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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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