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요원의 직접고용이 발표된 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이 미생과 미생의 싸움판처럼 비춰지고 있다. 공기업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면 청년 정규직 일자리가 줄어들 거라는 식이다. 공기업 취업준비생과 공기업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해는 정말로 충돌할까.
결과부터 말하면, 이는 사실과 다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 실시 이후 공공기관 청년 채용은 오히려 늘었다.
고용노동부는 매해 청년고용의무제 이행현황을 발표한다. 청년고용의무는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이 만 15세 ~ 34세 미취업 청년을 매년 정원의 3% 이상 고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해당 통계에는 매해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의 청년채용 인원과 정원 대비 비율이 나와 있다.
청년고용의무제 이행현황에 따르면, 공공기관 청년채용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이 시행된 뒤 35% 가량 늘었다.
2014년 1만 4356명(4.8%), 2015년 1만 5576명(4.8%)이던 공공기관 청년채용은 2016년 1만 9236명(5.9%)까지 늘었다가 2017년 1만 8937명(5.9%)으로 소폭 줄었다.
2017년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다음해인 2018년 공공기관 청년채용은 2만 5676명(6.9%)으로 35% 가량 늘었다. 2019년에도 청년채용은 2만 8689명(7.4%)으로 늘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지난 24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이런 정책(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이 없었다면 비정규직으로 뽑았을 일자리도 정규직으로 뽑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이 공공기관 정규직 일자리의 파이 자체를 늘렸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1400여 명을 직접고용하던 인천국제공항이 보안검색직원 등 1900여 명을 새로 직접고용하면 신규채용 여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 또한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 인천국제공항이 1900명의 인건비를 새로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용역비로 집행되던 돈을 인건비로 집행하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이 주로 용역업체에 지급되던 일반관리비와 이윤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는 점에 비춰보면, 직접고용 인원이 늘었다는 점만으로 신규 채용이 줄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인천국제공항에 주어지는 청년고용 의무 할당량이 1400명의 3%인 42명에서 3300명의 3%인 99명으로 늘어난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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