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남북간 강대강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북한은 군사행동을 예고하며 '대남전단 살포'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극단적 성향의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대응 성격이다.
한국 정부로서는 곤욕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미 대법원이 대북 전단 살포 저지가 적법한 판단을 내린 적이 있는데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대북 전단 살포를 강제로 제지한 사례들이 있는만큼, 문재인 정부의 미온적 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남북간 '삐라 살포'의 역사는 깊다. 과거에는 주로 정부 주도로 이뤄졌으나, 현재는 민간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행위가 성행하고 있다. 박종철 경상대 교수는 22일 <프레시안> 기고를 통해 "2000년 6.15 정상회담으로 확성기를 통한 방송과 정부의 전단지 살포가 중단됐고, 2007년 6월, 남북 사이에서 민간인에 대한 전단지 살포 중단도 합의됐다"고 지적했다. 대북 전단 살포가 다시 문제가 된 것은 2010년 천안함 사태 이후다. 극단적 성향의 탈북자 단체 등이 주도해 전단 살포가 재개 되었지만, 이명박 정부도 이를 강제력을 동원해 저지한 적이 있다.
박 교수는 "2012년 일련의 대북 전단을 둘러싼 비밀접촉에서 리선권 등 북측은 남북 합의를 위반한 데 대해 매우 분개했고 수거한 전단을 남측에 전달했다. 그해 11월 남북 합의에 의해 일부 탈북자에 의한 전단 살포는 중단된다. 이명박 정부도 경찰을 동원했다. 따라서 당시 청와대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들은 탈북단체와 전단 살포를 주도하고 있는 탈북민 출신 박모 씨 등은 자신들의 행위가 곧바로 전쟁 개전과 연결된다는 점을 정확히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일부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는 계속되는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북한 체제의 비합리성과 남한 체제의 우월성을 설명하는 내용을 넘어, 김정은 위원장 등 특정 인물에 대해 모욕하는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인도적 전단 살포'가 아니라 '도발적 전단 살포'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즉 남북 간 긴장을 촉발하기 위한 목적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박 교수는 박근혜 정부 시절 대북 전단 살포를 제재한 적이 있다고 설명하며 "박근혜 정부에서도 2014년 10월 탈북단체에 의한 전단 살포 문제가 발생하자 북측은 경고한데로 고사총으로 대응했고 우리측도 기관총으로 응사했다. 당시 우리군의 발포 책임자들은 전쟁 개전시 자신들이 전범이 된다는 각오로 대응 사격을 결정해야 할 만큼 고뇌에 찼었다고 증언했다. 이러한 위험성 때문에 박근혜 정부에서도 경찰을 동원해 전단 살포에 대해 법집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의 대법원, 대북전단 살포 제지행위 적법 판결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3월, 대법원은 당시 정부의 대북전단 살포 제지행위가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국가와 국민의 안전보장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다.
1991년 탈북한 이모 씨는 선교사로 활동하면서 대북전단 수만 장이 실린 대형풍선을 발명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풍선 5708개를 북한 쪽으로 날려 보낸 데에서 사건이 시작됐다. 정부는 2007년부터 이 씨가 민간인 거주지역에서 전단 살포를 할 때마다 군과 경찰을 동원해 제지했다. 그러자 이 씨가 대북전단 살포 금지는 표현의 자유 침해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은 대북 전단 살포를 제재하는 것이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당시 대법원은 "대북전단 살포행위와 휴전선 부근 주민들의 생명·신체에 급박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북한의 도발 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한 원심은 옳다"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5조 1항과 정당방위 및 긴급피난을 규정하는 민법 제761조 2항에 따라 국가는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북한은 이 씨가 대북전단을 날리는 행위에 대한민국이 동조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대북전단 날리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면적인 군사적 타격을 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며 "실제로 이 씨가 2014년 10월 10일 경기 연천 지역 인근에서 대북전단을 실은 풍선을 대량으로 살포하기 시작하자 북한에서 경기 연천 인근 민통선에 포탄을 쐈던 점에 비춰볼 때,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휴전선 지역 부근에 사는 국민의 생명·신체에 대한 급박하고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모든 국민은 헌법 제21조 1항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지만 이러한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 적인 것이 아니고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때 국가가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같은 판단에 근거해 대북 전단 살포 물품 사용을 금지하는 등 주민 안전을 위해 실제 제재에 나서고 있다.
무력 도발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전단 살포
정부의 경고에도 한국 민간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오는 25일 전후로 대북전단을 보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대북전단 100만 장 살포의 준비를 지난 3월 이미 마쳤고, 바람이 맞으면 언제든 살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강력 대응에 나섰다. 경찰 및 접경지역 지자체와 전단 살포 행위가 원천 봉쇄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단속에 나서고 있다. 또한, 관련 단체들을 국내법 위반으로 강력 처벌, 이러한 행위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는 전단 살포가 자칫 북한의 무력 도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2015년 8월, 북한군이 경기 연천군에 위치한 확성기 쪽으로 포격을 가한 일이 발생했다. 당시 한국군은 북한의 DMZ 목함지뢰 도발에 대응해 군용 확성기를 사용한 대북방송을 재개했었다.
당시 이 도발로 연천은 물론이고 파주, 강화, 김포 등의 접경지역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정부의 대북 전단 살포 단체의 단속 및 처벌 근거는 '휴전선 부근 주민들의 생명 보호'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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