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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바램과 바리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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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바램과 바리바리

요즘은 트로트(trot : 우리나라 대중가요의 하나. 정형화된 리듬에 일본 엔카에서 들어온 음계를 사용하여 구성지고 애상적인 느낌을 준다. 보통 전통가요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전통가요는 시나위라는 것이 있다.) 열풍으로 필자도 나름대로 운전할 때 지루하지 않은 시간을 보낸다. 온 나라가 트로트 열풍에 빠져 있다. 필자가 즐겨 듣는 노래 중의 하나가 임영웅이 부르는 ‘바램’이라는 곡이다. 멜로디도 좋지만 가사가 정말 가슴에 와 닿는 것이 많다. “(전략) 평생 바쁘게 살아 왔으니 다리도 아픕니다. ~~지친 나를 안아 주면서 사랑한다, 정말 사랑한다는 그 말 해준다면 나는 사막을 걷는다 해도 꽃길이라 생각할 겁니다.”라고 하는 구절에서는 가슴이 아려오기도 한다. 시를 평하자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는 아쉬운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노래의 제목은 두루 아는 것처럼 <바램>이다. 이 노래를 부른 가수는 <만남>이라는 노래에서도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라고 하면서 청자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그렇지만 여기에 나오는 ‘바램’이라는 단어 역시 비표준어다. 왜냐하면 우리말에는 ‘명사형어미’라는 것이 있다. 동사나 형용사를 명사로 만들 때는 ‘ㅁ’을 붙이면 된다. 그래서 ‘삶’, ‘감’, ‘옴’ 등과 같이 명사로 만들어 사용한다. 그렇다면 ‘바라다’의 명사형은 ‘바람’이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노래마다 ‘바램’이라고 하고 있으니 이 노래를 듣는 이마다 모두 ‘바램’이 ‘바라다’의 명사형인 줄 착각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실제로 초등학교 시험문제에서 “다음 중 가구가 아닌 것은?”이라는 문제에서 많은 학생들이 ‘침대’를 답으로 했다는 슬픈 일이 있었다. TV광고에서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라고 하니 아이들은 정말로 침대는 가구가 아닌 줄 알았던 것이다. 이 노래만 들은 사람들은 모두 ‘바램’이 표준어인줄 알고 있을 것이라 걱정이 된다. 그렇다고 ‘바램’이라는 단어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말에 ‘바래다’라는 단어가 있다. 사전을 통해서 보면 “1.볕이나 습기를 받아 색이 변하다. 2. 볕을 쬐거나 약물을 써서 빛깔을 희게 하다. 3.가는 사람을 일정한 곳까지 배웅하거나 바라보다. 4.‘바라다’의 잘못”이라고 나타나 있다. 그러므로 ‘바램’의 뜻을 사전적으로 풀어보자면 “볕을 쬐거나 습기를 받아 색이 변함”이라고 해야 한다. 이는 그 노래를 부른 가수가 원하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 이 노래가 계속 유명세를 탄다면 ‘바램’이 비표준어에서 표준어로 등재될 수도 있으나 아직은 ‘바람’이라고 하는 것이 어법에 맞다.

한편 ‘바리바리’는 일본어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사전에는 ‘짐을 잔뜩 꾸려 놓은 모양’이라고 나타나 있다. 원래는 ‘마소의 등에 잔뜩 실은 짐’이라는 뜻이었다. ‘곡식바리’, ‘양식바리’처럼 명사로 쓰이기도 하고, ‘나무 한 바리’, ‘달구지 세 바리’처럼 단위명사로 쓰이기도 한다.(장진환, <신문 속의 언어지식>) 그러므로 ‘바리바리’는 ‘한 바리 두 바리’ 하는 말이 겹쳐서 표현된 것으로 ‘운반해야 할 (혹은 운반할) 짐이 엄청나게 많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일본어로 바리바리(ぱりぱり는 “1.시원시원하게 씹는 소리, 2. 의복 따위가 매우 새로운 모양, 3. 위세 좋은 모습” 등을 말한다. 혹은 “1. 북북, 2. 종이나 딱딱한 것을 찢거나 긁을 때 나는 소리, 3. 오도독오도독, 4. 단단한 물건을 깨물었을 때 나는 소리, 5. 척척 등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니 우리말 바리바리를 일본어로 착각하면 안 된다.

또 한 가지 우리말에서 ‘바리’는 사람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에 관해서는 과거에 한 번 서술한 적이 있으므로 간단하게 예만 들고 마무리하려 한다. 우리말에서 군바리, 악바리, 쪽바리, 혹부리, 꽃비리(사춘기의 남녀) 등에 붙어 있는 ‘바리’, ‘부리’, ‘비리’ 등은 모두 ‘바리에서 유래한 말로 사람이라는 의미를 지닌 접사다. 제주 방어에서 냉바리(과부), 비바리(처녀)라고 하는 말도 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다.

대중적인 노래는 권력과 같은 힘이 있다. 대중가요에서 잘못된 어휘를 사용하면 모든 이들이 오류에 빠지게 된다. 그러므로 노랫말을 지을 때는 가능하면 어법에 맞는 표현을 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의 바람이었어.”라고 하면 이상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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