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계기로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사스(SARS), 메르스(MERS)에 이어 이번까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의 신종 전염병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데, 많은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기후변화와 환경파괴를 지목하고 있다. 즉 기후변화와 환경파괴 등으로 야생동물과의 접촉이 빈번해지면서 전염병이 유행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최근 코로나19로 인간의 활동이 줄어들자 야생동물들이 서식지로 돌아오거나 대기환경이 개선되고 있다. 몇 달 만에 달라진 세상은 인간의 인위적 활동이 환경을 얼마나 파괴했는지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더불어 맑고 깨끗한 하늘을 위한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환경문제와 환경정책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환경문제는 코로나의 원인이자 결과로서 크게 작용하였으며, 이를 통해 환경문제가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로 최근 역사학계에서 또한 환경사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자연의 저주>라는 책은 오늘날 코로나 사태와 관련하여 주목받고 있는 중국 창장(長江) 중류지역 환경사와 관련된 매우 귀중한 자료이다. 국내에서는 드물게 환경문제와 역사학의 만남을 시도해온 정철웅 교수(명지대)는 이 한권의 책에 그동안의 환경사 연구 성과를 결집시켰는데, 간략히 소개하도록 하겠다.
창장(長江) 중류지역의 개발과 환경악화
중국 명청시대에는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인구가 급격히 증가했으며, 인구 이동도 그 규모와 이동 범위에서 다른 시기를 압도할 정도였다. 특히나 창강 중류 지역 즉 후베이성(湖北省)과 후난성(湖南省), 그리고 장시성(江西省)은 인구 유입과 증가가 격심했던 곳으로, 외부 이주민들에 의한 하천 유역 개발로 창장 중류 지역의 경제가 크게 발달했다.
후베이성과 후난성의 양호 평원지역에서는 강과 호수 주변의 저습지에 제방을 쌓은 위전(圍田)이라는 수전이 개발됐다. 양호지역 평원의 저습지에서 생산한 미곡은 전국으로 유통되어 명대 '호광숙천하족(湖廣熟天下足)'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청 후기로 갈수록 수전의 개발은 포화상태에 이르렀으며, 유수지로 기능하였던 저습지와 호수면이 감소하면서 수해가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청대 후기에 이르러 대다수 지방 관리들은 후난성에 위치한 동정호의 수면 축소로 저수와 배수 기능이 약화될 상황을 염려하여 호수 주변에 형성된 위전의 철폐를 주장하기도 하였다.
후베이성과 후난성에는 홍수가 거의 일상적으로 발생했으며, 그런 이유로 하천이나 하천의 유실 또는 제방이 무너져 발생하는 홍수는 이 지역의 자연환경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이런 자연환경 탓에 후베이성 주민의 생활이나 심리 상태 역시 독특한 모습을 보여준다. 과거 하천 유역에서 장기간에 걸쳐 발생한 자연환경의 변화는 현재 우리가 직면한 환경문제와 완벽하게 일치한다.
더불어 청 중엽 이후 양호평원의 인구 압력이 심해지고 경쟁이 격화되면서 후베이성의 서부지역과 서북 산간지대, 후난성의 서북 산간 등지로 인구가 대규모로 이동했다. 인간의 활동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인위적인 노력은 끊임없이 계속됐다.
평야지대와 마찬가지로 산악지역에서도 수전이 개발되고 면화와 같은 경제작물이 재배되었으며, 격심한 토지 분쟁이 발생했다. 또한 산림 남벌 등 인간의 무차별적 자연개발로 환경이 변하면서 동식물의 감소와 동물들의 인간 영역 침범, 수해 등 환경 폐해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행위에 대해 자연도 결코 침묵하지 않았다.
환경과 보존을 둘러싼 격렬한 논쟁, 하천 오염으로 발생하는 질병, 자연 자원의 극단적인 개발과 이용, 광산 개발에 따른 폐수 유출과 분진, 동식물의 감소와 동물들의 인간 영역 침범, 산림 남벌, 토양 침식, 기후 변화, 어장과 어자원 감소, 식수 부족, 자연 변화에 따른 풍속 변화, 식물의 상품화 등 환경문제가 명청시대 창장 중류 지역에서 발생했다.
이에 인간은 사회를 조직하고 거대한 인적·물적 자원을 투여하는 등 끊임없이 대응했으나 인간 능력에 대한 무력감과 공포심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환경 악화로 부지불식간에 자연이 인간을 지배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자연은 정말 인간을 저주했을까?
동서양의 자연관과 환경문제를 바라볼 때 일반적인 시각은 '자연 파괴적인 서양의 자연관과 달리 동양은 자연 친화적이며 환경에 우호적이다'라는 것이다. 더불어 '환경문제는 근대 산업화 이후 발생했으며 자본주의적 생산 시스템과 기술 문명이 그것을 악화했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자연의 저주>는 원시 시대로의 회귀나 동양의 자연관 회복이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는 없으며, 현대 문명을 환경 악화의 주범이라고 보는 것은 매우 단편적인 시각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오히려 환경문제는 한 사회의 의식 및 제도가 환경과 바람직한 관계를 맺지 못할 때마다 발생한 역사적 현상임을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 인류가 역사와 문명을 만들어가면서 초래한 환경문제를 제시함으로써 인간의 행위에 대해 자연은 결코 침묵하지 않았음을 알려주고 있다. <자연의 저주>는 우리에게 환경문제에 대한 그 어떤 정치적 구호보다도 적극적인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우리 인간의 욕망을 줄이고 불편한 생활을 감수해야만 한다"
일상이 멈추자 맑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인간의 욕망을 위한 인위적인 노력을 잠시 멈추고 과거 창장 중류지역의 자연이 말해주었던 경고와 이 책의 메시지에 귀 기울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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