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년 전 신춘문예와 문예지에 응모했다가 밀려날 때마다 그러려니 하면서 당선자의 '당선소감' 만은 꼭꼭 챙겨 읽었습니다"
지난 14일 '문학과 의식' 공모 장편소설 부문에 소설 '사랑행전'이 당선돼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김선기 소설가.
39년생인 그는 올해 83세의 나이로 그토록 꿈에 그리던 소설가 반열에 올랐다. 문학에 대한 열정과 꿈으로 가득했던 청춘은 이미 아득하게 흘러갔고 수십년 몸담았던 '목회현장'마저 은퇴한지 오래됐지만, 젊은 시절의 그 꿈은 끝내 묻어 둘 수 없었다.
전주 호남성결교회를 개척해 34년간 목회하고 은퇴하고, 성결교신학대학원 교수와 한국기독교청소년협회 이사장, CBS전북방송 운영이사장 등을 역임한 80대 노(老)작가를 전주 덕진 연못 그의 집 근처 커피숍에서 프레시안이 만나봤다./편집자주
프레시안 : 어떤 생각으로 소설을 쓰게 됐나
김선기 : 목회를 마치고 은퇴하고 나서 내가 언제 하늘나라에 갈지 모르지만 남은 시간이 너무 아까왔다. 더구나 젊은 청춘을 문학하고 비벼 먹었다고 해고 과언이 아닐 만큼, 문학에 열정이 있던 사람인데 목회 접고 남은 시간이 아까왔다.
이 시간을 무얼로 메꿀까 생각하다가 젊은 날의 사랑 얘기를 쓰고 싶었다.
그래서 이 땅에 '표피문화'가 돼 있는 사랑의 언어도 '표피언어'로 도배가 돼 있는 세상인데, 보다 근원적인 '사랑의 언어'를 찾아 보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작품을 쓰게 됐다.
프레시안 : '표피적'이라는 말은 어떤 의미를 말하는가
김선기 : 그냥 마치 도금돼 버린 언어같은, 뭔가 속까지 보여주지 않고 도금된 언어, 환경에 따라서는 도금은 벗겨진다.
뭔가 본래적이고 본원적인 도금화가 많이 돼 있는 성경적으로 회칠이 돼 있는, 뭔가 입혀진 속살까지 뵈지 않고 뭔가 입혀진 그런 것들에 대해서 보다 근원적인 것을 찾아서 얘기하고 싶었다.
프레시안 : 제목이 '사랑행전'인데 성경의 '사도행전'이 연상된다
김선기 : 사도행전이 예수의 제자, 사도들이 행한 일을 기록한 것인데, 소설 '사랑행전'은 사랑의 스토리텔링이다.
프레시안 : 목회도 정년하고 팔순도 넘은 어르신이 '사랑'을 소재로 소설 쓴 계기는
김선기 : 나이 먹고 이 세상에 머물 날이 길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 저 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묻어두고 가기에는 너무 아까운 얘기가 있을 텐데 그 중의 하나가 저의 '첫사랑'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나는 목사니까 거기에다가 복음도 덧입혀서 그런 얘기를 쓰고 싶었다.
프레시안 : 오랜 첫사랑 얘기도 들려주면서 독자들에게 뭔가 전하고 싶었던 것은
김선기 : 그냥 세상에 특별한 얘기나 메시지를 전할려고 하는 자세는 아니고 이런 얘기는 누구에게나 부담도 없고 이 시대에 곰곰이 음미해 볼 만한 뭔가 어떤 사랑이나 인생의 맛이 있을 것이다 해서 쓴 것이다.
쉽게 말하면 묻어두고 가기에는 아쉽다. 이런 얘기는 많은 사람이 공유해도 좋겠다 싶었다. 아름다운 것 함께 나눈다는 의미에서 그랬다. 한 인간이 살아가면서 묻어두고 싶지 않은 얘기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프레시안 : 독자들의 어떤 반응과 공유하고 싶은 부분은
김선기 : 그냥, 누구나 다 공감할 수 있을 것으로는 믿지 않는다. 다만, 그저 함께 공유하고 공감하고 음미하고 싶은 부분들을 같이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한 심사위원이 나중에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사랑의 교과서'가 됐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그렇게까지 거창한 것은 아니고, 그들 나름대로 해석하고 공감하는 부분 있겠지만, 그런 얘기 했다고 해서 내 입으로 얘기할 것은 아니다.
프레시안 : 집필기간에 무엇이 제일 힘들었나
김선기 : 옛날 청년 때 20대때 겪었던 일들을 내가 다시 끄집어내서 쓰려니 세대차이가 많이 난다. 아무래도 노인이 쓰는 거니까 옛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그래도 '올드'하지 않게 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세대가 다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문장으로 표현하려고 애 많이 썼다, 다행히도 문장은 옛스럽기는 하는데 올드하지는 않다는 얘기 들었다.
프레시안 : 책을 쓰게 된 결정적 동기는 무엇인가
김선기 : 은퇴하고 있는데 "너 그냥 갈래?" 라는 물음이 자꾸 왔다. 이 물음에 계속 자문자답하다가 그냥 갈 수 없다. 뭔가 읽을거리는 하나 남기고 가야겠다하는 그런 생각이 계속해서 잠 못자게 했다.
곰곰이 생각하니까 뭘 읽을 거리를 남길까? 신앙에세이, 설교준비도 많이 했지만, 문학을 했으니 문학작품을 남기고 싶었다.
그저 내가 젊을 때 그냥 한가지 인생을 꿈과 열정으로 살아 갈려고 할 때 내가 첫사랑을 하게 됐는데 지극히 어렵고 가난하고 힘들고 필설로 표현못할만큼 어려울 때 첫 사랑을 만났다. 만나서 첫 데이트 하는데 찻값이 없어서 옛날에 가정교사 하면서 얻어 입은 좋은 신사복 하나 전당포에 잡히고 데이트하고 연애했다.
책에는 없지만 그때 사랑했던 얘기. 그러면서 시대적으로 내가 역사에 얽혀서 당했던 여러 가지 얘기를 사랑이라는 '황금줄'에 시대적 상황 등을 입혀 만들었다.
프레시안 : 당선 소감을 말해달라
김선기 : 나도 기쁘지만 아내가 더 기뻐한다.
왜냐면 그때 그 시절에 말하자면 저의 가족에 대한연좌제가 혹독했다. 날개쭉지가 다 꺽이고 내세울만 한 것 하나 없을 때 사랑하기 시작했는데 내가 신춘문예에 작가로 등단할 것을 담보하고 연애를 시작했다.
두서너번 턱걸이하고 다 미끌어졌다. 그때 아내에게 20대 초반에 한 약속이 60년이 걸려 이뤄졌다. 아내가 "젊은 날의 꿈을 이제 다 늙어서 이루네요" 하고 말했다.
프레시안 : 앞으로 구상은
김선기 : 단편은 안쓰고 몇 년이 걸려도 장편 하나 더 쓰려고 한다. 지금부터 구상하고 있다. 내가 목사니까 다루게 되면 '죽음의 비밀'을 다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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