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시 소재 영주댐에 수질개선을 위해 약품이 투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13일 <프레시안>은 이 지역 시민단체인 내성천보존회(이하 보존회)와 영주댐 현장을 동행 취재한 결과, 이같은 주장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날 현장취재를 진행하게 된 배경은 영주댐 환경과 관련, <프레시안>이 보도한 (2020년 5월 27일자, 6월 4일자, 6월 11일자)내용에 대해 영주시의 한 단체에서 허위사실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 단체는 또 영주댐이 '오염되지 않고 깨끗하며 주말에는 수천 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고 있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지난 13일 30도가 넘는 무더위에 보존회와 함께 영주댐 상류지역인 유사조절지의 옛 두월교로 향했다. 수풀을 제치고 두월교 입구로 들어서는 순간 바람을 타고 악취가 풍겨왔다. 악취뿐만이 아니었다. 현장의 물은 녹색 빛으로 물들어 있었으며, 일부 나무와 풀들은 죽어 있었다. 여기저기서는 물고기 사체에 파리가 득실 거렸다.
특히 물의 오염이 심각했으며, 탁도는 50cm 깊이 이후부터는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 만큼 환경오염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한 눈에 확인 할 수가 있었다. 죽어 있는 풀들 주위에는 녹조류의 일종인 청태(푸른 이끼)가 여기저기 말라 비틀어져 있었다. 보존회는 상류 현장에서 30분 가량 드론을 띄워 상류전체의 오염상태를 영상에 담았다.
이어 일행은 오후 3시 중류 지역에 위치한 모래차단댐에 도착했다. 이동하는 동안 중간 중간 현장점검은 계속됐다. 물의 오염은 중류 지역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모래차단댐에 도착하자 댐 수문을 통해 녹색물들이 굉음을 내며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쏟아져 나오는 물 주위로 불쾌한 냄새와 함께 회색빛 거품들이 하천주변으로 흉측하게 펼쳐져 있었다. 마치 세탁을 하고 난 후 더러운 때로 만들어진 거품과 흡사했다. 때마침 모래차단댐으로 차량 두 대가 들어왔다. 혹여나 관광객이면 현장의 모습에 대해 인터뷰를 요청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관광객이 아닌 영주댐의 환경평가를 위해 용역 된 대전연구소 연구원들이었다. 연구원 관계자에게 녹색물이 쏟아져 나오는 것과 흉측한 거품이 주위를 뒤덮고 있는 상황에 대해 설명을 부탁했다. 관계자는 “비가 와서 물이 탁한 것이며, 녹색 빛의 물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하천어디서나 볼 수 있는 현상으로, 거품은 물이 낙하하면서 생긴 것이다”고 설명했다.
좀 이해하기 힘든 답변이었다. 오히려 수자원공사 측의 입장을 대변하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보통 물이 낙하하며 생기는 깨끗한 하얀 거품과는 전혀 다름을 눈으로 봐도 확인할 수 있음에도 연구원 입장에서 나오는 답변이라 하기 엔 무리가 있었다.
이어 연구원에게 ‘저 물이 깨끗하다고 생각하느냐?’ 고 질문을 던졌다. 연구원은 답변을 회피했다. 재차 같은 질문이 반복되자 “생수만큼 깨끗하게 보이진 않는다. 여기보다 영주댐으로 가면 잘 확인 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또한 “영주댐엔 물의 탁도도 좋다”고 덧붙였다.
연구원의 황당한 답변에 보존회 황선종 사무국장은 현장에서 기가차단 표정을 지으며, “환경평가를 하러 온 연구진이 전체적인 평가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이쪽보다 하류의 영주댐 쪽에 물의 상태가 좋다고 한 지점을 두고 편향된 설명을 하니 용역평가가 제대로 될지 우려된다”며, “영주댐 쪽에 물이 좋다고 한다면 결국 모래차단댐의 물은 오염되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고 했다. 이어 “영주댐 사업은 상류 두월교부터 모두가 해당되는데, 어째 하류인 영주댐만 지칭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했다.
이어 보존회와 함께 하류인 영주댐으로 향했다. 그리고 영주댐이 가까워 오자 갑자기 수질이 좋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보존회 황 국장은 “수년을 지켜봐왔다.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었다. 영주댐이 무슨 ‘정수기’도 아니고 댐 주위로 갑자기 수질이 좋아진 것이 오히려 더 수상하다”며 “아무래도 약품이 투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약품투입에 대한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약품투입의 강한 의혹을 제기할 만도 한 것이 얼마 전 통화에서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최근 영주댐에 수질이 좋아졌다”, “하지만 왜 좋아졌는지 이유는 알 수 없다”며 최근 수질이 좋아진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하지 못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 시민은 “정선군 도암댐에서 수질개선제인 ‘루미라이트’ 사용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며 보존회에 제보를 한 것이다. 수질개선제인 ‘루미라이트’는 일본제품으로써 일반인들은 대부분 잘 알지 못하는 제품이다.
이에 전문가를 통해 ‘루미라이트’에 대해 알아봤다. 먼저 한 전문가는 “‘루미라이트’는 현재 일본제 수질개선제로 상당한 고가이며, 천연제품으로 평가받고는 있지만 상당한 위험성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루미라이트를 사용하게 되면 사용하는 순간부터 녹조 등 수질이 빠르게 좋아지며, 며칠정도 그 효과는 지속된다. 하지만 계속 좋은 수질을 유지할 수 없기에 유지를 위해선 많은 비용을 들여 지속적으로 투입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또한 “우려되는 점은 루미라이트를 사용하면 수질은 빠르게 좋아져 물고기에겐 좋은 환경이 만들어 지지만 약품들이 바닥에 내려앉으며, 바닥 생태계는 숨을 쉬지 못해 파괴되는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보존회는 이러한 설명을 듣고 “현재 영주댐과 댐 하류에 나타나는 현상을 보면 약품을 쓸 때와 비슷한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상류와 중류는 여전히 수질이 나쁜 반면 영주댐 주위에서만 수질이 빠르게 좋아지며, 댐 하류에 물고기들이 많아졌다”고 했다.
또한 보존회 송분선 회장은 “수시로 영주댐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분명 얼마 전만 하더라도 댐 하류엔 거품이 일며 계속 수질이 나빴다. 하지만 지금 현장을 보라. 갑자기 물고기들이 많아지고 수질 또한 전보다 좋아졌다. 눈으로 보면서 의구심이 들수 밖에 없다”고 의아해 했다.
이어 “최근 들어 영주댐에 대한 환경평가 등 여러 용역들이 연이어 이뤄지는 것도 의문이다”며, “원인도 모르게 갑자기 수질이 좋아지고, 때맞춰 환경평가가 이뤄지고, 마치 짜놓은 듯 진행되고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러한 약품투약 의문에 대해 수자원공사 측은 “지난해 9월 이후 약품처리가 이뤄진 적이 없다”고 했다.
지난 2년간 영주댐을 취재해 왔다. 지금처럼 영주댐주위의 수질이 갑자기 좋아진 것은 본적이 없었다. 이에 상류의 물과 같이 페트병에 물을 담았다. 상류 중류 하류 등 물 색깔을 비교하기 위해서다. 중류의 물은 모래차단댐의 수문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녹색물의 영상으로 대신했다.
해가 질 무렵 과거 영주댐 수몰지역에 살았던 주민 A씨를 만났다. A씨는 현재 영주에서 고깃집을 운영 중이며, 영주댐이 만들어지기 전 과거의 내성천의 아름다웠던 모습 등 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A씨는 영주댐에 주말이면 수천명의 관광객이 온다는 주장에 대해 “누가 그런 말을 합니까? 뭐 볼게 있다고”, “영주댐을 지날 때 마다 오염된 모습에 화가 난다. 과거의 내성천은 정말 아름다웠다. 오히려 그때 관광객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왔을 것이다”며, “아마 영주시민이라면 다 알 것이다”고 했다.
이날 영주댐 주변 50km 가까이를 둘러보는 동안 관광객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캠핑장에서 몇개의 텐트와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한 남자가 전부였다.
또한 영주댐의 수문을 통해 흘러 나온던 물은 하류로 흘러 가면서 다시 심각한 오염이 진행되고 있었다.
보존회 송분선 회장은 프레시안에게 “영주댐에 대한 진실이 무엇인지 잘 알게 됐을 것이다”, “사람들은 멀리서 수박 겉을 핥듯이 풍경만 바라볼 뿐이다. 직접 다가가 현장의 물을 떠보고 생태계를 살펴보라”며 “어머니의 강 내성천은 이렇게 죽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천사 같은 어머니의 살(모래)을 도려내고, 심장에 대못(모래차단댐)을 박고, 생명의 입구에 거대한 암 덩어리(영주댐)를 심었다. 그리고 말라 죽어가는 어머니의 얼굴에 오색으로 화장 칠을 하고, 썩어가는 몸에 아름답게 치장한다며 화려한 비단옷(각종 경관사업)으로 덮어 놓고 ‘아름답지 않는가?’라며 자화자찬을 하고 있다. 이것이 내성천의 진실이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4대강 마지막 사업인 영주댐 사업은 지난 2016년 12월 영주댐 본체만 준공됐을 뿐, 전체 영주댐 사업은 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준공이 되지 않았으며, 3개 국가기관에도 시스템 등록이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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