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11일 서울시장 및 경기도지사에게 지방자치단체의 재난긴급지원금 정책에서 외국인 주민이 배제되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3월18일 재난상황으로 피해를 입은 취약계층을 소득기준에 따라 긴급지원하는 '재난 긴급생활비 지원'을 발표했고 이어 경기도도 3월24일 소득과 나이에 상관없이 전 도민을 대상으로 하는 '재난기본소득 지급'시행을 발표했다. 그러나 두 지자체의 정책 모두 외국인주민은 포함되지 않아 논란을 낳았다.
이에 서울시에서 12년 째 거주중인 외국국적동포와 경기도에 거주중인 결혼이주여성 등은 이주인권단체와 함께 "지자체가 재난긴급지원금 정책에서 지역 내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주민을 배제한 것은 차별행위"라며 지난 4월2일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
외국인등록을 통해 주소를 신고한 이주민도 '주민'에 해당돼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생계의 위협을 받는 것은 외국인이라해서 다르지 않다. 또한 지방자치법 제12조에 명문으로 "지자체의 구역 안에 주소를 가진 자는 그 지자체의 주민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외국인등록을 통해 주소를 신고한 이주민도 '주민'에 해당한다는 것이 인권위의 설명이다.
인권위는 따라서 "관련법에 따라 소속 지자체의 재산과 공공시설을 이용할 권리와 그 지자체로부터 균등하게 행정의 폐택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고 있다"며 "외국인주민을 달리 대우할 합리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그러면서 "재난으로 인하여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음이 충분히 예측되는 상황에서 적절한 지원이 제공되지 않을 때, 해당지역 내 외국인주민의 취약성이 더 악화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지역사회 내 피해 회복의 효과를 떨어뜨리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이에 서울시는 "한정된 재원으로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가구 구성과 소득을 정확하기 파악하기 어려운 외국인을 지원 대상에서 포함하지 않았다"면서 "결혼이민자, 난민인정자 등 일부 외국인은 포함해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최소화했다"고 해명했다.
경기도도 "주민등록전산시스템에서 전체 현황 파악이 불가능한 외국인을 부득이하게 제외했다"며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5월4일 조례를 개정해 결혼이민자와 영주권자에 대해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의견을 제출했다.
인권위는 "코로나19 발병과 확산은 단순히 건강과 안전의 문제에 한정되지 않고 일상적인 사회생활과 경제활동을 위축·중단시켰으며 인간존엄에 상응하는 최소한의 삶을 위협하는 셰계적 재난상황을 초래했다"며 "서울시와 경기도가 재난긴급지원금 정책에서 주민으로 등록된 외국인주민을 달리 대우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로 헌법 제11조, 인종차벌철폐협약 등 국제인권규범에 위반되며 국가인권위원회법에도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주민으로 등록된 외국인주민이 재난긴급지원금 정책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국제기구, "이주민 등 취약계층에게도 동등한 서비스 제공해야"
코로나19 관련 재난긴급소득지원을 하는 독일, 캐나다, 미국, 일본 등 많은 나라가 외국인을 지원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다.
국재인권기구도 코로나19 재난상황에서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3월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UN OHCHR)는 각 국의 방역 등 공중보건 조치가 인권침해로 연결되지 않도록 <코비드-19 지침>을 마련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이주민과 난민에 대해서도 동등한 정보 접근권, 감염 테스트 및 보건 진료 보장, 건강 및 기타 서비스에의 접근을 보장해야한다. 또한 이 지침은 코로나19로 인한 전지구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이주민들이 재난긴급 소득지원 등 이러한 경제지원 프로그램에서 제외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 위원회도 지난 4월6일 성명서를 채택하면서 "인권에 기반하지 않는 국가의 조치는 가장 취약한 집단에게 고통을 가중시킬 위험이 있다"며 "감염병 퇴치를 위한 필요한 조치의 결과로 단 한 사람도 소외되어서는 안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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