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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대북전단 살포 단체 고발, 법인 취소 절차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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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대북전단 살포 단체 고발, 법인 취소 절차 착수"

"남북 정상 합의 위반, 접경지역 긴장 조성 등 공익 침해"

통일부가 대북 전단을 살포한 민간 탈북자 단체를 고발하고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10일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오늘 정부는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과 큰샘(대표 박정오)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여 대변인은 "정부는 두 단체가 대북 전단 및 페트(PET)병 살포 활동을 통해 남북교류협력법의 반출 승인 규정을 위반했으며, 남북 정상 간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함으로써 남북 간 긴장을 조성하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안전에 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등 공익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은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이날 기자들과 만난 통일부 당국자는 이들 단체의 전단 살포에 대해 기존에는 남북교류협력법을 적용하지 않았으나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에 전단 살포 금지 명시 △2016년 전단 살포를 제한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 △전단 살포 물품 및 기술의 발전 △코로나 19로 인한 방역 강화 △남북 접경지역 주민들의 민원 등의 사정변경 사유가 있어 해당법을 근거로 단체들을 고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통일부 당국자는 법인 설립 허가 취소를 추진하게 된 배경으로 해당 단체들이 설립 허가를 받았던 목적 이외의 행동 및 허가 조건에 위배되는 행위를 했다는 점을 꼽았다.

이 당국자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의 경우 설립 허가를 받을 때 제출했던 법인의 목적이 정부의 통일 정책 추진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 평화통일에 이바지하겠다는 것이었고 큰샘의 경우는 탈북청소년을 돕는 활동을 하겠다는 것이었다"며 "현재 이 두 단체가 하고 있는 전단 및 페트병 살포 행위가 이같은 설립 목적에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통일부가 두 단체의 설립 허가를 낼 때 단체 활동이 정부의 통일정책 추진과 평화 통일 환경 조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이뤄져야 하고, 이에 저해한다고 판단되면 설립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조건이 있었다"며 "이 조건에 비춰보더라도 (전단과 페트병 살포는)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조치는 북한이 지난 9일 대북 전단 살포를 이유로 남한과 모든 통신선을 차단하고 남북 정상 간 합의를 파기할 뜻을 시사하는 등 강경한 자세를 보이자, 북한의 추가 행동을 막기 위한 상황 악화 방지 목적이 커 보인다.

남북 간 연락이 차단된 데 대한 고발 조치를 감행한 것이냐는 질문에 통일부 당국자는 "그동안 여러 가지 사정 변경이 있었다"며 북한의 불만이 있었기 때문에 실행한 것은 아님을 재차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밝힌 '사정 변경' 사유들 중에는 길게는 4년 전에 발생한 사안도 있다. 그런데 그 기간 동안 교류협력법 위반에 따른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고발 조치를 하지 않았던 정부가 이제와서 사정 변경의 이유를 들어 고발 조치를 취한 것을 보면, 결국 북한 변수 외에 다른 이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고발 및 법 제정 근거 빈약...논란 커질 듯

정부의 이번 고발 조치는 향후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대북 전단 살포 금지 법률 제정과 함께 적잖은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부가 이날 고발 조치를 취한 이유 중 하나로 밝힌 4.27 선언과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4.27 판문점 선언에 전단 살포를 중단한다는 것이 명시적으로 확인돼있다"며 "(민간단체들의 전단 살포가) 이 사항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들임을 분명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민간단체들의 전단 살포가 남북 합의 사항을 위반했기 때문에 정부가 그에 따른 고발 조치를 취했다는 것으로 읽힌다. 그런데 문제는 4.27 판문점 선언이 국회의 비준도 받지 못한, 국내법적인 효력을 가지고 있는 선언이 아니라는 데 있다.

국민들이 국내법적 효력도 없는 남북 정상 간 합의를 지킬 이유가 있냐는 지적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법규 효력 문제는 제가 언급할 게 아니다. 합의의 법규성을 논하기 이전에 남북 간 합의를 준수할 이행 의무는 있는 것"이라며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정부가 현행 법률에 대한 해석을 소급해서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동안 정부가 전단 살포에 대해 교류협력법을 적용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정부 부처의 유권해석을 통해 다른 방식으로 법을 적용할 경우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대해 다른 통일부 당국자는 "법이 없었는데 법을 새로 만들어서 적용하는 것이 소급적용이고 이 경우는 이미 법은 있으나 해석을 달리하는 것"이라며 "저희가 유권해석한다고 해서 사법부가 이를 그대로 따르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전단 살포 방지를 위해 새로운 법령을 제정한다고 설명하면서 기존에 있던 법령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는데, 기존 법령인 교류협력법을 적용해 전단 살포를 막을 수 있다면 새로운 법령을 만들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다른 통일부 당국자는 "교류협력법을 포함해 기존 법률을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안 마련 차원에서 (전단 살포 금지와 관련된 법률을) 마련하려는 것"이라며 "교류협력법 수사 의뢰와 근본적 대안 마련을 위한 법률 재개정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가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데 이를 법률로 막겠다는 것도 논란의 소지가 큰 대목이다. 물론 헌법 37조에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에 한하여 법률로 제한할 수"있다고 명시하고 있어 대북 전단 살포를 막는 법률이 헌법 위반이라고 단정 지을 수만은 없다.

실제 정부는 이번 고발 조치를 실행한 이유 중 하나로 2016년 대법원 판례를 들고 있다. 대법원은 당시 판결에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5조 제1항과 정당방위 및 긴급피난을 규정하는 민법 제761조 제2항에 따라 국가는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표현의 자유가 무제한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기본권이 아니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 제한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데 있다. 헌법 37조는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사유를 밝히면서도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 제한 범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 존재하는 법률인 경찰관 직무집행법과 남북교류협력법을 통해 표현의 자유인 전단 살포를 제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제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면서 기본권을 적극적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기본권을 제한하는데 있어 목적이 명확하고 정당해야 하며 그 수단 역시 과잉되면 안된다는 것이 헌법의 기본 원리"라면서도 "접경 주민들의 신체나 생명에 위해를 가한다는 여러 사정들을 종합해보면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제한은 과잉금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여권 내에서도 현행법으로 전단 살포 제지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으로 4.27 남북 정상회담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던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북 전단 살포 금지 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냐는 질문에 "현행법으로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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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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