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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사고·성 범죄도 예외? 의료 개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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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사고·성 범죄도 예외? 의료 개혁이 필요하다

[박병일의 Flash Talk]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의사들에게…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진보 진영의 아젠다였던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개혁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등 전향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며칠 전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공론화한 '기본소득' 논쟁과 관련해 일시적 기본소득 지급을 통한 경제 회복 효과가 증명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통합당이 정책을 선점하고 있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처럼 사회적 관심이 경기 침체 극복에 역량을 집중하는 사이,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지만 국민 생활 개선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 다른 이슈가 묻히는 느낌이다. 대표적인 게 바로 의료부문 개혁이다.

성형 수술 중 과다 출혈로 중태에 빠진 뒤 사망한 고(故) 권대희 씨 의료 사고에 대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지난 2016년 사각 턱 절개 수술을 위해 권 씨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재 모 성형외과를 찾았고, 수술 도중 대량 출혈로 위급한 상황에 놓였지만 당시 원장은 의사가 행해야 하는 주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 긴급 수혈 등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음은 물론 장시간 방치로 권 씨는 결국 사망했다. 이 같은 권 씨의 의료 사고 사망 사건은 수술실 CCTV 영상이 없었더라면 영원히 묻힐 뻔했다. CCTV 영상은 권 씨의 민·형사상 재판에서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하고 있다.

사안이 이렇게 중함에도 최근 한 지자체의 민간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수술실 CCTV 설치·지원 사업 공개모집에 단 2곳만 신청했다고 한다. 일명 '권대희법'이라고 불리는 수술실 CCTV 설치법은 지난 20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한 채 자동 폐기됐다.

여러 전문직 중 범죄나 사고에도 불구하고 면허 취소 또는 취업 제한을 받지 않는 유일한 직업이 의사가 아닌가 싶다. 상기에 언급된 사례 외에도, 故 신해철 씨 사건이 대표적이다. 신 씨의 수술을 집도한 원장은 이미 다수의 의료 사고 전력이 있었다. 만일 해당 의사가 생명을 다루는 의료 행위에 제한을 두었더라면, 신 씨가 문제의 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일도 사망에 이르게 되지도 않았을지 모른다.

2007년 수면내시경 치료를 받으러 온 여성 환자들을 성폭행한 경남 통영의 의사는 복역 이후에도 의사면허를 유지한 채 경남의 다른 지역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2011년 고려대 의대생들이 만취한 동기 여학생을 성추행하고 불법 촬영한 행위 역시 복역을 마친 가해자 중 일부가 수능 시험을 다시 치른 뒤 다른 대학 의대에 들어갔다. 지난 5월 31일 방송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의 한 산부인과 의사와 강남의 유명 한의원 한의사는 환자 불법 촬영 혹은 성추행 혐의로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지만 항소했고, 이들은 여전히 병원에서 진료를 계속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의료법 8조 때문인데, 2000년 의약 분업 당시 의사들의 반발과 갈등을 무마하기 위해 일부 범죄를 특정하여 의사면허 취소 사유를 열거하는 방식으로 개정됐다. 이에 따르면, 의료 사고나 어떤 성 범죄도 해당 법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 이는 범죄의 종류와 상관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최소 3∼5년 자격을 잃거나 아예 자격을 상실하는 교수·변호사·회계사 등 다른 전문직과 비교해 비정상에 가깝다.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베풀겠노라',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게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히포크라테스 선서 중 일부이다.

돈만 버는 걸 목적으로 하거나 범죄를 행하며 양심을 버리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의사는 아주 극소수일 것이다. 대부분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대로, 생명에 대한 책임과 사명 의식을 갖고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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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한국외대 경영학과에서 국제경영을 가르치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연구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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