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에서 계모에 의해 7시간을 여행용 가방에 갇혀 목숨을 잃은 9세 아이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5일 A군이 다녔던 천안 환서초등학교 정문에는 이날 오후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들은 어린제자의 목숨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죄책감에 떠난 A군의 명복을 빌며 눈시울을 붉혔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을 해왔던 탓에 제자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떠나보내야 하는 담임교사의 슬픔은 더욱컸다. 초등학교 3·4학년의 첫 등굣날이었던 지난 3일. 3학년인 A군은 의식불명으로 등교하지 못했고, 이날 오후 세상을 떠났다.
구진모 교감은 "안타깝고 힘들게 세상을 떠난 아이를 그냥 보내기 마음이 무거웠다"며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학생이 좋은 곳에서 행복하길 비는 뜻을 모아 추모공간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져서 학교도 굉장히 슬프고 힘들어 하는 분위기"이라며 "아이를 본 적은 없지만 그 아이도 사랑하는 제자 중 한명이다. 아픔을 잊고 행복하게 가길 바라는 마음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학교 측이 마련한 추모공간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오는 7일 오후 5시까지 학생과 학부모 일반인 모두 추모 할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이다.
이 곳을 방문한 시민 A씨(48)은 "분명히 아이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텐데 그렇게 하지 못한 어른들의 잘못이 크다"며 "국가와 지자체들이 나서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4일 오후 A군이 살던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도 짧았던 A군의 생을 애도하는 추모공간이 마련됐다.
이곳에는 국화 꽃다발과 함께 고통 속에서 떠난 A군을 추모하는 애도의 글들을 적어 붙였다. 주민들은 또 어린 아이가 좋아했을만한 과자 등의 간식을 추모공간에 사다놓으며 비통하게 생을 마감한 어린 넋을 달랬다.
주민과 상가 관계자들은 "한 번쯤은 마주쳤을 하늘의 별이 된 9살 소년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다음 생에서는 마음껏 뛰어놀고 웃을 수 있길 바란다" 등의 위로글을 남겼다.
특히 같은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A군의 사망 소식에 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3살 자녀를 둔 입주민은 "제발 깨어나 이런 세상도 언젠가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길 바랐다"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앞서 A군은 지난 1일 계모에 의해 7시간 여행가방에 갇혔다가 의식을 잃고 순천향대 천안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3일 오후 6시30분쯤 숨을 거뒀다.
빈소는 5일 오후 순천향대 부천병원에 차려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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