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 공직자 선출 과정에서 거짓 사실을 퍼뜨려 유권자를 속이는 행위를 처벌해 선거의 공정을 확보한다는 게 이 법의 취지다. 취지가 좋다고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니다. 선거의 혼탁을 막고자 만든 제도이나 검찰이 선거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로 작용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법 기준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법에 걸려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선거에서 이긴다 해도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100만 원 이상형을 받고 낙마한다는 점이다. 이 법에 걸린 대표적인 인물이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2018년 당선된 이 지사는 후보 시절, 지방선거 TV토론에서 친형의 정신병원 입원 관련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이유로 공직선거법상 당선 목적 허위사실공표죄 등으로 기소됐다.
1심에서 이 지사는 무죄를 받았으나, 2심에서는 도지사직 박탈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 원 형을 받았다.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라는 포괄적 질문에 대해 부인하는 발언을 한 게 '허위 사실 공표'라고 본 것이다. 자기 방어를 위한 의견 표명이 위법하다고 최종 결론이 난다면, 향후 모든 선거 관행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엇갈린 1심과 2심 판결만큼, 이 지사에게 적용된 허위사실공표죄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지사 측은 문제의 선거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이런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김영진·김용민·김한정·김홍걸 국회의원 주최로 '공직선거법 허위사실공표죄의 합헌적 해석과 선거의 공정성에 관한 학술토론회'가 열렸다.
"사실여부에 대한 답변이 아니라 의견표명...오히려 질문이 더 문제"
우선 2심 재판부에서 이 지사가 어떻게 허위사실공표죄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는지 살펴보자.
2018년 5월 29일 열린 KBS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 이 지사는 김영환 바른미래당 후보의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라는 질문에 "그런 일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김 후보가 "왜 없습니까? 그 보건소장 통해서 하지 않았습니까?"라고 다시 묻자 이 지사는 재차 "그런 일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이후 6월 5일 열린 MBC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 이 지사는 적극적으로 친형의 정신병원 입원 연루설을 해명했다. 이 지사는 김 후보를 향해 "(제가) 정신병원에 형님을 입원시키려 했다는 주장을 하고 싶은 것 같은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것은 형수와 조카들이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보건소장을 통해 형을 입원시켰다는 의혹을 두고도 "어머니가 (형님이) 정신질환이 있는 거 같으니 보건소에 확인해보자고 해서 진단을 요청한 일이 있었다"라고 입원이 아닌 진단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 지사의 TV토론 답변을 두고 항소심 재판부는 "이 지사가 형에 대한 강제입원 절차 개시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표현은 사실과 다르다"며 "비록 이 지사가 형에 대한 강제입원 절차 개시에 전혀 관여하지 하지 않았다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았고, 그 나머지 발언(MBC TV토론에서 한 발언)은 일부 사실에 가까운 표현이기는 하나, 이 지사의 발언(KBS TV토론에서 한 발언)은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정도로 사실을 왜곡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판단된다"고 유죄를 선고했다.
즉, 이 지사의 발언이 위법하지는 않으나, 유권자들의 판단을 오도할 정도의 사실을 왜곡함으로써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남경국 남경국헌법학연구소 소장은 이 지사의 발언보다도 상대 후보인 김영환 후보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남 소장은 "당시 이 지사는 '이재명 후보가 멀쩡한 친형을, 직권을 남용하고, 관권을 동원해서, 위법하게 강제입원 절차를 시도했다/강제입원 시켰다'는 상대 후보 등의 의혹에 노출됐다"며 "(상대 후보는) 선거인들의 공정한 판단을 오도할 정도로 사실을 왜곡하고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 소장은 "당시 김영환 후보의 질문 취지는 단순한 사실 확인의 질문이 아니다"라며 "이 후보가 '성남시장 당시 정신질환 없는 친형을, 직권을 남용해서 관권을 동원해, 위법하게 강제입원시키려 했다'라는 의혹을 방송토론회에서 단정적인 질문 방식('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으로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 소장은 "이 지사는 김 후보의 그러한 질문의도를 파악한 후, 우선 그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그 다음으로 사실관계를 해명하는 발언 방식을 취했다"며 "따라서 당시 이 후보의 발언('그런 일 없다'는 발언)은 해당 방송토론회 전체 대화의 맥락을 보았을 때, 단순한 사실 여부에 대한 발언이 아니라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의견표명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의 발언이 사실 여부에 관한 발언이 아니라 개인의 의견 표명이라는 주장이 법원에 받아들여질 경우, 허위사실공표죄는 적용되기 어렵다.
"최대한 성의를 가지고 한 답변...차라리 동문서답 했다면 무죄 나왔을까?"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지사의 당시 발언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이 지사의 당시 답변('그런 일 없습니다')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그것을 허위라고 평가하기에는 근거가 충분치 않는데도, 항소심은 이 지사가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판단했다"며 "(이 지사의 답변이) 질문자의 의도를 일거에 무너뜨리는 지혜로운 답변이 아니라고 해도, 최대한 성의를 가지고 한 답변임에도 이를 가지고 함부로 올가미를 씌우는 것은 허용돼서는 안 될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차라리 이 지사는 정신병원 입원 관련 질문에 동문서답하는 게 나았을지 모른다"며 "시간이 제한된 토론프로그램에서 복잡한 사건, 즉 형의 정신병원 입원 관련 내용을 자세히 설명한다는 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지사는 토론에서 최대한 쟁점에 부딪히는 방식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이 지사에게 적용된 허위사실공표죄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송 교수는 "허위사실공표죄는 단순히 객관적 사실과 다른 허위의 사실을 당선 목적으로 공표하면 성립하는 범죄가 아니다"라며 "사실 공표의 시기와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허위 사실인지를 판단해야만 허위사실공표를 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답변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이 없는 TV토론형식에서 단적인 표현을 한 것을 두고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송 교수는 "논의의 전체 맥락, 토론의 형식과 내용, 추후 추가적인 논의의 기회가 있는지 여부, 유권자가 정치적 능력을 가지며, 스스로 많은 자료를 수집해 올바른 평가를 할 기회가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면 이 지사의 토론회 진술은 허위 사실을 공표한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한 발 더 나아가 "법원은 민주적 절차에 의해 구성되는 국가 또는 지자체의 입법부나 집행부에 비해 그 정당성이 약하다"라고 지적하며 "그렇기에 민주적 정치과정에 개입해 판단하는 데는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특히 항소심 판결은 선거인의 정치적 능력에 대한 불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릇된 엘리트주의의 혐의가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한 사법적극주의의 태도는 민주주의에 역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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