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오거돈 부산시장에 대한 구속 영장이 기각된 것을 두고 지역 여성계의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산시 여성 5개 단체 총연대는 4일 오후 1시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은 범죄자 오거돈을 당장 구속하고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2일 오 전 시장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부산지법 영장담당 조현철 형사1단독 부장판사는 "사안이 중하지만 불구속 수사 원칙과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고 주거가 일정해 도망의 염려가 없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대해 총연대는 "검찰이 오 전 시장의 혐의가 중대함을 인정해 구속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며 "담당 부장 판사는 당시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오 전 시장의 모순적인 언행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오 전 시장 사퇴 당시 '불필요한 신체접촉이 있었다'고 '해서는 안 될 강제추행임을 깨달았다'는 말을 똑똑히 기억한다"며 "이는 자신의 범죄행위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는 뜻이며 '5분'으로 축소 왜곡까지 하려던 그가 이제 와서 사건 당시를 기억하지 못하는 인지 부조화라니 말이 되는가. 법은 도대체 누구의 편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제2 도시의 수장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업무시간에 부하직원을 성추행했다. 피해자는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끊임없이 지금 이 시간도 2차 가해로 고통받고 있다"며 "그런데 가해자는 당당히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변호인단으로 둘러싸인 가해자의 모습을 보며 우리 사회의 정의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다시 한번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사건은 고위공직자가 자신의 위계를 이용해 저지른 권력형 성범죄이자 남성 중심적 조직사회에서 일어난 여성에 대한 폭력이다"며 "중대한 성폭력을 저지른 범죄자가 자신의 변명을 그대로 인정받고 여전한 권력과 돈을 무기로 빠져나가는 지금의 모습은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위협받는 우리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또 다른 폭력이다"고 비판했다.
총연대는 부산시에 대해서도 비판을 쏟아냈다. 이들은 "오 전 시장 사건 발생 직후부터 피해자 보호와 2차 사해 차단, 성범죄 근절을 요구했다. 부산시는 한 달이 지난 5월 21일 성인지력 대책을 발표했으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여성이 폭력과 차별에 희생되지 않는 성평등한 조직과 사회를 만들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법원 역시 이러한 책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편파적인 수사와 판결로 남성 중심적 권력이 여전히 지배하는 사법부라는 오명을 쓰지 않길 바란다"며 "범죄자 오거돈은 변명과 꼼수로 회피하지 말고 참회한다는 자신의 말에 책임지고 구속 수사에 임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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