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A 씨는 대학교 운동선수다. 2019년 5월경부터 같은 종목 운동부를 운영하는 구청의 실업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시작했다. A 씨는 함께 훈련을 받는 실업선수들로부터 폭력과 성폭력을 당했다.
같은 해 8월, 이같은 사실을 구청 운동부 감독에게 호소했고 감독은 시 체육회와 구청 담당자에게 이를 알렸다. 가해 혐의 선수들은 '장난'이었다고 했지만 A 씨는 감독에게 피해사실을 알린 후 운동을 중단했다. 감독으로부터 이와 같은 사실을 보고받은 시체육회와 구청의 담당자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려고 하지도, 신고 접수도 하지 않았다.
아무도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는 사이, 같은 해 10월 감독은 가해 혐의 선수들의 전국체육대회 참가 가능 여부를 시 체육회 담당자에게 물었다. 담당자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다며 출전에 문제가 없다고 얘기했다. 가해 혐의 선수들은 전국체육대회 출전 등록을 마쳤다.
감독은 "중립적인 자세로 어느 누구의 편도 들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구청 담당자도 "당사자들 간의 주장이 상반된다"며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A 씨는 지난해 8월 말, 직접 피해 내용을 경찰에 신고하고 현재 사법절차가 진행 중이다. 조직이 나서주지 않자 스스로 나선 것이다. 구청 담당자는 감독으로부터 가해 혐의 선수들 간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내용을 전달받고 같은 해 10월, 가해 혐의 선수들이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해당 시 체육회장 및 구청장에게 △소속 선수가 폭력·성폭력을 가하여 피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을 알고도 신고·조사 등 적절한 처리를 하지 않은 담당자를 징계하고 △관내 선수 및 지도자에 의해 피해 발생 시 이를 인지한 직원·감독·코치 등이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고 4일 밝혔다.
감독은 "가해 혐의가 있는 선수들도 본인이 가르치는 선수들"이라며 "사법절차가 진행 중이라 중립적인 입장에서 공식적인 신고나 징계요구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 체육회 및 구청 담당자들도 "상호 주장이 상반돼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라며 "가해 혐의 선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이를 수리했으므로 가해 혐의자들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렸을 때 책임자가 적극적으로 나서 조사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가해 혐의 선수들의 가해 사실이 제대로 밝혀지지도 않고 징계 없이 사직서를 수리하는 선에서 끝냈다는 점에서 '결국 쉬쉬하고 덮으려고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인권위도 "A 씨는 구청, 체육단체 등으로부터 2019년 11월까지 아무런 조사와 보호를 받지 못하고 결국 운동을 중단했다"며 "(감독이) 스포츠계 지도자로서 폭력·성폭력으로부터 선수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며, 결과적으로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한 것이라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립적인 자세로 대처했다'는 감독의 해명에도 "피해사실에 대한 조사를 하는 것이 어느 한 편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볼 수도 없다"며 "해당 사안에 대해 중립적인 태도를 취한 것이 아니라 해당 사안처리에 대한 책임을 소홀히 하고 소극적으로 대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또한 "구청은 소속 선수의 폭력·성폭력 등 혐의가 있다면 즉시 조사를 진행했어야 함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건 인지 후 2개월 여 뒤에야 가해 혐의 선수들을 사직처리 했다"며 "사직 처리 또한 소속 선수들이 전국체육대회 등 주요 대회 일정을 모두 마친 후에 스스로 낸 사표를 수리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 체육회 역시 관내 등록된 선수의 인권을 보호하고 피해에 대한 신속한 구제조치를 취했어야 하지만 폭력·성폭력 발생을 인지하고도 신고 접수를 독려하거나 관련 부서에 전달하는 등의 기초적인 대응조차 하지 않았다"며 "구청과 시 체육회의 폭력·성폭력 사안에 대한 소극적인 인식과 처리로 피해자의 인권보호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 2차적인 피해까지 초래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인권위는 "△대한체육회장에게 소속 시도체육회 인권보호 담당자에게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구청장에게는 폭력·성폭력 피해 처리를 소홀히 한 담당자를 징계하고 △직장 운동부 내 폭력·성폭력이 발생할 경우 소속 직원·지도자 등은 이를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규정을 신설할 것 등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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