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9일 오전 서울 가정법원에서는 입양인 카라 보스 씨가 친아버지(A씨)를 상대로 제기한 친생자관계 존재에 관한 인지청구소송 재판이 열린다.
A 씨는 지난 4월 서울대학병원 유전자 검사 결과 보스 씨의 아버지일 확률이 99.987%로 나왔다. 현재 네덜란드에 거주하고 있는 보스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국을 찾지 못해 재판에 참석하지 못한다. A 씨도 변호사를 통해 법정에 출석하지 않을 것이며 판사의 판결을 받아들일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해외입양인이 한국의 친생부모를 상대로 친자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보스 씨가 처음이다. 그는 <프레시안>과 서면 인터뷰에서 "이 소송의 목적은 아버지와 관계를 인정받기 위한 것이며, 아버지를 통해 궁극적으로 친어머니를 찾고 싶다"고 밝혔다.
두 살 때 주차장에 버려져 미국으로 입양...DNA 검사로 아버지 존재 확인
보스 씨는 1983년 11월 충청북도 괴산에서 장날 장터의 주차장에서 기아(棄兒)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두 살이었던 그는 충북 제천의 희망보육원으로 보내졌다가 1984년 9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로 입양 보내졌다. 양부모인 베델 부부는 이미 2명의 친자녀를 두고 있었고, 보스 씨는 "가족 중 유일한 동양인"으로 자랐다.
현재 남편, 아이들과 함께 네덜란드에 사는 보스 씨는 3년 반 넘게 친생부모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그는 버려진 상태로 발견됐기 때문에 입양 서류에 가족을 찾을 단서가 딱히 없었다. 한국은 해외입양을 손쉽게 보내기 위해 입양아동의 생물학적 가족관계를 무시하고 입양기관에서 '고아호적'을 만들어 해외입양을 보내는 불법행위를 사실상 제도적으로 인정해줬다(이런 관행은 2012년 입양특례법 개정으로 입양아동의 출생등록을 의무화하기 전까지 계속 됐다).
이처럼 입양서류의 상당 부분이 거짓 정보라서 입양인들이 성인이 되어 친생부모를 찾을 때 큰 어려움을 겪는다. 서로 책임을 미루는 한국정부와 입양기관을 왔다갔다 하다 모국으로부터 두 번 버림 받는 듯한 커다란 상실감만 얻고 포기하는 입양인들도 부지기수다. 또 친생부모가 확인되더라도 부모가 개인정보 제공을 거부해 만남이 성사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입양인들은 법적으로 자신의 입양관 관련된 정보를 청구할 권리가 있지만, 친생부모의 이름, 연락처 등 개인정보는 당사자의 동의가 있어야 공개가 가능하다. 이처럼 입양인들의 권리보다는 친부모의 사생활 보호를 우선시한 법 때문에 실제 친부모의 상봉까지 이뤄지는 경우는 5% 정도에 그쳤다.(2017년 통계)
그나마 과학기술의 발달로 유전자 검사를 통한 가족찾기가 가능해졌다는 사실이 입양인들에게 실낱같은 희망이다. DNA 검사를 통한 가족찾기 사업도 입양인들이 만든 조직을 통해 확산되기 시작했다. 보스 씨는 지난해 1월 '마이해리티지'라는 해외의 DNA 검사업체를 통해 가족 찾기에 나섰고, 매칭이 되는 B씨를 만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대화를 통해 이모와 조카 관계일 가능성이 크며, B씨의 할아버지가 보스 씨의 친아버지일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하지만 보스 씨는 이복 자매들의 반대로 아버지일 가능성이 큰 A씨를 만나 어머니를 찾기 위한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보스 씨는 자신도 어머니가 되고 나서 친어머니를 찾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고 말했다. 자신의 생사 여부조차 모르는 친어머니에게 자신이 어떻게 지내왔는지 알리고 싶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왜 아이를 버린 부모의 권리가 부모를 찾으려는 아이의 권리보다 큰가"
보스 씨는 지난 3월 초 서울대병원에서 유전자검사를 받으러 한국을 찾았을 때 A씨의 집을 찾았다. 하지만 "한국어를 잘 못하는(초급 수준의)" 보스 씨와 A씨 사이에 대화가 오가지 못했고, 그저 얼굴만 보고 헤어졌다.
그는 소송에서 이겨서 아버지를 다시 만나 대화할 수 있게 된다면 친어머니의 존재와 함께 "왜 나를 버렸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혹시 알고 있었다면 이를 막기 위해 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지도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보스 씨는 또 입양인들의 '정체성을 알권리'를 사실상 보장하지 않고 있는 한국 사회에 다음과 같은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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