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청와대에서 오찬을 겸한 회동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일제히 '협치'를 강조했으나 21대 국회 원구성 협상을 둘러싸고 여야 원내대표들의 날선 신경전이 오갔다.
회동 뒤 국회에서 각각 기자들과 만난 두 원내대표의 브리핑에선 21대 국회 개원 협상에 관한 서로의 입장 차이가 선명했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법을 근거로 국회 개원 시기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법에 정해진 시간에 정상적으로 국회가 개원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 드렸고, 주 원내대표도 협조하고 싶다고 말씀해주셨다"며 "미국은 정해진 날짜에 국회가 시작해서 1년 내내 문이 열려있기 때문에 개원을 위한 협상은 없다고 미국 사례를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에 주 원내대표는 "의장을 뽑고 나면 다음번엔 막을 방법이 없다"는 우려를 내비쳤다고 김 원내대표는 전했다.
김 원내대표는 "협치는 선한 의지만으로는 안되는 것 같더라"며 "정당이 권력을 잡기 위해 경쟁을 하는데 때로는 자기가 잘해서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기도 하지만, 상대방을 못하게 해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확보하고 싶은 욕망 때문에 선한 의지 만에 기대하는 것으로는 해결이 안되고 제도와 시스템을 잘 만들어 협치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하지만 주 원내대표는 국회 개원 날짜를 지키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하며 "(원구성 협상이) 어느 정도 합의에 이르면 (국회 개원 날짜를) 다 지킬 수 있다"면서도, "그런데 그것은 민주당 태도 여하에 달렸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가급적 국가 위기 순간에 (국회법에 명시된 법정) 시한을 지켜서하면 좋은데 내 경험에 의하면 서로 주장하고 80여일을 끌다가 원래대로 돌아가더라"고 했다.
두 원내대표의 대화를 들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21대 국회가 여야 협치속에 정상 운영되면 여야 원내대표를 '업어드리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오찬을 하고 산책이 30분 정도 경과한 시점에서 제가 대통령께 '시간을 많이 비워 놓으셨네요' 라고 말씀드렸다"며 "대통령께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셨다. 웃으시며 '국회가 제 때 열리고 제 때 법안 처리를 해주시면 업어드리겠다'고 전했다.
여야 상반된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입장도
두 원내대표는 국회 법사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두고도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체계·자구 심사는 법안 내용 가운데 위헌적인 부분은 없는지, 다른 법률과의 충돌은 없는지, 법률 용어가 명확하고 적합한지 등을 검토하는 것이지만, 법사위가 체계·자구심사를 통해 정치적 이유로 법안 통과를 막는 등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원내대표는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별도의 기구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주 원내대표는 졸속입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김 원내대표는 "(과거) 법조인이 국회에 많이 들어오지 않았고 법조인은 법사위에 소속됐기 때문에 체계·자구 심사를 법사위가 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둔 것"이라며 "지금은 우리 국회의원 6명 중 1명이 법조인이고, 고루 상임위에 포진, 배석돼 있기 때문에 굳이 그런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이 늦게 가는 것 같지만 위헌 법률 하나가 사회적으로 요구하는 비용이 엄청 나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위헌 법률 하나가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용이 지출되는 점은 문재인 대통령도 직접 말씀하신 바 있다"고 전했다.
주 원내대표는 또 "여야가 입장이 바뀔 때마다 다른 말을 하니 국민 신뢰를 못받는 면이 있는데, 여야가 다 받을 수 있는 룰을 만들고 다음 국회부터 하면 된다"며 "야당일때는 이러다, 여당이 되면 이러니 상대가 동의할 수 있겠나 이런 얘기도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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