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사드 배치에 대해서만 아니라 남북통일에 대한 시각에 있어서 중국과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러시아는 한국이 경제적으로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안시장으로도 유용하며, 특히 유라시아 대륙 진출을 위한 핵심 파트너이기도 하다. 한국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한·러 관계에 대한 전략적 사고를 해야 할 것이다."
<한국외교에는 왜 러시아가 없을까?>의 저자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은 한국의 지인에게 '러시아에 대해 떠오르는 대로 말해보라'고 물으면 '춥다, 어둡다, 무섭다, 공산주의, 푸틴' 등의 답이 나온다고 이야기한다. 러시아의 영토가 넓어 전국토가 추운 것은 아니며, 러시아가 공산주의를 포기한지 30년이 되었는데도 현실과 동떨어진 답이 나온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 바탕에 한국의 교육과 언론의 러시아에 대한 무관심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한반도 주변에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라는 4대 강국이 있고 각 나라의 이해관계가 다른데 유독 러시아에 대한 정보는 잘 유통되지 않는다. 그 결과 한국인은 러시아와는 도모할 것이 없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한국외교에는 왜 러시아가 없을까?>는 러시아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또, 서구가 아닌 우리의 시각으로 러시아를 보자고 제안하는 책이다. 그래야 러시아를 '유용한 외세'로 인식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가 보기에 러시아를 '유용한 외세'로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는 남북통일이다. 한국인들은 중국과 러시아가 남북통일에 대해 의견을 같이 할 것이라고 보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극동 지역에서 강력하고 독자적인 통일 한국이 등장하는 것이 이익이 된다. 이런 점을 알면 러시아를 남북통일의 지지자로 포섭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러시아가 중국의 대안시장으로서의 가능성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러시아는 1억 5000만 명의 인구와 중위권 수준의 소득을 가진 국가다. 2020년 세계은행의 발표를 보면, 러시아의 기업 활동 평가 순위는 28위로 31위인 중국보다 위에 있다. 실제 러시아 시장에서는 한국 기업이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백색가전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보인다. 현대자동차가 현지에서 생산하는 '솔라리스'는 러시아 국민차로 불린다.
이와 같은 협력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한국이 러시아 외교에 충분한 힘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북방정책, 철의 실크로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같은 거창한 말이 등장하고, 시베리아횡단철도-한반도종단철도 연결, 남북러 가스관 건설과 전력망 연계 등이 거론됐지만 실제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홍콩 시위, 코로나19 책임론 등으로 미중 갈등이 거세지며 한국도 독자적인 외교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는 요즘 '러시아를 있는 그대로 보고 한·러 관계에 대해 전략적 사고를 하자'는 저자의 강변은 한번쯤 눈여겨 볼 법하다.
저자 박병환 유라시아연구소장은 주러시아 대사관 경제공사 등 4차례에 걸쳐 11년 간 러시아에서 근무한 경력을 가진 외교관이다. 현재는 <프레시안>에 '러시아 바로보기'를 연재하고 있고, 각종 매체에 한·러 관계와 러시아에 관해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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