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간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를 활용해 관광자원을 조성하는 '그린레일웨이' 사업의 민자사업 구간인 '블루라인파크' 시행사에게 해운대구청이 사업 추진에 필요한 주차장 건설 행정 편의를 봐주는 등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21일 부산 해운대구청과 미포·청사포 일대 주민 등에 따르면 '블루라인파크 조성사업'의 주차장 확보를 위해 구청과 시행사 '해운대블루라인'은 지난 2019년 2월 22일 협약을 맺었다.
협약서 내용에 따르면 해당 사업의 주차난 해결을 위해 시행사가 제출한 '도시관리계획 결정 입안 신청서'의 교통성검토서에 조사된 주차소요만큼의 충분한 주차장 확보가 필요하기에 공영주차장에 승용차 120면 이상의 주차장(주차타워 포함)을 신설하기로 했다.
주차장 신설과 함께 구청이 가진 '문탠로드 관광주차장'의 진출입구와 주차면 및 주변 교통섬을 정비해 버스주차면 8대 이상 확보하고 이에 소요되는 비용은 시행사가 부담하고 해운대구에 기부채납해 운영은 구청이 맡게 된다.
청사포지역의 경우 부산시 소유의 청사포 공영주차장을 3층으로 증축해 버스 주차면을 8면 이상으로 총 주차면수 100면 이상을 확보하고 이에 소요되는 비용은 블루라인에서 부담하고 해운대구에 기부채납해 운영은 구청이 맡는다.
또한 시행사는 이 사업으로 주차수요 해소 및 주차장 정비를 위해 운영기간 동안 매 회계연도 결산 후 1개월 이내에 당기순이익의 3%를 '주차장 조성기금'으로 해운대구에 납부한다.
이를 위한 명분으로는 부산시 주관 시민토론회 및 라운드테이블 회의결과 및 해운대구청과 시행사 간의 협의를 존중해 주차장 확보를 위해 서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는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을 주민들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뒤늦게 이같은 주차장 건립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미포·청사포 일대 주민들이 구청에 항의를 하자 지난 8일에서야 시행사가 주민들에게 해당 사업을 설명하는 자리가 마련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시행사 측 관계자는 "교통 인프라 확충 차원에서 추진되는 주차장 조성 사업이며 이는 법적 문제가 없다"며 주민들의 이야기는 듣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청사포 공영주차장을 증축하는 계획안을 통보하고 사라졌다.
당시 설명회에 참석했던 주민은 "제가 진정서를 받아서 보냈다"며 "주민이 높이는 걸 반대를 하는 입장이고 차가 댈 곳이 없으니까 그 자체를 반대를 하는 게 아니고 주차장을 짓되 보기 싫게 위로 올리지 말고 지하로 가든지 아니면 다른 땅을 매입을 해서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울분을 토해냈다.
그러나 이러한 주민들의 목소리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미 주차장 건립과 관련한 인허가가 마무리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레시안>이 지난 21일 청사포 공사 현장을 확인한 결과 시행사는 주차장 증축을 위한 기초 작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현장 인근에서 만난 주민 A 씨는 해당 공영주차장 부지의 땅 주인이었다가 지난 2014년 부산시에 토지를 수용당했다는 사실을 말하면서 "당시 토지를 수용 당할 때도 공용주차장으로 조성한다고 했기에 그 뜻에 공감하고 사업을 지켜봤는데 공영주차장으로 이익을 취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이번에는 민간사업자에게 공영주차장을 개발할 수 있도록 주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주민 B 씨는 "사업 설명회를 와서 시행사가 말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주차장 자체도 그저 철 구조물을 세우는 것에 불과한 데 부산 해안가에서 마지막으로 고층 건물이 들어서거나 환경훼손이 되지 않은 미포·청사포에 이같은 주차장을 세우는데 어떻게 주민 의견을 한 번도 들어보지 않을 수 있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주민들의 반발에 이어 구청과 시행사가 체결한 협약서에도 여러 문제점들이 발견됐다.
애초 시행사는 구청에서 실시한 '청사포 대형버스 주차장 조성 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를 토대로 주차장 조성을 위해 73억 원(부지 44억 원, 조성비 29억 원)의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구청과의 협약을 통해 추진되는 공영주차장 증축은 17억 원가량밖에 비용이 투입되지 않아 약 50억 원이나 시행사가 이익을 본 것이다. 이를 위해 구청은 협약서에 조례상 근거도 없는 항목을 넣어 편의를 봐준 것으로 확인됐다.
협약서에 기재된 '공영주차장의 증축 후 기부채납해 구청이 운영한다'는 문구에서 부산광역시 경관 조례에서는 구청이 이를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지 않았음에도 임의로 내용을 넣고 협약서를 체결한 것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구청은 부산시의원들에게 '부산광역시 경관 조례 일부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해운대구청 교통행정과 관계자에게 <프레시안>이 이 부분에 대해 질의를 하자 "애초에 근거가 되는 조례가 있었으나 변경되면서 새롭게 조례안을 만든 것이다"고 답변한 것과는 전혀 사실관계가 달랐다.
구청은 청사포 공영주차장을 지난 2017년 6월부터 운영·관리하고 있었으나 2014년 '부산광역시 경관 조례안'에는 구청이 공영주차장을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4월 20일 민주당 소속 김삼수·박성윤 부산시의원이 발의한 개정 조례안 심사보고서에서도 전문위원이 검토한 결과 '구청이 공영주차장을 운영하는 것은 조례상 근거가 없어 민원이 발생'한다고 분석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구청은 '조속한 사업 추진'이라는 명목으로 시행사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협약서를 체결하면서까지 이익을 도모하게 해주고 내용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어 보이자 뒤늦게 조례안까지 수정하면서 시행사에게 각종 특혜를 몰아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부산시 감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협약을 체결할 때 통상적으로 현행법과 조례안을 검토하고 작성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고 지적했다. 부산시의 또 다른 한 관계자는 "협약서에는 이행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 내용을 넣어야 하는 것이 맞다. 협약을 체결하고 조례안을 만든다는 것은 거꾸로 행정 하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김상수 해운대구의회 의원은 "주민들의 의견도 묻지 않은 채 깜깜이 행정으로 블루라인파크 사업을 추진하는 민간 사업자의 편의를 봐준 해운대구청은 반성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다시 계획안을 수정해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레시안>은 이같은 문제점에 대해 해운대구청 교통행정과에 문의를 했으나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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