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식산업센터인가?: 1990년대 이후 산업입지 변화
지식산업센터의 법률적 정의를 살펴보면, '동일 건축물에 제조업, 지식산업 및 정보통신산업을 영위하는 자와 지원시설이 복합적으로 입주할 수 있는 다층형 집합건축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제2조 13호).
한국산업단지공단(2016)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지식산업센터의 역사는 19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도시형 중소기업의 입지확보를 위하여 '아파트형공장'이라는 제도로 출발했으며, 1988년 2월에 '공업 배치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서 설치근거를 마련했다.
이후 2010년 4월에 아파트형공장에 정보통신산업 등 첨단산업의 입주가 증가하는 현실을 반영하여 '지식산업센터'로 명칭을 변경했다(한국산업단지공단, 2016, 산업단지 내 지식산업센터 관리 개선 방안). 2019년 3월 기준 현재 우리나라 지식산업센터 수는 1053개이고, 입주업체는 5만 730개이며, 종업원 수는 99만 9323명에 달한다.
위와 같은 제도적 진화는 산업입지의 현실을 잘 반영한다. 1979년 당시의 아파트형 공장이 도시에 입지하는 중소기업을 위한 시범사업으로 도시내부 산업 공간 형성의 단초를 마련했다면, 약 10여 년이 지난 1990년 이후는 중소기업의 업종과 입지패턴이 확연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즉, 정보통신제조업체 등 새로운 업종이 등장함에 따라서 기업의 규모는 점차로 축소되었으며, 중소기업들은 도시 외곽의 산업단지보다는 도심 입지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공장부지 면적을 기준으로 보면, 이 기업들은 대체로 최소 66∼330 제곱미터(㎡)를 선호했기 때문에, 1650㎡부터 입주가 가능한 도시 외곽 산업단지에 입지할 필요도 없었고, 입지할 수도 없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때, 산업변화는 공간을 변화시키면서 지역의 얼굴들을 변화시켜 왔음을 알 수 있다.
지식산업센터의 투기 지형도
투기란 가수요자가 비생산적인 토지거래를 매개로 단기간에 이윤을 획득하기 위해 토지를 취득하는 행위를 말한다(한국토지개발공사, 1988).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 지식산업센터는 투기적 성향이 강한가? 다음 그림에서 살펴보자.
소득세법에서는 '물가상승률의 100분의 130보다 높은 지역'을 투기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물론 투기지역을 지정하는 기준은 물가상승률보다 더 구체적인 지표들을 적용하지만, 이 글에서는 투기 성향만을 파악하기 위해서 물가상승률이라는 단일 지표를 적용해서 판단했다. 그림에서 보면 우리나라 지식산업센터들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동안 물가 상승률을 상회 또는 하회하면서 투기 성향을 보여 왔다. 또한 규제 강화와 완화라는 제도적 변화에 따라서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예를 들면, 2009년 8월 7일부터 계획입지(산업단지 내 지식산업센터) 대한 입주규제(산업단지내 임대사업 희망자는 반드시 공장등록 또는 사업개시 신고 후 임대사업자로 전환 가능)가 시행됨에 따라서 투자자들은 입주절차가 상대적으로 간단한 개별입지(산업단지 외부 입지)로 몰렸다.
2012년 1월 1일부터 '지방세특례제한법'에서 지식산업센터에 대한 취득세 및 재산세 감면이 시행되자 투자목적의 거래수요가 몰리게 되면서 개별입지의 지식산업센터는 ㎡당 가격상승률이 21.8%에 달했다. 반면 규제가 지속된 계획입지 내 지식산업센터는 오히려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3년 이후는 대체적으로 계획과 개별입지의 지식산업센터들이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물론 투기 성향의 편차는 수도권 대 비수도권, 수도권에서도 서울, 인천, 경기에 따라 매우 다르게 나타나며, 이는 서울의 지식산업센터 간에도 투기 성향이 다르게 나타난다.
투기적 지식산업센터를 만드는 적대적 형제들 : 같은 제도에서 다른 삶을 살아가는 토착 자본
지식산업센터의 투기성을 조장하는 원흉은 공교롭게도 산업을 활성화시키고자 시행했던 제도들이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좋은 취지의 제도를 선용하는 중소기업들과 이를 악용하는 투기세력들 간에 이루어지는 토착 자본 간 전쟁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전쟁의 중재자가 이 싸움을 정리할 여력이 없거나 이 싸움에 관심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먼저, 형제들 간 싸움을 조장한 제도는 세제감면 혜택으로 시행된 지방세특례제한법이다. 정부는 지방세특례제한법을 통해서 2019년 12월 31일까지 지식산업센터에 대한 세제감면(취득세, 재산세 감면) 혜택을 부여했다. 이는 국가 및 지역차원에서 산업 및 제조업 육성을 위하여 합목적적으로 적용되었다.
그러나 이는 지방세 부당감면 사례로 이어졌는데, 송파구의 경우 2018년 1,014건에 해당하는 부정 사례를 적발하여 이에 대한 조치를 했다. 송파구는 이러한 점에서 적절한 중재자 역할을 했다. 필자의 심층 인터뷰에 의하면, 대부분의 지자체는 인력 부족을 언급하면서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 2020년 5월 4일 <MBC>의 관련 보도는 이의 단상을 정확히 짚어준 사례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형제들 간 싸움을 유도했던 제도는 주택투기에 대한 규제 강화다. 이로 인해서 투기세력들은 상대적으로 대출규제가 약하고 세금감면 등의 혜택이 주어지는 지식산업센터로 몰렸다. 필자는 이를 풍선효과로 판단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삶터와 일터는 '맞딜'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터들은 우리의 일상이고, 우리를 지속적으로 살아가게 하는 필수적 요소들이다. 그러므로 어느 한쪽을 죽이는 정책이 아닌 모두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리형 지식산업센터 만들기
코로나 19 시대이다. 다양한 방향의 뉴딜 정책도 확산될 것이다. '딜'은 협약이다. 정부가 퍼주는, 놀음을 위한 판돈이 아니다. 포스트 코로나 국면에서 국가는 다시 커질 것이다. 큰 정부론이다.
그러나 큰 정부이건 작은 정부이건 우리나라 지식산업센터 내 중소기업들은 아주 조그마한 영역의 '기본적인' 관리(상시적인 입주자 모니터링 등)를 원한다. 이에 조금만 더 나아가 입주기업들을 다양한 방식(공동육아시설 지원에서부터 법률, 회계, 컨설팅 등의 서비스 지원)으로 지원할 수 있는 활성화 계획 수립과 이를 통한 지원을 원한다.
입주기업들이 활성화된다면 지식산업센터의 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게 되고, 이 경우 투자자들도 투자의 건전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며, 신산업이 형성되고 지식산업센터 인근 장소의 얼굴은 건강해 질 것이다.
필자는 중앙정부든 기초지자체이든 간에 과감히 이를 관리하는 정부가 진정 큰 정부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그렇다고 처벌을 잣대로 들이대는 정책에는 반대한다. 경제지리학은 처벌을 결정하거나 지향하는 학문이 아니다.
아마도 지식산업센터의 문제점을 파고들어가다 보면 '사람'을 보게 될 것이다. 정책은 이 '사람'을 만나야 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내 경제지리학의 접근법이며, 우리나라 지식산업센터 정책에 이렇게 다가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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