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논문 심사 기간이라 타대학 박사학위 논문을 열심히 읽고 있다. 김영란법 이후로 정말 타대학 심사위원 선정하기가 힘들어졌다. 말 나온 김에 심사비 얘기 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예전에는 주로 서울에 있는 선·후배 중에서 심사위원을 선정해서 부탁하였다. 아무래도 같은 학문을 한 사이에 학연도 있어서 말하기가 편해서 맡기기에도 쉬웠다. 서울서 금산까지 한 번 내려오려면 톨게이트비와 유류대를 합하면 기본은 10만 원 이상 들어간다. 그러니 부탁하기도 힘들고 와 주는 것만도 고마울 따름이었다. 요즘은 이웃대학교에 부탁을 해도 미안하기만 할 따름이다. 작년의 경우에는 심사비 5만원 입금되었다는 말을 듣고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무튼 심사비 얘기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고 오늘의 주제로 넘어가자.
한인동포들의 역이민에 관한 논문을 심사하고 있는데, 일면 뿌듯하기도 하고, 일면 부끄럽기도 한 얘기였다. 외국으로 이민 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역이민을 온 사람들에 관한 내용인데, 국적을 이중국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아마도 북미에서의 안정적인 노후를 위한 것과 분단국가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믿음 때문인 것 같기도 했다. 그래도 다시 한국이 다시 돌아오고 싶은 나라가 되었다는 것이 그 동안의 발전상을 보는 것 같아서 논문을 읽는 동안 벅참 감흥도 있었다. 읽다 보니 교포와 동포에 관한 기본적인 개념을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먼저 교포(僑胞)라는 말은 ‘다른 나라에 아예 정착하여 그 나라 국민으로 살고 있는 동포’라고 되어 있다. 한자의 의미를 자세히 보면 ‘객지에 임시로 나가 있는 사람, 혹은 더부살이하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장진환, <한국인이면 알아야 할 신문 속 언어지식>) ‘교(僑)’자에는 ‘높다, 더부살이 하다, 임시로 거처하다’라는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외국에 나가 임시로 거처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썼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엄밀하게 말해서 외국에 살면서 그 나라 국적을 취득하면 교포의 개념에서 벗어난다고 보아야 한다. ‘임시로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교포라고 하면 국적은 반드시 한국이어야 하고 외국에서 임시로 살고 있어야 그 개념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세월 우리는 재미교포, 교포 2세 등으로 동포의 개념을 부여하여 외국에서 국적을 취득한 유무에 관계없이 국외 거주하는 동포를 모두 일컬어 교포라고 불러 왔음을 부정할 수 없다.
동포는 ‘같은 태에서 태어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1.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자매, 2. 같은 나라 또는 같은 민족의 사람을 다정하게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원래 동포의 개념은 ‘같은 배(胎, 胞)’에서 태어난 사람을 말한다. 부모가 같아야 동포가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형제를 동포라고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국외에 사는 우리 민족을 동포라고 부르는 경우가 훨씬 많다. 즉 확장된 의미가 본래의 의미보다 더 많이 쓰이고 있는 예라고 하겠다. 그러므로 동포란 어디에 살든지, 혹은 어느 나라 국적을 지니고 있는지 여하를 막론하고 우리민족이면 모두 ‘동포’의 범주에 넣고 있다.
과거에는 해외동포라는 말을 많이 썼지만 요즘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국외동포라는 말이 더 귀에 익숙하다. 해외에 나가는 경우는 일본같은 섬나라에 해당하는 것이고 우리나라는 해외(바다 건너)로 나가지 않더라도 국외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남북이 가로막혀 쉽지 않은 얘기지만, 해외라는 개념보다는 국외라는 개념이 훨씬 바람직하다. 그러므로 중국에서 태어나 중국국적을 지닌 사람은 재중동포라고 해야 한다. 우리 국적을 가지고 중국 기업에 나가 있는 경우는 재중국민이 옳다. 국적을 따지지 않고 외국에 거주하는 우리 민족을 모두 아울러서 ‘재외동포’라 부른다고 했으므로, 교민은 재외국민이자 재외동포이기도 하다.<성기지/ 한글문화연대 학술위원>
과거에는 재일교포, 재미교포 등의 말을 많이 썼지만 이제는 ‘동포(같은 태에서 태어난 사람)’의 범주에 넣어서 사용하고 있으니 우리는 한민족, 한 핏줄이 맞는가 보다. 그런데 왜 정치판에만 들어가면 형제끼리 저리도 싸울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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