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사건' 4주기인 17일 여성·시민단체들이 "우리 사회에 여전히 만연한 일상의 성폭력을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남역 살인사건'은 지난 2016년 5월 17일 새벽 강남역 인근 공중화장실에서 숨어 있던 30대 남성이 일면식 없는 20대 여성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사건이다. 이 남성은 앞서 여섯 명의 남성을 지나치고 여성을 살해한 뒤 "평소 여자들에게 무시당해왔다"고 말해 '여성혐오 범죄'의 심각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강남역 살인사건 4주기 성폭력 규탄 이어말하기 집회'를 열고 n번방 운영자와 이용자 신상을 공개하고 강력 처벌할 것을 촉구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강남역 살인사건은 많은 여성이 자기 자리에서 싸우기 시작한 계기"라며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겪는 일상적 차별·멸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2018년 '미투'로 이어졌고 우리 마음속에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세상이 여성들의 요구에 발맞춰 움직여야 할 때"라며 "n번방 이용자 전원을 강력 처벌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정영은 서울여성회페미니스트대학생 연합동아리 활동가는 "4년 전 오늘 한 사람이 여자라는 이유로 꿈을 펼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나야 했다"며 "운 좋게 살아남은 여성들은 사회를 바꾸자고 외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 활동가는 "강남역부터 n번방까지 사회가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은 서로 닮았다"며 "여성이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경희 페미니즘번쩍단 활동가는 "성폭력이 범죄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표현 욕구라고 치부하는 법정이 n번방을 용인하고 양산해왔다"며 "'n번방은_판결을_먹고_자랐다' 해시태그 운동이 말하듯 n번방 사건은 성폭력 가해자에게 우호적인 법정, '나중에'라고 말하며 여성 문제를 사소화하는 정치, 차별적 성 인식과 성 고정관념이 만연한 사회가 함께 만든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려면 성 착취 범죄에 참여한 남성들이 자신의 범죄를 반성하게 해야 한다"며 "자신의 범죄로 피해 여성들에게 어떤 일이었는지 이들이 뒤늦게라도 깨닫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폭력을 끝장내기 위해서는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처벌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시민들의 관심이 끝까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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