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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비대면 진료 추진" 공식화…'재난 자본주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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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비대면 진료 추진" 공식화…'재난 자본주의' 우려

"코로나19 상황에서 중요한 성과 냈다", 민주당도 '여론전' 가세

청와대가 비대면 진료 확대를 위한 제도화 계획을 밝혔다. 의료계를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는 의료 영리화를 위한 밑작업이라는 비판이 제기돼왔던 만큼 논란이 예상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5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행 상황에서 환자와 의료진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향후 예상되는 제2차 대유행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비대면 의료 체계가 시급하다고 판단해 비대면 진료 체계를 추진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최근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이 원격의료 허용 의사를 내비쳤고, 정세균 국무총리와 기획재정부가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시민사회계와 의료계의 반대 여론을 정면돌파하려는 모양새다.

청와대의 설명을 정리하면 비대면 진료는 불가결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이번에 코로나 사태를 경험하면서 비대면 의료를 경험했다"며 "다들 아시다시피 상황 자체가 비대면 의료를 허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대면 의료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한 진료 보장과 감염 우려로 인한 의료 접근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난 2월 전화 진료를 허용해서 시작된 것"이라며 "지금 현재까지 석 달 이상 운영되면서 코로나19 상황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중요한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의료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60세 이상 고령 환자, 고혈압·당뇨 환자 등이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며 "지역적으론 대구경북에서 상당수 전화 진료가 있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환자에게도 도움이 됐고 의사와 의료진에게도 동의됐기 때문에 제가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비대면 진료가) 대형 병원에서만 이뤄진 게 아니"라며 "당초 이게 대형병원에서만 (비대면) 진료가 이뤄진 거라고 했지만 그렇지 않다. 동네 병원까지 상당수 전화 진료를 했고, 여러 환자가 이용했다"고 했다.

청와대는 무엇보다 '비대면 의료'와 '원격 의료'를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상적으로 비대면 의료는 환자와 의사가 얼굴을 맞대지 않는 식의 진료를, 원격 의료는 통신망이 연결된 모니터 등 IT 의료 장비를 통해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이 관계자는 "지금 허용되고 있는 건 원격 의료가 아니라 비대면 의료"라며 "의료 영리화와는 상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전한 진료와 환자의 진료권을 말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이게 공공성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를 찾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도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19) 2차 대위기가 왔을 때를 대비해서 인프라를 충분히 깔아야 한다"면서 "이것이 원격의료로의 전면화라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실사구시를 해야지 논쟁으로 가서 영리병원 찬성이냐, 반대냐 이러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 같이 말했다.

강 수석은 거듭 "이건 누굴 위한 원격진료가 아닌 의사와 국민 모두의 안전을 위한 비대면 진료"라며 "개념이 '원격이다, 비대면이다'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영리병원은 더더욱 지금 아닌 얘기다. 누가 지금 영리병원(도입)을 주장한 사람이 있는가"라고 했다.

김연명 수석의 원격의료 허용 발언 진화에 부심하던 민주당도 본격적으로 비대면 진료의 효용성을 강조하며 뒷받침에 나섰다. 원격의료 반대 입장을 견지해 온 민주당으로선 거부감이 덜한 '비대면 진료'라는 용어를 앞세워 여론전에 주력하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 대변인은 "이번에 코로나19 진단과 처방과 관련해 전화처방을 예외적으로 허용했는데 그것이 효과를 봤다"며 "그 적시성을 검토하겠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러 분야에서 비대면 경제와 비대면 산업이 일어날 텐데, 이에 대한 지원과 육성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유독 원격의료 문제만 과도하게 관심을 갖는 것은 코로나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접목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남인순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원격의료 허용과 비대면 진료 활성화 논의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규제 완화와 의료 영리화 차원의 원격의료 도입에 분명히 반대 의견을 견지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조차 비대면 진료와 원격의료의 차이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못해 왔고, 재난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허용된 비대면 진료를 제도적으로 허용해 일상화하겠다는 것이어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회경제위기 대응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환자 안전과 건강 상 부작용이 제대로 평가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원격의료를 제도화해 재벌·기업들의 숙원사업을 허용해주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재난자본주의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또 "대표적 의료영리화 정책인 원격의료는 삼성, LG, SK텔레콤 등 원격의료 기기와 통신기업들, 대형병원엔 돈벌이 숙원사업이지만 환자에게는 의료수준 향상 없이 의료비만 폭등시킬 제도"라고 청와대와 정부 주장을 반박했다.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이나 고령 환자를 위해 비대면 진료가 불가피하다는 청와대 주장에 대해서도 대책위는 "노인과 취약계층에게 원격의료는 기술·정보 접근 장벽으로 의료불평등을 심화시킨다"며 "도서벽지에 필요한 것은 공공 의료기관과 방문 진료"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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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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