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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껍질과 껍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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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껍질과 껍데기

학창 시절에 트윈 폴리오라는 트리오를 엄청 좋아했다. 그들의 노래는 생활의 활력소였다. 요즘 아이들이 BTS에 빠지고 기성세대가 트로트열풍에 젖어있는 것을 보면 노래가 얼마나 민중들에게 영향을 주는가 알 수 있다. 그때 좋아했던 노래 중에 윤형주 씨의 “조개 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 물가에 마주 앉아 밤새 속삭이네……”라고 시작하는 곡이 있다. 제목은 잊었다. 아무튼 기타 치면서 밤새도록 불러도 질리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하니 어휘가 맞지 않는 것이 있었다.

또 하나,식당에 가면 ‘돼지 껍데기’볶음이라는 것이 있다. 쫄깃한 것이 식감이 좋아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사실 오전까지만 해도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대학원 졸업한 제자가 문자로 질문을 했다. ‘돼지껍데기’는 맞는 말인가요? 하고 물어서 그때야 그것이 잘못된 단어라는 것이 생각났다. 그래서 오늘은 아침에 보낸 문자에 살을 붙여 껍질과 껍데기의 차이를 밝혀보려고 한다.

‘껍질’은 “1.딱딱하지 않은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물질의 막, 2.알맹이가 빠져서 속이 비거나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태나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원자 구조를 나타내는 모델에서, 원자핵 주변의 거의 같은 에너지를 가지는 전자 궤도의 모임”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원래는 ‘딱딱하지 않은, 물체의 거죽을 싸고 있는 물질의 켜’를 이르는 말이다. 나무껍질과 같은 것을 말한다. ‘껍데기’는 ‘달걀이나 조개같은 것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을 이르는 말이다. 껍데기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1.달걀이나 조개 같은 것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 2.거짓이나 가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속에 무엇이 들어갈 수 있게 만든 물건”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그러면서 예문으로 ‘조개껍데기’를 들어 놓았다. 조개의 부드러운 살을 감싸고 있는 것은 껍데기라고 한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노래 부를 때 “조개 껍데기 묶어 ……”라고 해야 한다. 사실 필자가 이렇게 말해 놓고도 속으로 웃음이 나온다. 노래의 맛이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뭔가 시골스럽기도 하고, 리듬이 어긋나는 것 같기도 하다.

이 노래의 덕분(?)인지 몰라도 요즘은 조개껍질(조갯살을 겉에서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 굴껍질(굴을 겉에서 싸고 있는 껍질)이라는 말이 조개껍데기, 굴껍데기라는 말과 함께 쓰이고 있다. 사전에도 등재되어 있다. 그러므로 조개껍질도 쓸 수 있다고 보지만 사실은 바람직하지는 않은 표현이다.

특히 껍데기라는 말은 ‘단단한 물질’을 이르는데, 돼지껍데기라는 표현은 더욱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렇다고 돼지껍질이라고 하면 맞는 말인가 하는 것도 의문이 간다. 사실 동물의 살을 싸고 있는 것은 가죽이다. 살가죽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음식이름을 놓고 설왕설래하는 것 같지만 ‘돼지 살가죽(?)’이라고 하면 먹기에 더욱 꺼려질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참으로 재미있는 우리말이다. ‘가죽’은 “1.동물의 몸을 싸고 있는 껍질을 벗기어 가공한 물품, 2.사람이나 동물의 몸을 감싸고 있는 질긴 껍질, 3.사람의 피부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살가죽’은 “사람이나 짐승의 몸 전체를 싸고 있는 껍질”을 말한다. 그러므로 ‘돼지껍데기’는 ‘돼지살가죽’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가장 어울린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피부밑주사’를 ‘살가죽밑주사’라고 한다. 뭔가 으스스한 느낌을 준다. 가죽과 껍질과 껍데기는 각각 의미하는 바에 있어서 조금 씩 차이가 있다. 나무껍질과 조개껍데기 그리고 살가죽과 같이 구분해서 바라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세상 사람들이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다 보니 정말로 경계가 없어지고 있다. 근자에 와서 언어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예전에는 노랫말이 정말 한 편의 시를 읽는 것 같은 것이 많았다. 시에 곡을 붙여서 많은 사람들이 애송(애창)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蛇足)초등학교 졸업시험으로 한국시 100 편을 암기하도록 하면 언어교육 따로 시키지 않아도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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