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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를 확산하는 보훈 '페치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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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를 확산하는 보훈 '페치카'

[2020년에 다시 읽는 보훈 ⑫]

2020년 올 해는 청산리·봉오동 전투 100주년이고, 6·25전쟁 70주년이자 4·19혁명 60주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입니다. 이런 역사적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보훈의 역사는 '공동체를 위한 헌신'이라는 가치와 이를 통해 시민적, 평화적 발전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런 가치와 의미를 짚어보고자 <프레시안>은 보훈교육연구원과 함께 기획연재를 진행합니다. 이를 통해 보훈의 역사, 사회적 의의, 평화지향성 등을 사회적으로 함께 생각해 보고 방향을 정립해 보는 기회의 장을 갖고자 합니다. 편집자.

2020년 올해는 보훈과 관련되어 의미 있는 한 해가 될 것이다. 특히 보훈역사에서 10주기를 맞는 사건들이 많이 있다. 호국과 관련해서는 6·25전쟁 70주년으로, 전쟁 희생자에 대한 추모로 상처를 치유하고 지역·세대·계층을 떠나 포용과 화합의 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민주와 관련해 보면, 4·19혁명 60주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이 되는 해로써 이를 계기로 민주역사에 대한 국민 공감대 형성에 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독립과 관련해서는 봉오동·청산리전투 전승 100주년을 맞아 항일 독립전쟁의 역사적 의미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독립과 관련한 또 하나의 행사로 4월 11일 대한민국임시정부(이하 ‘임시정부’) 수립기념일을 맞아 임시정부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독립정신을 기리는 기념식과 동시에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이하 ‘임시정부기념관’) 기공식이 있었다. 이번에 기공한 임시정부기념관을 통해 임시정부의 자주정신과 민주정신을 계승하고, 새로운 백년의 희망으로 국민단합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임시정부기념관은 지하 2층, 지상 4층(연면적 9,089㎡) 규모로 서울 서대문구의회 부지에 2021년 하반기까지 건립할 계획이다. 이런 행사들의 공통된 지향은 ‘나라를 되찾고, 지키고, 바로세운’ 독립·호국·민주의 역사가 각각의 시기와 형태는 다르지만 모두가 ‘공동체를 위한 헌신’이라는 하나의 가치로 수렴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올해 다양한 보훈 기념사업들이 국민통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해 본다.

이런 역사적 사건들과 함께 올해는 최재형 선생 순국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러시아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로 불린 선생은 함경북도 경원에서 태어났다. 선생의 아버지는 노비였고, 어머니는 기생이었다. 선생이 어린 나이일 때 가족이 연해주로 이주했고, 10대 때에는 6년 동안 러시아 상선을 탔으며 이때 세상과 러시아어를 배웠다. 연해주로 돌아온 선생은 지역에서 억울한 동포들을 도왔다. 연해주의 동포들은 집에 선생의 초상화를 걸어두고, 페치카(벽난로)로 불렀다고 한다. 동포에게 난로처럼 따뜻했던 그를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을 것이다. 사업으로 부를 이룬 선생은 러시아 한인 마을에 소학교들을 세워 동포교육에 힘썼고,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의병들의 군자금을 대며 독립운동에 나섰다. 선생은 1909년 권총을 마련해 주는 등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할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상해 임시정부 재무총장으로도 일했던 선생은 그의 모든 재산을 바쳐 독립운동에 나섰다. 그럼에도 연해주에서 선생과 함께 활동했던 왕족 출신 한 인사는 선생을 노비의 아들이라고 무시했다고 한다. 이에 선생은 ‘국가에 대한 책임은 사람이 태어날 때 두 어깨에 메고 나는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변변히 해준 것 하나 없는 조국이었지만, 선생은 자신의 목숨보다 귀히 여겼다. 1920년 일본군은 연해주의 동포지역들을 습격했다. 당시 우수리스크에서 머물던 선생은 이때 일본군에게 붙잡혀 4월 7일 총살로 순국했다.

공교롭게도 올해 2월 선생의 손자 최발렌틴 한국독립유공자후손협회 회장 별세 소식이 들리면서 안타까움을 주었다. 최 회장은 독일 방문 중 사고를 당해 현지에서 수술을 받은 뒤 모스크바로 옮겨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하 ‘보훈공단’)은 양봉민 이사장이 서울 용산구 소재 최재형기념사업회에 마련된 최 회장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양 이사장은 “최근 최 회장이 독일 현지 수술비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뒤, 보훈공단에서도 의료비 지원을 적극 검토하던 중이었다”며 이러한 취지로 2,000만원을 후원할 것을 약속했다. 보훈공단은 지난 2001년부터 해외거주 중인 독립유공자를 위해 해외 의료봉사 및 의료비 지원활동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최재형 선생 순국 100주년을 맞아 그의 정신을 새롭게 돌아보는 차원에서도 보훈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보훈의 본질은 국가를 위해 희생하거나 공헌한 사람들에 대한 보답이다. 우리의 현재는 수많은 국가유공자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보답은 국가와 국민의 기본적 의무라는 인식에 기초해 그들의 명예로운 생활이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나라를 위한 헌신이 명예롭고 존중받는다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게 함으로써 국가공동체의 영속적 발전을 위한 사회문화를 굳건하게 해야 한다. 국가보훈처를 중심으로 정부는 국가유공자들의 헌신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빈틈없는 예우와 보상, 지원으로 보답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이런 보훈의 의의와 역할을 공공기관으로써 담당하는 곳이 바로 보훈공단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조국독립과 국가수호, 민주화, 그리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를 위한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헌신 위에 서 있다. 이런 국가유공자의 뜻을 기리고 공헌에 보답하는 보훈은 우리 사회의 당연한 책무이므로, 1981년 보훈공단을 설립해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에게 수준 높은 의료·복지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보훈공단은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에 대한 진료와 재활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서울, 부산, 광주, 대구, 대전, 인천 6개 지역에 총 3,500여 병상의 보훈병원을 설립하여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산하에 보훈의학연구소를 세워 보훈대상자 특성에 맞는 연구를 시행하는 한편 국가유공자의 신체기능 회복과 재활을 위한 재활센터와 보장구센터, 노인성질환에 대한 전문 의료진의 케어서비스 제공을 위해 보훈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국가유공자 및 그 유가족의 복지사업과 관련해서는 치매·중풍 등 중증 노인성 질환을 가진 국가유공자를 위한 보훈요양원, 무의탁 노령 국가유공자 및 유족과 미성년 자녀 양로·양육보호를 위한 보훈원, 무주택 고령 국가유공자 및 그 유족을 위해 실버타운 개념의 고령자 전용주거시설인 보훈복지타운, 미망인 및 국가유공자 휴양시설인 보훈휴양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시설과 서비스는 보훈가족이 체감하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보훈정책과 제도를 내실화하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천대받던 신분으로 태어났지만 누구보다도 조국을 사랑하다 산화한 최재형 선생의 일생에서도 볼 수 있듯이 보훈은 새로운 국민통합 시대를 여는 매개이다. 그리고 일상 속에서 국가유공자를 존경하는 보훈문화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모두가 책임이 있다. 이와 관련해 보훈공단은 올해 4월 코로나19로 인한 개학 연기로 급식재료 판로가 막힌 지역 감자농가를 돕기 위해 감자를 구입했고 원주시청 등에 이를 기부했다. 이에 대해 양 이사장은 “최근 보훈공단은 본사가 위치한 원주 지역을 대상으로 감염 예방물품 기부와 헌혈봉사, 의류 나눔 등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반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런 활동들이 나라를 위한 헌신이 존경받고, 우리 사회에 따뜻한 보훈문화가 꽃필 수 있도록 성심을 다하는 공공기관의 한 모습이라고 본다. 내년이면 보훈공단이 창립 40주년을 맞는다. 마흔을 미혹되지 않는 나이라고 불혹(不惑)이라고도 한다. 페치카 최재형 선생이 몸소 보여준 바대로 나라를 사랑하고 우리 사회 구성원들을 서로 따뜻이 대하는 것이 흔들릴 수 없는 우리의 자세이다. 그리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분들을 정당하게 보상하고 예우하는 것이 미혹되지 않는 우리의 역할이다. 이런 사회적 책무를 보훈공단이 앞장 서 실행해야 한다. 최재형 선생 등 국가유공자들이 목숨으로 지킨 온기를 영원히 지속되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보훈공단의 다른 이름은 온기를 확산하는 페치카 공단일 수밖에 없다. 온기를 확산하는 우리 사회의 페치카 보훈공단의 훈훈한 앞날을 기대한다.

필자 서운석 보훈교육연구원 연구원은 행정학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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