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화폐 '동백전'이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취지와는 달리 편의점, 병원, 입시학원 등 단순한 소비결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12월 말부터 올해 4월 말까지 결제된 동백전 4540억 원의 사용처를 분석한 결과 식생활 35.5%, 의료·보건 19.4%, 쇼핑·유통 13.9%, 교육 8.7% 순으로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의료·보건의 경우 사용된 882억 원 중 치과, 피부과 등에 242억 원이 사용됐으며 교육비는 392억 원 중 136억 원이 입시학원, 보습학원에 사용됐다.
쇼통·유통에서는 지역 소상공인의 매출증대라는 취지와는 달리 소비액 629억 원 중 편의점 사용액이 179억 원으로 슈퍼마켓, 마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소비가 일어났다.
이를 두고 경실련은 "이는 10%의 캐시백 혜택을 부산시 재정으로 충당하는 것을 감내하면서 지역의 영세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든 동백전이 단순한 소비결제 대체수단으로 전락했으며, 비생계형 고액지출 업종에 사용됐다는 증거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래 지역화폐는 시행초기에 지자체에서 마중물로 예산지원을 해주고 그 혜택이 지역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매출증대로 이어지면 지역자금의 역외유출 방지, 지역경제의 활력제고와 같은 지역경제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용현황은 지역화폐 본연의 취지에서 벗어나 지역공동체 정신을 망가뜨리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사용액 규모별 현황에서 50만 원 이하 소액이 32.2%에 불과했고 50만 원 초과 100만 원 이하, 100만 원 초가가 각각 41.5%, 26.3%로 대부분 캐시백 혜택을 누리기 위해 소액보다 고액을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는 최근 동백전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예산 부족으로 100만 원 한도, 10% 캐시백을 5월부터 50만 원 한도, 6% 캐시백으로 전환하면서 대부분 사용금액이 50만 원 이하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으나 사실살 고액 이용자가 더 많았던 것이다.
이에 경실련은 "이런 제도의 변경에 시의회와의 협의, 시민과의 소통이 부재한 상태에서 부산시에서 일방적인 결정을 내리고 시민들에게 통보하는 형태로 행정을 진행해오고 있다"며 "이는 부산시의 행정이 소통과 민주성이 결여되어 있는 일방통행식일 뿐만 아니라 지역화폐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역화폐는 특정지역에서 사용가능한 화폐로써 그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이 목적인데 이는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 되고 도입 당시부터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정책방안을 강구했어야 한다"며 "부산시가 지금까지의 성과와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개선책을 마련함으로써 어려운 지역경제에 마중물 같은 역할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부산시의 적극적인 개선 노력을 기대해 본다"고 요구했다.
한편 경실련은 이같은 동백전 실태 발표와 함께 이날 오후 2시 부산시청 12층 소회의실에서 부산시의회 경제문화위원회와 함께 '동백전,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고 해결 방안 마련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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