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 붕괴가 일어나면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대비를 위해 정치와 시민·사회운동 역량을 더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1일 시민건강연구소가 주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건강정의' 웨비나(웹+세미나)에서 강의 발제자로 나선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와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세계적으로 진행된 노동 양극화가 더 심화'하는 미래가 도래하고 있다는 지적 아래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경제 분야가 아닌, 정치와 운동 영역에서 더 적극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강연에서 주목해야 할 건, 코로나19 이전 세계 노동, 경제의 화두였던 4차 산업혁명의 도래, 즉 기술 발전보다 정치의 중요성을 두 강연자가 강조했다는 점이다.
관련 설명을 위해 신 교수는 '코로나19 체제 이전', 즉 세계화와 신자유주의화가 가속화하던 시기 노동의 질과 양이 연령, 젠더, 인종, 소득, 교육 등에 따라 점차 벌어졌으며, 그간 발전한 기술 수준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비대면(untact) 사회'에 더 큰 영향을 미치리라고 예견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비관적 미래상과 비슷하다. 기술 발전으로 소수의 엘리트 노동자를 제외한 다수 노동자가 노동 시장에서 이탈하리라는 전망이 세계적으로 오랜 기간 쏟아졌다. 신 교수는 이미 상당수 노동자가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에 종사함에 따라 "산업 사회는 코로나19 이전에 종언을 고했다"고 단언했다.
신 교수는 그러나 정치 격차가 기술 발달로 인한 격차보다 노동 양극화를 더 심화한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노동 양극화의 주된 원인은 기술 문제가 아닌 정치 문제에 있었다"며 "대표적 사례로, 스웨덴은 영국보다 로봇을 3배 정도 더 사용하지만 불평등 수준과 빈곤율은 영국이 스웨덴보다 훨씬 높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이후 양극화가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는 때, 이 '초격차 사회'를 막는 힘은 정치에서 나온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김 연구원은 같은 선상에서 한국 정치와 시민사회운동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느냐는 데 의문을 표했다.
그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가 동조화하고 △노동을 존중하며 △연대와 협력이 표준이 되는 모델이 '뉴 노멀'이 되어야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불평등이 심화하고, (사회 운동이자 새 정치의 기반이 되어야 할) 노동계급은 더 약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여성, (자영업자 등) 불안정 취업자, 노인 노동자, 청년(실업자), 이주 노동자 등에 더 집중되는 현실을 김 연구원은 지적했다. 정치와 운동이 작동하지 않은 결과로 취약 계층이 일방적으로 코로나19 위험과 코로나19로 인한 실업 등의 경제적 위험에 더 노출됐다는 지적이다.
신 교수는 더 바람직한 '포스트 코로나19 뉴 노멀'을 준비하기 위해 기존 고용체제와 사회보장 체제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점을 인정하고, 기본 소득 등의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로봇세를 신설하고 일자리 공유제 등의 실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의 대안 모색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이윤의 과도한 집중화를 막을 제도적 장치를 정치권이 모색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시민건강연구소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전망하는 차원에서 4주 연속 기획 웨비나를 진행 중이며, 이날 웨비나는 3주차 프로그램이다. 오는 18일 저녁 7시에는 '정보인권과 자유권'이라는 주제로 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와 최홍조 시민건강연구소 회원이 발표에 나설 예정이다.
해당 웨비나는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신청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지정된 양식으로 온라인 신청을 하는 이는 시민건강연구소로부터 구글 미트 링크를 전달받아 웨비나에 참여 가능하다. (☞ 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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