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에 위치한 클럽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발생되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우려되는 가운데 한국의 성소수자들이 이와 관련한 실질적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외신이 주목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8일(현지 시각) 한국 이태원 클럽에서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들 클럽이 성소수자인 게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라는 점이 밝혀졌고, 이에 따라 한국 내 게이 커뮤니티에서는 자신의 신상이 공개될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특히 지난 7일 '이태원 게이클럽에 코로나19 확진자 다녀갔다'는 제목의 <국민일보> 보도 이후 몇몇 SNS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이런 역겨운 일들을 멈추도록 해달라"는 발언이 이어지자 이를 접한 한국 내 게이 커뮤니티에서는 상당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한국에서 동성애는 불법은 아니지만 동성애자들에 대한 차별이 만연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한국 동성애자들은 가족이나 동료들에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긴다"며 이들이 현 상황을 두려워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신문은 한국 보건 당국이 확진자가 발생한 시기에 클럽을 방문한 사람들의 명단을 가지고 있고 이들에게 검사를 받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한국 내 성소수자에 대한 이같은 시각 때문에 대상자들은 코로나19 확진 여부에 대한 검사를 받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37세의 IT 엔지니어인 장지명(가명) 씨의 경우 지난 몇 달 동안 세 차례 클럽을 갔었지만, 검사를 받게 될 경우 앞으로 겪게 될 일이 두렵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나는 한국의 일반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그들은 게이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상사와 동료들이 나와 대화하면서 모든 동성애자들을 가스실에서 죽여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듣기도 했다"며 "만약 그들이 내가 게이 클럽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들은 다른 핑계를 대든지 아니면 그곳에서의 내 삶을 생지옥으로 만들든지 해서 나를 떠날 수밖에 없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장 씨는 "코로나 19에 감염되는 것이 정말 걱정되지만 직장을 잃고 싶지 않다. 그래서 검사를 받을 수가 없다"며 "바이러스는 그렇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 결국 치료를 받고 나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이라는 것이) 밝혀질 때 직면하게 될 사회적, 직업적 곤란을 감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성소수자 단체를 중심으로 현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8일(한국 시각)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는 "진료를 받는다는 사실이 당일 그 장소에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성적 지향을 드러내는 것으로 귀결되는 상황에서 접촉자 시민의 협조를 구하기는 더 어려워졌다"며 "<국민일보>의 보도는 아우팅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조성해 확진자와 접촉한 이들을 위축시키고 방역망 밖으로 숨어들게 해 2차 감염 예방을 위한 방역망에 커다란 구멍을 냈다"고 지적했다. (☞ 관련 기사 : "소수자 혐오 보도 넘쳐난 <국민일보> 인권침해 사태 멈춰야")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