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육류 대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열악한 작업 환경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 발생한 육류가공 공장들이 작업을 중단하면서 육류 유통에 문제가 생길 조짐이 보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말 공장 재가동을 명령했다. 육류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경우, 시민들의 불안 심리가 극도로 가중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확진자가 나온 공장을 재가동할 경우, 집단 감염이 발생하는 등 노동자들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노동자 안전과 경제 중 경제를 택한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은 예상된 비극을 불러왔다.
타이슨푸드 워털루 공장, 1000명 넘게 집단 감염...전체 노동자 60% 감염된 곳도 있어
8일 <폭스뉴스>에 따르면, 세계 2위 육류가공업체 타이슨 푸드의 아이오와주 페리에 있는 공장에서는 전체 노동자의 60%인 730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또 아이오와주 블랙호크카운티 보건당국은 타이슨의 워털루 공장에서 1031명의 노동자가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공장 근로자(2800여명)의 37%애 해당하는 숫자다.
타이슨푸드의 이들 공장은 급속하게 코로나19가 노동자들 사이에 확산됨에 따라 2주 전에 작업을 중단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8일 "육류와 가금류 공장은 필수적인 국가 기반 시설"이라며 미국 내 육류 공장을 강제로 재가동할 수 있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은 국방물자생산법(DPA)에 기반한 것인데, 이는 한국전쟁 당시 군수물자 생산을 위해 제정된 법이다.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근거로 타이슨은 공장 내 근무하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발열 검사를 실시하고 작업장 내에서 안전 거리를 확보하겠다고 밝히는 등 노동자 안전을 중시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뒤 지난 7일 공장을 재가동시켰다.
그런데 재가동한지 하루 만에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했다. <폭스뉴스>는 "워털루 공장 직원들 중 이미 3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고, 1명은 의식이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공장 내 집단 감염은 타이슨푸드의 공장에서만 발생한 일이 아니다. 지난 1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19개주의 115개 육가공 공장을 조사한 결과 총 4900명의 근로자가 코로나19 확진자로 분류됐으며, 사망자도 20명이나 됐다.
육류가공공장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난 이유에 대해 CDC는 물리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노동 환경과 집단 거주와 통근 버스 등 생활 환경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높인다고 분석했다. 또 이들 공장 노동자의 대다수가 이민자들이기 때문에 언어 문제로 작업장 안전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웬디스에서 햄버거 메뉴 사라져...코스트코 등도 육류 구입 제한
육류가공공장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미국 내 육류 공급에도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웬디스는 햄버거 등 쇠고기가 들어간 메뉴 판매를 5500곳의 매장 중 1043곳에서 중단했다.
또 미국 최대 슈퍼마켓 체인인 크로거와 대형 유통매장인 코스트코, 샘스클럽, 하이비 등은 고객의 육류 구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공급 부족 조짐을 보이자 소비자 가격도 오르고 있다. CNN에 따르면, 돼지고기 소매 가격은 일주일만에 30% 이상 뛰었고, 우육 도매가 역시 기록적으로 폭등했다.
바이든 "트럼프, 노동자들 일회용 취급"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공장을 재가동시킨 조치에 대해 민주당의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노동자들을 일회용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노동자들을 위한 의료보험료 지불, 신속한 코로나 테스트 등을 요구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육류 공장의 재가동이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재개의 시험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정부와 식품 회사, 노동자에 의한 코로나19 반응은 국가 비상 상황에서 누가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밝혀내고 있다"며 "육류 공장의 재가동은 제 2의 감염을 유발하지 않고 어떻게 사업을 재개할 수 있는지 시험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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