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뜨는 한국과 지는 중국
한국에서 코로나19는 그 확산세가 꺾이면서, 사회는 점차적으로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한국은 코로나19 대응에 선진적 시민의식과 우수한 리더십을 보여주며, 전 세계 방역 모범국가로 부상했다.
높아진 국가 위상을 발판삼아 우리는 수십 년을 노력해도 뛰어 넘기 힘들었던 소위 '선진국'이라 일컫던 국가들의 의료보건시장 장벽을 단숨에 뛰어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K-팝, K-무비에 이어 K-메디컬이라는 새로운 'K-브랜드'를 전 세계에 각인시킨 것이다. 또한 K-메디컬이 우리의 미래 유망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따라 정부도 코로나19 방역에 필요한 의료보건 물자의 수출이 원활하게 진행되어 브랜드파워를 한껏 높이는데 만전을 기하고 있다. 관세청은 코로나19 진단키트 제조에 필요한 원부자재 수입 통관이 24시간 내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수입 검사 및 서류 제출을 최소화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노력으로 지난 1월 한국의 코로나바이러스 진단키트 수출 대상국이 1개 국가에 그친데 반해 4월에는 100여개 국가로 급증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코로나19로 침체된 한국 경제에 희망을 불어 넣고 있다.
한편, 비슷한 시기에 중국도 코로나19에서 벗어났다. 중국은 전 세계 방역용품의 40%이상을 생산하며, 지난 3월 한 달여 만에 수출액이 100억 위안(약 1조 7600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중국 역시 코로나19로 얼어있던 경제가 활기를 되찾는 모양새다. 이에 중국정부도 코로나19 극복에 각국이 지원했던 점을 잊지 않고, 방역용품의 수출이 끊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코로나 방역에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상황은 한국과는 좀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 세계로 수출한 마스크 및 진단 키트 등 방역용품에서 품질문제가 제기되면서, 그나마 회복되고 있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이미지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설상가상으로 이미지 제고를 위한 품질강화 조치가 되레 '수출 제한'이라는 역풍을 맞으며 코로나19 휴유증이라는 소용돌이에 다시 휘말리고 있다.
중국의 수상한 수출용 방역물자 품질 제고 조치
중국은 중국산 방역제품에 대한 품질제고를 위하여, 지난 3월 31일 「질서 있는 의료물자수출에 관한 공고」(关于有序开展医疗物资出口的公告, 이하 공고)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수출용 △코로나바이러스 진단키트 △의료마스크 △의료방호복 △호흡기 △적외선 체온계 등 5개 품목에 대해 4월 1일부터 품질관리 강화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단, 의료용이 아닌 일반 상용마스크나 소독제, 에탄올 등은 관리 대상에서 제외했다.
중국의 방역용품 품질 관리강화 조치의 핵심은 통관과정에서 수출용 의료기기가 국내 국가약품관리감독국에 등록되어 있음을 증명하는 '의료기기제품의 등록증'을 확인하는 행정철차를 추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내외 반발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이러한 조치가 있기 전에는 수출용 의료기기에 대해서 별다른 관리감독 조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방역물자 부족에 시달리는 미국은 3M 중국 공장에서 만든 방역용품들이 미국으로의 수입이 지연되자 중국의 수출제한조치에 대해 맹비난을 쏟아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은 지금까지 「의료기기관리감독조례」(医疗器械监督管理条例) 제44조에 따라, 의료기기 수출기업에게 수입국(지역)의 요구에 부합해야한다는 것 이외의 다른 요구사항이 없었다. 즉, 3M과 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제품등록허가를 받았다면 중국 국내 관련기관에 별도의 제품 등록 없이 바로 미국으로 수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공고가 발표되면서 의료기기 수출기업들에게 국내에 제품 등록 및 해관검사라는 행정절차가 추가됐다. 중국의 정책에 따라, 제품을 등록하려는 업체가 몰리면서 통관 기간이 6-10일이나 지체된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정부는 수출규제는 다른 정치적 의도 없이 단순히 수출용 방역용품에 대한 품질관리를 위한 것이라 주장했다. 물론 방역용품이 의료기기에 포함되는 만큼 그 안전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품질을 관리하는 것은 필요하다. 더욱이 코로나19의 세계 대유행이라는 악제를 신산업 성장의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라도 이미지 보호가 시급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품질제고를 꼭 행정절차를 추가하여 시장진입의 장벽을 높이는 방법을 통해서 해야만 했는냐는 의문이다. 세계 각국이 초를 다투며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와중에 말이다. 한국이나 미국의 사례만 봐도 진단키트의 공급 원활화를 위해서 통관절차나 수입 승인절차를 간소화하는 추세에서 중국의 이러한 조치가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다.
코로나19로 재점화되는 중-미 갈등
중국의 방역용품 수출규제 정책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공격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3M 의료용품이 마치 중국이 의도적으로 '허가를 내주지 않아' 미국으로 배송되지 못하고 있다고 왜곡하여 보도했다. 이에 이어 미국정부는 코로나19 발생과 세계 대유행에 대한 '중국책임론'을 본격적으로 제기하며, 이를 정치적 여론 몰이용으로 이용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이 이를 국내정치에 이용하는 것을 넘어 국제문제로 확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중국책임론에 동조하도록 동맹국들을 압박하여 이를 국제 여론화를 시도하고 있다. 벌써부터 중국책임론에 대한 동조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직접적이진 않지만 영국 국무조정실장이 <B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코로나19에 대한 정보를 초기에 제대로 알리지 않아 대유행이 온 것이라 주장했다. 호주도 코로나19 발원에 대한 미국의 국제조사 방안에 지지를 표명했다고 알려졌다.
한편, 미국의 압박에 중국도 지지 않고 강력하게 맞서고 있다. 중국책임론을 중국기여론으로 전환하기 위해 거액의 방역기부금을 내는 등 애를 쓰고 있다, 또한 중국챔임론에 따른 소송 제기 가능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맞소송하겠다고 밝히는가하면, 중국책임론을 지지하는 국가에 대해 보복성 경제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떤 방법도 중국에게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항하여, 국내외 여론을 전환시킬 수 있는 묘책이 중국에게 절실해 보인다. 코로나19의 전 세계 유행이 이제는 이미 중-미간 정치이슈로 변질된 것으로 보인다. 전염병에서 겨우 벗어났는데, 더 큰 후폭풍에 직면해 있는 격이다.
K-방역으로 한껏 주가를 올리고 있는 우리에게도 이들 사이에서 곧 그 '선택'의 시간이 다가올 것으로 본다. 성공적 코로나19 방역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천재일우의 기회가 중-미 갈등에 치여 물거품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폭풍을 피하면서 K-메디컬을 잘 배양할 수 있는 외교적 기지를 발휘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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