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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랐는데...' 강제퇴거 위기에 내몰린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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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랐는데...' 강제퇴거 위기에 내몰린 아이들

인권위, 법무부에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아동에 체류자격 부여제도 마련하도록 권고

#고등학교 3학년인 A 학생은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한국인이 아니다. A 학생의 부모님은 미등록외국인, 즉 불법 체류 상태에서 A 학생을 낳았다. 때문에 A 학생도 주민등록은 물론 외국인등록도 하지 못했다. A 학생은 원래 국적국의 정체성이 없다. 친인척도 없고 말도 할 줄 모른다. A 학생과 같은 반 친구들은 A 학생이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부모님이 장애인인 A 학생은 부모님과 같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사회복지사의 꿈을 꾸고 있다.

#올해 스무 살이 된 B 씨도 한국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한국에서만 자랐다. 그러나 부모님이 미등록 체류상태에서 B 씨를 낳아 B 씨 역시 주민등록도, 외국인등록도 하지 못했다. 5년 전 아픈 어머니가 요양 차 본국에 돌아간 후 사실상 두 동생을 돌보고 있다.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한 B 씨는 학창시절부터 연극을 좋아해 공연 기획 쪽의 진로를 계획하고 있다.

A 학생이나 B 씨와 같은 처지의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아동은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따라 본인 희망 시 고등학교 과정까지 강제출국을 유예하고 있다. 그러나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협약의 보호 대상에서 벗어난다. 단속에 적발되면 강제 퇴거된다. '특별 자진출국제도'를 통해 스스로 출국한 뒤 유학 등 자격요건을 구비해 다시 한국으로 재입국 할 수도 있지만 쉽지 않다. 특히 A 학생이나 B 씨와 같이 한국에서 태어나 본래 국적국의 정체성이 전혀 없고 연고도 없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6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아동의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상시적 제도가 없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퇴거 되는 것은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피해자들의 인간의 존엄성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체류자격 부여제도를 마련할 것을 법무부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의 권고 시기는 지난 3월이다.

인권위는 "A 학생과 B 씨는 체류자격 없이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그 의미와 효과를 이해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연령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권위는 "대한민국에서 초·중·고등학교 과정을 이수하고 대한민국의 언어·풍습·문화·생활환경에서 정체성을 형성하고 교우관계가 만들어지는 등 사회적 기반을 형성했다"며 이들에게 국내 체류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아동의 무조건적인 강제퇴거를 중단하고 △이들이 국내에 지속적인 체류를 원할 시 체류자격을 신청해 심사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제도 마련 이전에라도 현행 법·제도 상 이용할 수 있는 절차를 활용해 체류자격 부여 여부를 적극적으로 심사할 것을 법무부에 권고했다.

그동안 미등록 이주아동을 구제하는 법안은 수차례 발의됐다. 그러나 법무부는 '미등록 이주아동에 대한 상시적 합법화는 유엔 아동권리 협약의 범위를 벗어나'며 '미등록 체류 외국인의 규모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부모가 자녀를 이용해 체류하는 사례가 더욱 증가해 국경관리 및 체류질서의 근간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폐기를 반복해왔다.

이에 관해 인권위는 "법무부가 미등록 이주아동의 강제퇴거명령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을 인정하더라도 이들을 강제퇴거할 경우 "오로지 한국에서만 사회적 기반을 형성한 피해자들이 입게 되는 개인적 불이익이 더 클 것이 확실히 예견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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