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가장 많은 노동자가 일하다 죽은 기업은 어디일까.
노동건강연대, 민주노총 등으로 이뤄진 산재사망 대책 마련 공동캠페인단이 산재 피해 유가족 모임 '다시는'과 함께 27일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2020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열고 "2019년 최악의 살인기업 1위는 7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대우건설"이라고 발표했다. 사망한 노동자 7명은 전원 하청 노동자다.
노동자 많이 죽는 기업은 건설기업, 그 중에서도 하청 노동자에 사망 집중
대우건설이 건설기업이고 산재사망 노동자 전원이 하청 노동자라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이날 캠페인단이 '살인기업'으로 발표한 13개 기업 중 8개가 건설기업이었다. 발표에 포함된 기업에서 사망한 노동자 48명 중 33명은 하청노동자였다. 남은 15명 중 4명은 이주 노동자였다.
대우건설 다음으로 노동자가 많이 사망한 기업은 현대건설 6명(하청 5명), GS건설 5명(하청 3명), 롯데건설 4명(전원 하청), 한신공영 4명(전원 하청), 수성수산 4명(전원 이주노동자) 순이었다. LG화학 3명(전원 하청), 은성산업 3명(하청 2명), 서희건설 3명(전원 하청), 유원조경개발 3명, 중흥토건 3명(하청 2명), 포스코건설 3명(전원 하청), 한화 대전사업장 3명도 노동자가 많이 죽은 기업으로 선정됐다.
강한수 건설산업연맹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건설사들이 거의 매년 최악의 살인기업에 선정되고 있다"며 "건설 노동자의 한 명으로서 너무나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실제 2019 최악의 살인기업으로는 포스코건설이 선정됐다. 올해 선정된 대우건설은 2011년과 2014년에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됐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이주 노동자 산재 사망은 한국인보다 6배나 높은 비율로 일어난다"며 "우리도 안전하게 죽지 않게 일하고 싶다"고 전했다.
'최악의 살인기업' 특별상은 마사회와 고용노동부
캠페인단은 이날 "가장 많은 노동자가 죽은 기업은 아니지만, 노동자 산재사망과 관련해 여러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한국마사회와 고용노동부에 '2020 최악의 살인기업 특별상'을 시상했다.
마사회는 작년 11월 고 문중원 기수를 포함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2005년 개장 이래 7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반성하거나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선정됐다.
노동부는 2019년 한해 104명의 이주노동자가 사망했지만 그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되는 고용허가제를 폐지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선정됐다. 고용허가제는 사업주가 외국인을 고용하려는 직종과 목적 등을 제시하면 노동부가 타당성을 검토해 허가 여부를 정하는 제도다. 현행 고용허가제에서는 이직, 재고용, 이탈 신고 등 모든 권한이 사업주에게 있다. 이 때문에 사업주가 위험하고 힘든 일을 시켜도 외국인 노동자는 이를 거부하기 어렵다.
캠페인단은 "마사회는 문중원 열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적폐·비리의 온상인 공공기관에서 벗어나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노동부는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면 고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캠페인단은 "4·15 총선에서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얻으며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중대재해기업 처벌, 위험의 외주화 금지를 위한 제도 개선 등 노동자의 죽음을 막기 위한 개혁 입법을 미룰 이유가 없어졌다"며 "정부와 국회는 생명존중 사회, 노동자의 산재사망을 줄일 수 잇는 사회를 만들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캠페인단은 '2019년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조치현황'을 근거자료로 하청업체의 산재사고사망재해를 원청업체 산재사고사망재해로 합산해 이번 통계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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