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난주 논평을 통해 정부가 '선진 기술' 기반과 '공공민간협력' 모델을 이른바 'K-방역'(그리고 그것의 '성공')을 설명하는 양대 축으로 삼으려 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관련 기사 : ''포스트 코로나', 공공성 강화가 유일한 대안이다') 한주 사이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하나 더 늘었으니, '대한민국 정부'는 정보통신기술이 코로나 유행을 성공적으로 억제한 중요(핵심?) 요인이었음을 주장하고 나섰다.(무려 90쪽에 가까운 영어 보고서다. ☞ 바로 가기 : 'Flattening the curve on COVID-19')
지금까지는 성공했다고 전제하면, 바이오와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하고 공공과 민간이 협력한 것이 한 가지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언컨대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성공 여부를 평가하는 것도 남은 과제지만, 한 가지 방향과 한정된 요인으로 성공을 설명하려는 정치야말로 현실을 왜곡하고 미래를 오도한다. 방역의 미래를 망칠 수 있다.
우리는 이 모델, 즉 기술 기반 강화와 공공민간협력이라는 두 가지 축으로는 언제 어떤 형태로 다시 올지 모르는 공중보건 위기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여러 논리적 이유가 있으나 그건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하자. 다른 무엇보다, 이 틀로는 여러 지역 현장에서 시민과 주민이 경험하는 불안, 고통, 부담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핵심 이유다.
첫째, 지역별로 급할 때 활용하거나 동원할 수 있는 공공보건의료 자원(병원만이 아니라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중앙 정부의 평가와는 달리 곳곳에서는 지역사회, 주민, 시민의 불만과 요구가 드높다. 따지고 보면 코로나 같은 감염병만 그런 것이 아니다. 중증외상 환자 치료나 분만은 어떤가?
'밑'으로부터의 요구가 얼마나 크고 강력한지는 얼마 전 국회의원 선거 공약을 보면 알 수 있다. 공공보건의료를 직접 거론한 경우는 당연하지만, 의과대학, 종합병원, 공공병원 등의 공약도 실제 내용으로는 한 가지나 마찬가지다. 공공보건의료 기반 확충과 양적 확대로 수렴된다.
둘째, 민간까지 포함하는 비상시에 대비하는 공공 '시스템'이 부재하거나 부실하다. 혹시라도 이 상태에서 현재 또는 다음에 어떤 지역에 많은 환자가 발생하면 혼란과 피해를 면치 못할 것이다. 공공병원이나 병상이 있어도 전체 시스템(물론 공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무용지물, 반쪽 효과밖에 없다.
이때 시스템이란 인력, 시설, 장비, 재정은 말할 것도 없고 무형의 요소, 즉 지휘, 운용, 관리, 훈련과 경험, 문화까지 모두 포함한다. 예를 들어, 누가 어떻게 결정해 다른 분야 시설과 인력을 동원(활용)할 수 있는지 생각하면 이보다 더 현실적 문제가 없다.
위 첫 번째 예에서 보듯이, 자원봉사 인력이 환자의 중증도를 분류하는 상황을 두고 무슨 시스템이 작동한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나마 이런 체계조차 만들 수 없는 사정이 많을 것이니, 다음이 아니라 현재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신속하게 (임시) 공적 시스템을 구상하고 연습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스템의 공백까지 들추자면 한도 끝도 없다. 이번에는 곳곳에서 그 빈 곳을 자원봉사와 자발적 협력, 비공식적 관계와 네트워크가 메꾸어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채 억지로 봉합한 그 틈이 다음에도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낙관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1) 공공보건의료의 기본 토대(양과 질)를 신속하게 확충하고, (2) 비상시를 대비해 공적 체계(다시 말하지만 공공민간협력이 아니라 공공체계다)를 구축해 운용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이것이 조만간 다시 닥칠 수밖에 없는 공중보건 위기에 대응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시스템까지 구축하려면 더구나 정부 부문의 병원 증설이나 인력 확보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민주적 공공성에 포함된 그 민주주의를 어떻게 실천하고 실현할 것인지, 같이 고민하고 논의해 뜻을 모아야 한다. 이는 다음 주 '논평'에서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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