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표가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후 미래통합당 당권을 두고 내분이 가시화되고 있다. 원내대표인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이 지난 17일 오후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찾아가 비대위원장직을 제안한 상황 속에서, '김종인 비대위'를 반대하는 당내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과거엔 선거에 참패할 경우 '지도부 총사퇴'가 이뤄지기도 했으나, 이번 선거에는 황 대표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책임지겠다고 나선 인사들은 거의 없다. 남아 있는 기존 지도부 일부와 이번에 당선된 중진 의원 일부, 그리고 무소속 당선자 등이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103석으로 쪼그라든 제1야당 내부에서 당권을 두고 '권력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핵심은 '김종인이냐 아니냐'의 문제다. 김종인 전 선대위원장의 경우 비대위원장으로 영입된다면 당 대표 급의 '전권'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당내 중진들, 차기 대표를 노리는 주자들이 사실상 '비토'에 나서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가 현실화되도 문제가 남는다. 미래통합당은 통합 과정에서 총선이 끝난 후 '8월 전당대회'를 당헌 부칙에 넣었다. 당 내에서 '8월 전당대회'를 고수하는 당권주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면 김종인 비대위가 출범하더라도 힘을 받을 수가 없다.
'비상 시국'인만큼 당 조직 정비, 정책 노선 설정 등에서 전권을 휘둘러야 '혁신'이 가능한데, 자칫하면 '전당대회 관리형 비대위'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리형 비대위'를 김종인 전 선대위원장이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김태흠·조경태 등 잠재적 당권주자 '김종인 비대위' 비토
이번에 3선을 달성한 김태흠 의원은 19일 "당의 진로에 대한 김태흠의 고언"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심재철 대표권한대행과 지도부 몇몇이 일방적으로 비대위 체제를 결정하고, 심 대행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만난 것은 심히 유감스럽고 부끄럽기까지 하다"고 사실상 '김종인 비대위론'에 반대 입장을 표했다.
김 의원은 "비록 총선에서 참패를 했지만 우리 당은 100석이 넘는 의석을 가진 정당으로서 정당 구성원 내부에서 지도부를 구성하고 지도부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하여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며 "툭하면 외부인에게 당의 운명을 맡기는 정당에 무슨 미래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이순신 장군의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라는 말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고도 했다.
김 의원은 홍준표, 김태호 등 중량급 무소속 당선자들을 겨냥해 "당 공천에서 제외돼 무소속으로 당선된 분들이 본인들의 입당의사를 밝히는 것은 자유지만 당의 진로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도를 넘는 행동이며 당이 이에 휘둘려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등을 저격한 셈이다.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중 유일하게 생환해 5선을 달성한 조경태 최고위원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야 한다는 데에 공감하면서도 "하루빨리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대위에 힘이 실리면 안된다는 것으로 사실상 '김종인 비대위'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은 모두 잠재적 당권 주자들이다.
반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강하게 밀고 있다.
대권이 목표라는 걸 밝히면서 복당 후 당권 도전에 선을 그은 홍 전 대표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대표는 책임지고 사퇴 했는데 낙선한 사람들이 권한대행 운운하면서 당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려고 하는 것은 어치구니 없는 정치 코미디 같다"라며 "심판을 받은 당지도부가 비대위를 구성하고 총사퇴하라"고 했다.
홍 전 대표는 "전당대회가 급한 것이 아니라 비대위에 전권 주고 비대위 주도로 전당대회를 준비해야 한다"며 "총선을 폭망케 한 당 지도부가 전당대회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로 물러나는 것이 정치적 순리다. 한줌도 되지 않는 야당 권력에 그만 집착하시고 총사퇴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8월 전당대회'를 미루고 김종인 비대위에 혁신의 전권을 주라는 것으로 읽힌다.
홍 전 대표 입장에선 복당 후를 대비한 포석이다. 당내 '친박 잔당'들과 패장들을 김종인 전 위원장이 정리해 주길 원하는 셈이다. 일례로 김태흠 의원은 과거 '친박 돌격대'로 불렸던 인사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 파동 때 유승민 원내대표를 몰아내는 데 1등 공신이었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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