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흐름은 물 밖으로 나와야 알 수 있다고 한다. 21대 총선을 거친 뒤 민심의 바다가 어떤 상황이었느냐가 확인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주류가 교체되었다. 2016년 총선부터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1대 총선에서 모두 민주당이 승리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상 초유의 충격과 공포 속에서 정치가 뒷걸음질 치는 가운데, 유권자들은 국회 의석 5분의 3을 여당에 몰아주었다.
거대 여야 정당의 문제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은 문제점이 좀 더 적은 여당에게 의정 결정권을 준 것이다. 거대 여당과 만신창이가 된 거대 야당, 존재감이 훨씬 약해진 군소정당이라는 국회의 현주소는 자칫 극한대립이나 밀어붙이기 정치로 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이 이 같은 선택을 한 깊은 뜻을 헤아리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전에 21대 총선 과정을 살필 필요가 있다. 총선 두어 달 전부터 이어진 거대 여야 정당의 정치적 게임은 진흙탕 싸움이었다. 짝퉁 정당을 경쟁적으로 만들면서 다당제를 요구하는 시대적 요구를 가로막고 왜곡했다. 진영논리가 합리적 추론이나 의심조차 거부하고 모든 사회 이슈를 배격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동시에 거대 여야 정당 기득권층의 의식이 대동소이하다는 실상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부와 기득권의 세습화를 위한 품앗이가 이 사회의 자칭 보수, 진보 상류층에 일반화한 것을 이 사회의 많은 ‘을’들이 확인했다. 기형적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인해 군소정당의 존재감은 더욱 왜소해지고 정치적 윤리, 상식, 규칙 등의 상실감은 어느 선거보다 크고 지독했다.
결국 유권자는 거대 여야 정당 가운데 어느 쪽이 덜 잘 못했느냐를 두고 선택했다. 과감한 선택이었다. 그나마 과오가 덜한 정당이 한국 사회의 강력한 변동의 주체가 되어 사회 적폐를 교통정리 할 것을 주문한 유권자의 결정으로 지난 총선 결과를 해석할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이제는 정치권이 확실한 개혁을 추진해서 정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을 과감히 제거하라는 유권자의 지상명령이라 하겠다.
이 나라는 많은 부분에서 선진화되었지만 국회 정치, 검찰과 경찰, 언론 등에는 여전히 구시대의 적폐가 심각하다. 세계무대에서 박수갈채를 받고 있는 젊은이들이 국내 일부 부문의 후진성 때문에 부끄러워하는 일이 더는 없도록 해야 한다. 총체적인 사회 발전, 민주주의 공간의 확대, 평화통일 노력의 공간 정상화 등이 필요한 부분이다.
여당은 이번 결과로 오만해지거나 자칫 과속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만약 유권자의 눈에 거슬리는 퇴행적 정치행위를 한다면 반드시 심판을 받을 것이다. 특히 4.19 혁명 이후 한국의 유권자는 주요한 역사적 국면에서 위대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유권자의 몰표를 선물 받은 여권은 이런 역사적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이제 촛불혁명이 제기한 시대적 과업을 수행할 책무를 뒤로 밀쳐놓거나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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