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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진이 드러낸 통합당의 민낯…'졌잘싸' 없는 참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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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진이 드러낸 통합당의 민낯…'졌잘싸' 없는 참패

강남벨트·영남권만 지켰다…합리적 보수도, 중도층도 등 돌려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 참패를 시인했다. 16일 0시를 넘어선 현재 개표 진행 상황에 따르면 지역구 의석은 100석, 위성정당이 얻은 비례대표 의석까지 합해도 120석 안팎에 그칠 전망이다. 지역구만 150석, 비례대표를 합쳐 170석 이상이 확실시되는 더불어민주당에 국회 단독 과반을 허용한 뼈아픈 패배다.

이로써 통합당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패를 기록하게 됐다. 내용적으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로 평가할 만한 패배도 아니다.

지역별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수도권에서는 참패란 말로도 모자랄 지경이다. 수도권은 통합당 지도부가 선거 초반부터 종반까지 각별히 공을 들여온 전략지역이자, 지역구 의석의 절반이 걸린 곳이다.

서울에서는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에서만 간신히 당선자를 냈다. 인천·경기를 포함한 수도권 전체에서도 통합당 의석은 10여 석에 그쳤고 20석에 미달했다. 서울은 49석, 인천은 13석, 경기는 59석의 의석이 걸려 있는 곳이다. 즉 수도권 전체 121석 가운데 제1야당인 통합당이 겨우 10% 남짓만 가져간 것이다. 전멸 수준이다.

20대 총선에서도 서울 강북에서 의석을 지켜온 정양석 의원(강북갑)이 이번에는 낙선의 고배를 마신 것은 통합당이 서울에서 거둔 성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반면 영남에 대한 의존도는 더 강화됐다. 통합당은 대구·경북(TK) 25석을 말 그대로 '싹쓸이'했고, 65석이 걸린 부산·울산·경남에서도 60석 이상을 석권했다. 지역구 의석 약 100석 가운데 무려 85%가 영남에서 나왔다. 수도권뿐 아니라 충청·강원 권역에서도 20대 국회에 비해 의석 점유율이 더 내려갔다. '영남 자민련'이라는 말이 다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고립된 보수의 현주소'라는 지적이 나온다. 총선 1년 여 전에 있었던 황교안 지도부의 등장 자체가 이미 보수 야당 지지층과 전체 유권자의 민심이 괴리되고 있다는 단초라는 분석이 있었다.

2019년 2.27 전당대회에서, 황 대표는 최종 득표율 50.05%로 과반 표를 얻었다. 황 대표를 지지한 것은 옛 친박(親박근혜)으로 대표되는 당내 주류 세력이었고, 당시의 '황 세모' 사건에서부터 총선 직전의 '옥중서신'에 이르기까지 보수진영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여전히 살아 있는 존재였고 파급력을 가진 이슈였다.

그러나 보수 진영에서만 그랬다는 게 문제다. 2.27 전당대회 당시 여론조사를 보면, 한국당 지지층 대상 조사에서는 황 대표 지지 여론이 60%를 넘었으나, 전체 유권자 대상 조사에서는 비박계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 지지가 40%에 육박했고 황 대표는 20%를 약간 넘기는 수준이었다. (☞관련기사 : '민심'서 밀리고 아슬아슬 과반 황교안號 앞날은?)

때문에 황교안 지도부 출범 직후부터 이른바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줄이는 것이 과제로 지적돼 왔으나, 통합당은 변화에 소극적이기만 했다. 총선 직전 '보수 통합'이 성사되기는 했지만 유승민 의원이 선제적으로 총선 불출마 및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 '그렇다면 좋다'는 식으로 마지못해 따라갔다는 인상을 줬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세워 '혁신 공천'을 하겠다고 밝혔고 현역 의원들의 대거 불출마 및 컷오프를 이끌어내 관심을 집중시켜놓고도 공천 막판에는 공관위원회를 제치고 최고위원회의가 직접 공천권을 행사해 취지를 퇴색시켰다.

2019년 '5.18 망언' 사태에 이어, 총선 직전까지 '세월호 막말' 논란이 이어지면서 막말 정당이라는 이미지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오히려 악화됐다. 5.18 망언 당사자인 이종명 의원은 1년 넘게 당적을 유지하다 총선 직전 제명되긴 했지만 이는 미래한국당 행을 위한 결정이었지 징계로서의 의미가 아니었다.

차명진 전 의원도 2019년의 세월호 막말 전력이 문제가 됐지만 당당히 총선 공천을 받았고, 이후에 또 막말 논란을 연이어 일으키며 수도권 선거에 악영향을 미쳤다. 총선 막바지, 차 전 의원 논란이 김종인 공동총괄선대위원장의 발목을 잡은 일은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통합당은 중도로의 확장을 위해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해 선거 지휘 전권을 맡겼으나, 김 위원장이 당에 들어온 시점은 이미 공천이 끝난 후였고 이후에도 당 안팎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차 전 의원 논란이 선거 막바지 악재로 부상하면서 김 위원장이 2차례에 걸쳐 그를 제명하려 했으나, 황 대표의 측근(경기고·사법고시·연수원 동기)이 위원장인 통합당 윤리위원회는 제명 대신 '탈당 권유'라는 비교적 가벼운 징계를 내렸고 강성 보수 지지층은 김 위원장을 '간첩'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럴 거면 김종인을 뭐하러 데려왔느냐'는 말이 나왔다.

탄핵 사태 이후에도, 오세훈 전 시장은 당 대표 선거에서 떨어지고, 유승민 의원은 '보수 통합'을 위해 불출마 및 백의종군 선언을 선언해야 했으며, 김종인 위원장은 선거 지휘를 맡고도 당내 강경보수 세력에 발목이 잡혔다. 이같은 일련의 일들은 통합당의 패배 원인이자, 2022년 대선을 앞둔 통합당에 남겨진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통합당은 탄핵 이후 줄곧 같은 숙제를 풀고 있으면서도 매번 오답을 제출하고 있다. 통합당의 전국선거 4연패가 의미하는 것은, 당 소속 정치인들과 그 지지층이 '승리의 길'을 스스로 거부하고 있다는 정황이다.

'탄핵의 강'이라는 표현으로 상징된, 박근혜 정부와의 단절. 그리고 중도층에 소구하는 당 내부 혁신과 비전 제시. 2017년부터 통합당에 제기된 문제이지만, 강성 보수 지지층과 그들의 여론 동향에 민감한 정치 지도자들은 몇 년째 이를 회피하기만 하고 있다.

특히 유튜브 등 SNS를 통해 강화된 확증편향이 정당 지지층을 극단적 방향으로 몰아가고, 정당이 당원을 교육하고 오류를 교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정서를 추종하며 끌려가는 것은 여야나 국적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미 처방전은 나와 있음에도, 이들의 눈치를 보느라 투약도 수술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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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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