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4.15 총선에서 성소수자 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관련 유의사항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전달했다.
10일 인권위는 선관위에 △투표관리관이 선거인의 성별표현이 선거인명부의 법적 성별과 상이하다는 이유로 선거인에게 신원확인을 위한 추가 서류를 요구하거나 △불필요한 질문을 해 성소수자의 선거권 행사를 막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유의사항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무지개행동)은 지난달 31일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가 투표 과정에서 본인의 의사에 반해 법적성별이 드러나 모욕적인 경험을 하는 등의 차별을 받아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받고 있다"며 인권위에 긴급구제 신청과 함께 진정을 제기했다.
일반적으로 투표는 '투표관리관의 투표개시 선언 → 선거인의 투표소 입장 → 투표관리관에게 신분증 등 제시 후 본인여부 확인 → 선거인명부 서명·날인 → 투표용지 수령 → 기표 → 투표지 투입 → 퇴장'의 순서로 이루어진다.
무지개행동이 문제 삼은 부분은 '본인여부 확인' 과정이다.
무지개행동은 "성소수자의 경우 본인 확인 과정에 성별표현(복장, 머리스타일, 목소리, 말투 등 특정 문화 속에서 남성답거나 여성다운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외형적인 모습이나 행동)이 선거인명부(신분증)의 법적성별과 상이하다는 이유로 신원확인을 위한 추가 서류를 요구받거나, 공개적으로 외모 지적을 받는 등 차별로 인해 선거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2018년 사전선거를 위해 방문한 MTF트랜스젠더(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자) 선거인에게 담당자가 선거인의 성별표현과 신분증 등의 성별이 다르다고 큰 소리로 지적하는 사례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성소수자가 신원 확인 과정이 두려워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사례는 여러 차례 지적돼 왔다.
2014년 인권위의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에서 트랜스젠더 응답자 90명 중 22명(24.4%)이 신원 확인 과정의 부담으로 투표를 포기했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성소수자들은 △전화 가입 24명(26.7%), △보험 가입 및 상담 23명(25.6%), △선거 투표 참여 22명(24.4%) △은행 방문 및 상담 21명(23.3%) 등에서 신분증 제시의 부담으로 용무를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김승섭 고려대 교수의 논문 '한국 트랜스젠더의 차별과 건강'에서도 트랜스젠더 48명 중 16명(33.4%)이 신분증 확인 시 성별이 드러나거나 현장에서 주목받는 것이 두려워서 투표에 불참했다고 답한 사례가 확인됐다.
해외 여러 나라는 투표 시 본인 확인 과정에서 이와 같은 사생활의 침해, 차별 등을 방지하기 위해 성별 구별 절차를 삭제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많은 지자체가 선거인 확인 시 필요한 투표소 입장권에 성별란을 삭제했다. 미국도 많은 주에서 투표소 입장권에 성별정보를 기재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성별이 아니어도 이름·주소·생년월일 등을 통해 본인 확인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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