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대법원이 전기 쇠꼬챙이를 사용해 개를 도살한 개농장주에 최종 유죄 판결을 내렸다. 개농장주가 2016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지 4년여 만이다.
동물보호단체와 육견협회의 전선으로 확대된 '전기도살법'
이날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개농장주 이모 씨에게 벌금 1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동물보호의 생명보호와 그에 대한 국민 정서의 함양이라는 동물보호법의 입법목적을 충실히 구현한 판결"이라고 원심 확정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2016년 동물보호단체들이 2011년부터 2016년 7월까지 연간 30마리 상당의 개를 전기 쇠꼬챙이로 도살한 이 씨를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이 씨의 도축행위가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금한 동물보호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쟁점은 '잔인한 방법'이었다. 이 씨 측은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 정한 전기도살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잔인한 방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축산물위생관리법은 법 대상이 되는 가축으로 소, 말, 양, 돼지, 닭, 오리, 사슴, 토끼, 당나귀 등을 명시했지만, 개는 빠져 있다.
다만 개는 가축법에 가축으로 명시돼 있다. 1·2심은 이 씨 측의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들과 수의학 전문가들은 "전기 쇠꼬챙이로 개를 감전사시키는 것은 무의식을 유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죽음에 이르는 과정 내내 동물에게 극심한 고통을 주는 행위"라고 지적해왔다.
2018년 대법원은 "해당 도살방법으로 인해 동물이 겪을 수 있는 고통의 정도와 지속시간, 시대적 사회적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원심 판결엔 '잔인한 방법'의 판단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며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 했다.
같은 해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이 씨에게 벌금 100만 원에 선고유예 2년의 유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 씨가 사용한 도살방법은 고통을 최소화하는 대책 강구 없이 개에게 상당한 고통을 가하는 방식"이었다며 "동물의 생명 존중 등 국민의 정서 함양과 같은 법익을 실질적으로 침해할 위험성을 가지므로 사회통념상 동물보호법에서 말하는 '잔인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이 씨는 육견협회 등의 도움을 받아 재상고했지만 이날 대법원은 이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동물보호단체 "환영...개 식용 산업 종식 계기 돼야"
동물자유연대,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보호단체 행강 등 동물권 단체들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판결은 생명존중 정신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가치의 선언"이라며 "이번 판결이 개식용 종식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축산법상 전기도살은 전기충격으로 가축을 기절시킨 뒤 도축하는 행위인 반면, 개 식용 사업에서는 전기충격 자체를 하나의 도살방법처럼 여겨 왔다"며 "이번 판결로 개 식용 산업에 사용되는 전기도살이 불법이며 제재가 가해져야 한다는 점이 명확해졌다"고 설명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국내 개농장이 3000곳 이상이며, 한 해 도살되는 개의 수가 100만 마리를 웃도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동물보호단체들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개 식용 원천 금지를 위한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한국은 세계 유일의 식용 목적 개농장이 존재하는 국가"라며 "재래 개시장에서도 여전히 살아있는 동물을 거래하고 도살해 방역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가 더는 미루지 말고 개식용 산업에 대한 (전면 금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20대 국회에서 개식용 종식 3법이라 불리는 축산법 개정안(개를 가축에서 제외)·동물보호법 개정안(임의도살 금지)·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음식쓰레기 동물급여 금지)이 발의됐으나 국회 임기 종료가 얼마 남지 않아 자동 폐기될 위기에 처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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