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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긴급사태' 선언, 감염폭발 막을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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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긴급사태' 선언, 감염폭발 막을 수 없는 이유

[분석]신규 확진자 절반이 감염경로 모르는데...'외출 자제' 권고뿐?

<워싱턴포스트>가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을 미적거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규정한 데어 이어, 이번에는 <뉴욕타임스(NYT)>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최악의 총리'로 규정하고 나설 태세다.

아베 총리가 수도 도쿄를 중심으로 '감염 폭발' 단계에 이르러서야 긴급조치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아베 총리가 긴급사태를 선언한 직후 <뉴욕타임스>는 '일본이 코로나바이러스 긴급사태를 선언했다. 너무 늦은 것 아닌가?(Japan Declared a Coronavirus Emergency. Is It Too Late?)'라는 기사(☞원문보기)를 통해 "일본은 이미 엉망진창"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전했다.

"긴급사태 선언 너무 늦었다" 응답 70%

<뉴욕타임스>의 판단은 9일 <마이니치> 신문이 발표한 여론조사로도 뒷받침됐다. 이 신문과 사회조사센터가 전날 공동으로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70%가 긴급사태 선언 발령 시기에 대해서 "너무 늦었다"고 응답했다. "타당하다"는 22%에 불과했다.

긴급사태 선언 대상 지역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도 58%에 달했다. 코로나19 확산이 긴급사태를 선언해야 할 정도로 우려되는 곳이 한두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5월 6일에 예정대로 긴급사태 선언 해제가 가능한지에 대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7%에 달했다.

실제로 일본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지난달 24일 도쿄올림픽 연기를 결정한 이후 그동안 숫자 줄이기에 급급하며 사실상 방역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듯 진단건수를 늘리면서 급증하기 시작했다. 긴급조치가 발표된 시각에 일본의 누적 코로나19 확진자는 1주일만에 두 배로 증가하면서 5000명(크루즈선 712명 포함)을 돌파했다. 9일 오후 2시 기준으로 다시 크루즈선 감염자 빼고도 일본 내 확진자는 5000명을 돌파했다.

지자체별로는 도쿄도(東京都)가 1338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오사카부(大阪府) 524명, 가나가와(神奈川)현 360명, 지바(千葉)현 324명, 아이치(愛知)현 280명 등의 순이다.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나온 확진자 712명을 더하면 5710명이다. 사망자는 국내 감염자 중 105명, 크루즈선 승선자 중 11명 등 모두 116명으로 늘었다.

일본 정부의 '긴급 사태' 선언 지역 7곳에 포함되지 않았던 아이치(愛知)현은 독자적으로 10일 '긴급 사태'를 발령해 정부의 긴급사태 선언처럼 5월6일까지 지속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도쿄와 가나가와, 사이타마(埼玉), 지바, 오사카(大阪), 효고(兵庫), 후쿠오카(福岡) 등 7개 도부현(都府県)에 긴급 사태를 선언했다.

아베 총리의 긴급사태 선언의 효과를 회의적으로 보는 평가는 전문가들일수록 혹독하다. 때가 늦었을 뿐 아니라, 사실상 확산 억제에 대한 강제력이 긴급조치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허술하다는 것이다.

영국킹스칼리지런던 인구보건연구소 소장 시부야 겐지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일본의 대응은 사실상 방치하는 수준이었으며, 드러난 감염자는 빙산의 일각"이라면서 "환자가 급증하면서 도쿄 의료시스템이 붕괴되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위급한 상황에서 일본의 긴급사태 선언으로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를 당부하는 것아고, 대중교통 운행중단도 없다. 중국의 우한처럼 봉쇄조치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지자체장들은 주민들에게 재택근무를 하고, 외출을 삼가해달라고 호소할 수 있을 뿐이다.

'도쿄 붕괴' 위기에 맞서 고이케 유리코 도쿄 도지사는 재택근무를 독려하고 저녁 외출 자제를 당부했지만 일본 국토교통성 조사에 따르면 재택근무 비율은 8명 중 1명꼴로 나타났다. 재택 시스템이 잘 돼 있지 않아서 직장인 대부분이 여전히 출근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일본의 현실이다.

일본 정부의 감염병 전문가 패널이기도 한 니시우라 히로시 홋카이도대학 교수는 이미 지난 3일 <니혼게이자이> 신문 인터뷰에서 “도쿄 확진자 수가 폭발적 급증기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니시우라 교수는 “사람들에게 외출을 자제하라고 권고하는 것 이상의 강한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탈리아와 프랑스처럼 강력한 봉쇄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유럽처럼 봉쇄조치를 하려면 일본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지난 3월 코로나19를 긴급사태 선언이 가능한 전염병으로 추가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는 했지만, 외출금지나 영업중단 등의 명령을 내릴 권한을 아베 총리에게 부여하지 않았다. 정부가 외출자제나 영업중단을 요청했는데 응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가할 수단도 없다.

감염폭발 대비 중환자용 병상 태부족, 재앙급 사망률 경고

최근 도쿄를 중심으로 수도권에서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는 확진자들이 급증해 신규 확진자의 절반에 이를 정도라는 점도 '막을 수 없는 감염폭발'이 우려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감염폭발이 일단 일어나면 일본의 환자 수용능력은 곧바로 한계에 부닥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일본 중환자치료의학회에 따르면 일본은 인구 10만명당 중환자용 병상이 5개뿐이다. 독일은 확진자(9일 기준 11만3296명) 규모에 비해 사망률이 2% 이내인 이유가 바로 일본보다 6배나 많은 10만 명당 30개의 중환자용 병상 등 촘촘한 의료시스템 덕분이라는 평가를 받는 반면, 이탈리아는 인구 10만 명당 12개의 병상으로 일본보다 2배나 많은데도, 확진자(9일 기준 13만9422명) 대비 사망률이 12%가 넘을 정도다. 이탈리아 이상으로 고령자가 많은 일본에서 이탈리아나 프랑스처럼 감염폭발이 일어날 경우 사망자가 재앙급으로 속출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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