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 이주노동자공동대책위원회를 비롯한 70여개 이주민 인권·시민사회단체가 9일 수원 경기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 재난 속에서 함께 사는 지역 주민을 구별해서 차별하지 말라"며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을 외국인 주민에게도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24일 코로나19 비상경제 대책으로 전 도민에게 1인당 10만 원 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주민등록을 기준으로 지급 대상자가 결정되므로 경기도에 거주하더라도 외국인은 지급대상이 아니다"라고 덧붙여 비판이 일었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이주민이 사는 지역으로 3개월 이상 장기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만 약 6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 2월 29일 발간된 출입국 외국인정책 통계 월보의 경기도 내 등록외국인 41만8천752명과 지난해 12월 말 기준 외국 국적 동포 거소신고현황의 경기도 거주자 18만4천321명을 합쳐 추산한 규모다.
이주민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경기도는 재난기본소득 정책을 발표하면서 '나이·소득·자산·성별·직업 등을 가리지 않고 오로지 경기도민이기만 하면 모두가 대상입니다'라고 말했지만 여기에 이주민은 배제했다"며 "'모든 경기도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이들을 배제함으로서 60만 명의 존재하는 사람들을 '없는 존재'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도민이 아니라고 규정된 이주민들도 주민세, 소득세, 지방세 등 다양한 종류의 세금을 내고 있지만, 지원, 아동보육비, 아동수당 등에서는 제외된다"며 "주민등록 기준으로 지급한다는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정책에 동의할 수 없다. 차별 없는 지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병욱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생활하는 이주민들을 제외하고도 경기도가 '전 도민'이라는 말을 쓸 수 있는지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기도재난기본소득' 및 다른 수당 또한 모든 외국인 주민에게 차별 없이 지급하고 △이주민도 더불어 살아가는 경기도민으로 인정할 것 등을 도에 요구했다.
지난 6일 이자스민 정의당 비례후보도 대구 이주민 간담회에서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원금 대상에서 모든 이주민을 배제했다"며 "세금은 (이주민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다 걷어가면서 지원은 골라가면서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이주공동행동' 등 62개 이주민 인권단체들은 지난 2일 이주민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난지원금 정책에서 배제당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경기도 사례와 달리 다른 나라에서는 인종차별적 정책 대신 보편적 지원이 외국인을 대상으로도 이뤄지고 있다. 홍콩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영주권자와 저소득층 이민자를 차별하지 않고 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독일은 세금 번호를 가진 모든 이는 국적을 따지지 않고 코로나19 비상지원금을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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