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1㎝, 헌정 사상 가장 긴 비례대표 투표용지가 등장한 이번 4·15총선에서 시각장애인 유권자의 참정권 침해가 뜨거운 인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은 사실상 투표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투표참여를 위해 겪어야 할 불편이 심각한 상황이다.
시각장애인 유권자가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점자 투표 보조 용구’를 사용해야 한다. 시각장애인 유권자는 투표용지를 이 점자 투표 보조용구 사이에 끼우고 사각으로 뚤린 칸을 만져 도장을 찍는 수고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현행 지역구 선거 점자 투표 보조 용구에는 ‘기호’만 표시돼 있다. 후보의 이름과 정당명을 알기 위해서는 투표소 직원에게 기호와 정당명, 후보자 이름을 읽어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일반 투표 용지와 동일한 정보가 점자로 표기됐다면, 굳이 겪지 않아도 될 불편이다.
특히 이번 4·15총선에서 시각장애 유권자들은 곡예에 다름없는 어려운 기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비례대표 선거 점자 투표 보조 용구에는 기호는 없고 ‘정당명’만 있다.
48.1cm나 되는 투표용지를 접해야 하는 시각장애인 유권자에게는 투표 용지와 점자 투표 보조 용구의 각을 잡는 게 가장 큰 숙제로 대두됐다. 칸을 잘못 새거나 끼워둔 투표 용지가 틀어지면 엉뚱한 곳에 도장이 찍히기 때문이다.
시각장애 유권자들에게 전달되는 점자 공보물도 참정권 침해의 주요 사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점자는 기본적으로 초성과 모음 종성을 한 칸에 쓰기 어렵다. 그래서 같은 문장을 인쇄해도 그 분량은 일반 공보물에 비해 두 배 이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직선거법 65조는 이런 점자 인쇄물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채 점자 공보물 또한 일반 공보물과 동일하게 12매 이내로 면수를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출마한 후보와 정당은 기준에 맞추기 위해 점자 공보물에서 내용을 빼거나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다. 지역구 출마 후보 점자 공보물에서 지역구 공약이 빠지게 되는 중요한 이유이다.
인권지기 ‘활짝’ 관계자는 “지역구 출마 후보 점자 공보에서 정작 지역구 공약을 볼 수 없는 상황을 자초하는 공직선거법 제65조 4항은 면수를 동일하게 할 것이 아니라 정보를 동일하게 제공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들은 “점자 투표 보조 용구에서 후보자와 정당 이름을 확인할 수 없는 건, 법적 근거도 불분명하다. 점자 투표 보조 용구도 일반투표용지에 포함된 정보와 동일하게 제공하고, 또한 기표하기 편안한 형태로 공직선거관리규칙 제74조(시각장애선거인용특수투표용지등)도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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